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 이야기
안인희 지음, 신균이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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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5년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러시아 마린스키 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을 했을 때였다. 너무 보고 싶었지만 그 대단한 작품을 내가 볼 기회는 당연히 없었고 대신 책으로 아쉬움을 달랬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는 바이로이트의 바그너 극장에서 직접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지만 이 입장권은 그저 돈이 있고 갈 수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니 더더욱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당시 공연을 즈음하여 '미리보는 니벨룽의 반지'라는 제목을 출판된 책과 바그너의 극본을 읽기 좋게 소설형식으로 만든 책을 읽었고 그 이후로 그 근간이 되는 북유럽 신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톨킨의 작품들 또한 나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번에 안인희교수의 <북유럽신화 반지 이야기>가 출판된 것을 보고 다시금 북유럽신화와 바그너의 오페라에 대한 감정이 살아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북유럽 신화의 출전은 대부분 시 형식으로 쓰인 '운문 에다'이다. 저자는 이번 이야기를 엮으면서 '운문 에다' 뿐 아니라 운문 에다를 좀 더 쉽게 이야기 형식을 풀어 쓴 스노리의 '산문 에다'를 대부분 참고하였고 특히 북유럽 신화를 근간으로 재창작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 별도의 지면을 할애하여 신화 속 반지 이야기와 바그너의 오페라 속 반지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 생각지도 못했던 바그너 오페라에 대한 지식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사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어벤저스'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캐릭터나 용어들이 이미 익숙할 것이다. 물론 신화의 원전과 영화에 등장하는 캐럭터들의 상관관계가 조금씩 다르고 영화는 신화가 훨씬 각색되고 변형된 형태로 만들어지기는 하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낯선 이름이나 용어들을 영화 매니아라면 훨씬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신들보다는 반지의 행적에 중점을 두어 인간 영웅 지구르트(지그프리트)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톨킨이 이름 지은 '절대 반지'의 진짜 원조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바그너의 오페라 4막에서 브륀힐데가 신들을 향해 '라그나뢰크'를 선포하는 장면이다.


신들이여, 이제 쉬어라!  - 본문 p205


   실제 오페라를 본다면 이 부분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 치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았다. 반지를 소유한 자는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반지에 깃든 저주가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의 죽음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주받은 반지의 운명을 사랑의 징표로 바꾸고 스스로 필멸을 선택함으로써 반지가 원래의 주인인 라인강의 딸들에게 돌아가 그 완벽한 원이 완성되는 장관을 직접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침만 꿀꺽 삼킬 뿐이지만 이 책이 있어 이런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니 그것으로 당분간 아쉬움을 달래본다. 북유럽 신화에서 중요한 부분인 '반지 이야기'의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적 즐거움을 주는 책이니 북유럽 신화를 영화로만 알았던 독자들이라면 진짜 이야기를 접할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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