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발의 오르페우스 - 필립 K. 딕 단편집
필립 K. 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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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읽은 필립 K.딕의 <스캐너 다클리>의 잔상이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이번엔 그의 SF 단편집을 골랐다. 그의 단편집은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더 잘 알려져있지만(난 아직 안읽었...) 원래 나의 성정이 베스트셀러보다 약간 더 마이너한 것들에 먼저 관심이 가는지라 고른 책이다. 편의상 마이너하다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더 잘 알려져있지 않은 단편집이라는 뜻일 뿐 작품 하나하나가 감탄을 자아낸다. 물론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들은 명확히 이해되지 않고 물음표를 찍어야 하기도 했지만 뭐 작가가 이해못하는 독자들을 생각해가면서 작품을 쓰진 않을테니..

 

   작품 대부분이 제노포피아, 그러니까 이방인에 대한 혐오를 소재로 한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는 COVID-19로 인해 문명이 꾹꾹 억압하고 있던 제노포비아가 분출하고 있다. 작가가 그린 아주 먼먼 미래의 다른 행성들에서도 인간들 혹은 외계인들은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력을 가지면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려고 하고 한 종족은 다른 종족을 지배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별것도 아닌 초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우열로 분류하고 지배계급이 통제하기 어려운 다양성을 가진 이들은 그들과 그들이 사는 행성이 지닌 가치에도 불구하고 지배권을 잃을까 두려워 통째로 날려버린다. 시대와 장소만 다를 뿐 인간 혹은 그 비슷한 종족들은 지금의 우리 세계의 모순과 갈등과 억압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작품 저변에 흐르는 그 암울함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밝은 면을 완전히 없애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이든, 독자의 소망이든, 어딘가에로부터 흘러드는 한줄기 빛이 위안이 된다. <존의 세계>, <머리띠 제작자>, <참전 용사>, <무한자>, <진흙발의 오르페우스> 등에서 그 빛을 볼 수 있다. 인간이 절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할 빛이다. 그리고 요즘 막 시작한 어떤 드라마에서 평행우주를 다루던데, <그녀가 원한 세계>라는 작품이 바로 그 평행우주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드라마처럼 그냥 단순히 두개의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세계가 있으며 그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이다. 그러니까 여긴 내 구역, 내가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17편이 작품들에서 각각 다른 종류의 기발한 상상력을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195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임에도 오히려 지금 나오는 SF 들보다 더 미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혀 촌스럽지 않고 현재 문명의 발전을 훨씬 뛰어넘는 작품들이다보니 어..작가가 사실은 알고보면 먼 미래에서 왔던거 아니야? 라는 상상을 해보기도..(설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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