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의 역습 -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의 심리학
랜디 O. 프로스트 & 게일 스테키티 지음, 정병선 옮김 / 윌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쓰레기로 온 집안을 채우고 빈 공간이 없어 그 쓰레기 더미 위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이후로 TV에서는 심심치 않게 그런 이들이 등장했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수집'과 '소유'를 좋아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있는 사람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방송에서 정리 프로그램이 인기고 책도 예외는 아니다. 정리를 잘하는 법과 관련된 책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수백권은 될 것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매번 물건을 사들이는 행위를 줄이겠다고 다짐해보지만 쉽지 않다. 버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개인적인 경험이나 추억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끼리 주고 받았던 엽서나 여행지에서 생긴 미술관 입장권이나 안내책자, 개인적인 생각을 끄적였던 노트,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와 펜팔했던 편지들, 심지어 성적표까지 아직 가지고 있다. 물론 집이 쓰레기장이 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책에서는 이런 행위를 저장-강박이라고 부른다.


   저장-강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소유물에 대해 정서적 애착을 보인다. 그래서 그 소유물을 버린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불안하고 심리적 동요를 겪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수집에 대한 무해한 욕구로 시작한다. 예를 들어 신문이나 잡지에 흥미를 끄는 어떤 기사가 있다면 오려서 스크랩을 한다. 그런데 바빠서 잡지를 읽지 못하게 되면 나중에 읽을 생각으로 모아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재미있는 기사 혹은 도움이 될만한 기사를 놓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결코 읽지 않을 신문이나 잡지를 끊임없이 쌓아놓게 되는 것이다. 저장-강박자의 대부분이 저장을 하지 않음으로 생기는 기회의 손실을 견딜 수 없어한다는 것이다. 저장-강박이 사물이 아닌 동물에게 향하는 경우도 있다. 고양이나 개를 수십마리 혹은 수백마리씩 집에 데려다 놓는 것도 저장-강박증의 하나이다. 이러한 수집이 자신이나 가족의 삶 혹은 이웃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면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저장-강박자들은 집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이다. 개나 고양이들을 수집만 하지 돌보지는 않는다.


   책에는 아주 심각한 저장-강박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와 도움을 요청한 이들과 함께 어떻게 저장-강박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등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있다. 안타깝지만 저장-강박은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인간의 마음과 밀접하게 관련된 장애라서 도움을 받아 한번 집을 깨끗하게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그 상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장-강박자들과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 중 한명이 저장-강박증이 있는 경우 아이들 역시 저장-강박증을 갖게 될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소비의 시대, 소유의 시대이다. 소유물이 삶을 압도하고 오히려 소유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을 잃게 되는 아이러니 속에 살고 있다. 1947년에 이미 에리히 프롬이 했던 예견은 대단한 통찰이었다. 그는 '세상에 대한 두개의 기본적 지향 가운데 하나로 사람을 규정할 수 있다'고 했는데, 바로 '소유'와 '존재'이다. 지향이 '소유'인 사람은 획득하고 소유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고 지향이 '존재'인 사람은 소유보다는 경험에 관심을 쏟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집이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정리에 관한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바로 '죽어도 못버리는 사람의 심리'를 다룬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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