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서 삶을 읽다 - 서러운 이 땅에 태어나
김경숙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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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부제는 '서러운 땅에 태어나'이다. 말 그대로 이 세상에 태어났으나 신분에 의한 차별, 성에 의한 차별 등으로 자신의 능력과 재주를 맘껏 펼치지 못하고, 제대로 세상을 살아보지 못하고 가버린 자들의 마음에 관한 책이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이 다루는 이들의 가장 큰 상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구절들을 각 장의 제목으로 내세우고 인물마다 시 두편씩을 싣고 해설을 달았다. 시도 훌륭하지만 나는 우선 저자의 마음과 능력에 감동받는다. 제목으로 뽑아 낸 구절들은 앞으로 독자들이 어떤 시들을 마주하게 될 지에 대해 시를 읽기도 전에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저자의 해설을 읽다보면 진정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1장 : 우리는 모두 실의한 사람들이라 - 뜻을 잃고 시를 얻은 서얼 문사들의 시

2장 : 이 풍진 세상을 누구와 건널까 - 조선 지식인이 걸었던 마음의 뒤안길

3장 : 새장 속 학이 하늘을 노래하네 - 상처받은 삶이 피워낸 여성 시인들의 시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장과 세번째 장의 시들이 정말 마음을 절절하게 만들었다. 조선 시대 신분제는 첩을 둘 수 있도록 했으면서도 그 첩에게서 태어난 자식들, 즉 서얼들의 후손은 영원한 서얼로 규정하고 벼슬로 나아갈 수 있는 과거 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신분으로 그들을 차별하고 그들의 능력을 매장하였다. 물론 정조 시대에 서얼들 역시 과거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되었으나 여전히 그들이 벼슬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이렇게 '실의'한 세상에서 시를 위로삼아 '득의'를 했다는 표현이 어쩜 이렇게 마음을 쿵하게 만드는지. 세번째 장은 더더욱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시를 담았는데 와...특히 마지막 시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해 버렸다. 기녀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한테 인정받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병으로 죽어서야 고통에서 벗어난 아이를 위한 시인데 마지막 구절이 이렇다. "다음 생에선 기녀 딸 되지 말고 좋은 가문에서 좋은 남자로 태어나거라"

 

   그들의 시를 읽다보니 '희망가'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언젠가는 좋은 세상을 꿈꾸었을까. 문학이 삶을 반영한 것이라 한다면 이들 시야말로 진정한 문학이 아니고 무엇일까. 언젠가 그들 시의 전문을 읽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앉아서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풍 중에 또 다시 꿈 같도다   <희망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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