오늘의 화학 - 엉뚱하지만 쓸모 많은 생활 밀착형 화학의 세계
조지 자이던 지음, 김민경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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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가 쓴 일반인을 위한 교양과학도서는 대체적으로 두 종류다. 재미있거나 뭔 소리인지 모르거나. <초파리>나 <원더풀 사이언스> 같은 책들은 진짜 명작이다. 과학자들이 자신들끼리만 통하는 외계어를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지루하지 않게 번역하는 능력에 대해 새로운 문학상을 하나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상이 존재한다면 아마 이 책도 수상 후보에 거뜬히 오르고도 남으리라.


   이 책은 아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치토스를 하나 더 먹을 때마다 수명이 줄어들까?

- 선크림을 평생 발라도 정말 문제가 없을까?


   사실 내가 좋아하는 과학 분야는 천문학과 생물학이다. 이유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우니까. 하지만 과학이란 그렇게 경계가 뚜렷한 분야가 아니다. 천문학은 온갖 물리학 법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고 생물학과 화학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화학'하면 온갖 공식이 떠오르면서 두통이 생기려고 하지만 위의 두 질문을 보는 순간, 저게 화학 이야기라고? 급 호기심이 생긴다.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 던져진 우리는 날마다 각종 카더라에 휩쓸려 다닌다. 그 중 단연 으뜸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건강에 관한 이야기다. TV 프로그램이나 신문 기사에서 뭐가 어디에 좋더라고 하는 순간 모든 홈쇼핑 채널에서 해당 제품을 팔고 먹는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이 동이 난다. 기업들은 초가공식품들의 판매를 위한 기발한 마케팅을 쥐어짜느라 고생이고 소비자들은 가공식품이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걸 먹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가공 식품은 진짜 나쁠까? 자외선 차단제는 안전한가? 저자는 이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빌어먹을 논리의 모자'를 쓴다고 말한다. 저자와 함께 '빌어먹을 논리의 모자'를 쓰고 신문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자극적인 문구에 숨겨진 오류의 웅덩이들을 발견하는 과정이 진짜 재미있다. 특히 영양역학이 주장하는 각종 숫자들의 의미를 알고 나면 헛웃음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치토스를 먹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 답은 말해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진짜 웃긴 MIT 화학자와 여러분이 만날 기회를 빼앗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니 가공식품을 먹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거나 지나친 건강 염려증으로 괴로운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내 리뷰는 별로 재미없어도 책은 진짜 재미있다. 믿어도 좋다. 아, 한가지, 이 책을 읽고나면 아마도 실내 수영장을 다시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해 둔다.

* 이건 사족이지만, 이 책이 이렇게나 재미날 수 있는 것에는 번역자의 공로가 크다고 본다. 아니나 다를까, 번역자도 화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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