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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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서가를 넘어 탐서가의 서점에 대한 오마주, 서점과의 러브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이다. 나도 책읽기를 좋아하고 종이책의 질감과 페이지를 넘길때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종이책에서 나는 향을 좋아하지만 '나는 과연 서점에 얼마나 가는가'를 생각해보게 만들었던 시간이었다. 저자의 서점에 대한 애정은 서점에서 일하기 위한 노력으로 발전한다. 2년동안 자신을 채용해주지 않았던 서점에 매주 들락거리며 문학지식테스트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고 드디어 업스타트 크로에서 그렇게 원하던 서점 직원으로 업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서점을 돌아다니고 외판원도 해보고 아뭏튼 책만 가까이 있다면 다른 건 개의치 않아 보일만큼 책과 서점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언제부터 책이란 존재는 인류에게 중요했을까. 책을 한자리에 모은다는 아이디어는 누가 언제 생각해냈을까. 물론 처음은 아니겠지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엄청난 책 저장소로 명성이 자자했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후원 아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원들은 항구를 통해 들어온 모든 화물을 수색해 책을 찾아내고 책이 나오면 도서관으로 옮겨 책 전체를 일일이 베껴 적었다고 한다. 이렇게 베껴 쓴 책을 원래의 배로 돌려보내고 원본은 자기네가 보관했다고 하니 완전 도둑놈이기는 하나 이후 1800년동안 다른 어느 도서관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소장규모를 능가할 수 없을 정도였다니, 대단한 필사 능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대형 체인 서점들 및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동네 서점들이 사라진 것은 전 세계의 공통된 현상이다. 간헐적으로 독립서점이나 유명인이 소일거리처럼 하는 듯 보이는 서점들이 생겨나서 입소문을 타고 있기는 하지만 클릭 하나로 책을 집에서 편히 받아볼 수 있는 요즘, 그런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는 쉽지 않다.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나에게는 오프라인 서점들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저자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서점들의 모습을 나는 우리나라 서점들에서 보지 못한다. 헌책방도 대형 체인 서점이 장악하고 있는데, 사실 내가 생각하는 헌책방의 매력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게다가 싸게 살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거기에 헌책의 원래 주인의 감성 담긴 흔적까지 있다면 재미가 더한다. 그런데 요즘 대형 체인에서 운영하는 헌책방은 책의 상태를 최상, 상, 중, 하 등으로 나누고 누가누가 더 새 책인가로 책의 가치까지 정한다. 책등이 조금 찢어졌거나 책 안쪽에 밑줄이 있거나 하는 책은 받지도 않는다. 또 그들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개인 판매자들은 어떠한가. 새로운 중고가 업데이트 되지마자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이유는 개인 판매업자들이 싹슬이 해가는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이집트인들의 목욕장을 데우는 불쏘시개가 되고 말았을지도 모르는 책을 살려내고 지금도 움직이게 하는' 헌책방의 본질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읽기와 사재기를 멈출 수 없다. 아직 읽지도 않은 책들이 더미로 쌓여있음에도 책을 구입하는게 명백한 허세라 하더라도 괘념치 않는다. 저자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지금 막 서점에서 새 책을 구입한 사람의 다음 행동을 살펴보자.

"집에 오는 길로 그 책은 아직도 읽히기를 기다리는 책 더미 맨 꼭대기로 가거나, 아니면 아예 몇 년간 방치될 수도 있는 바닥으로 갈 수도 있다. 바로 지금 읽지 않은 책들 더미 속에서 나는 클라우디오 마그리스가 쓴 <다뉴브 강의 역사>란 책과 세계 일주의 패턴, DNA, 언어 등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 논문집 한 권을 막 찾아냈다. 나는 이 책들을 읽고 싶지만 불행히도 두 권 다 가구의 일부가 돼 있는 형편이다. 20년 전에 사서 내 붙박이 책장 맨 아래쪽에 두었던 <아이네이스>를 끄집어 내려면 아마 내년은 지나야 할 것 같다."

 

책의 뒷부분이 훨씬 흥미롭다. 사장될뻔한 작가와 작품을 여럿 살린 실비아 비치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같은 서점에 관한 이야기. 제임스 조이스가 <율리시스>의 표지는 무조건 푸른색 바탕에 흰색 글자가 들어가야만 한다고 주장했던 이야기(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율리시스를 들여다보는데, 검정바탕에 검정 글씨이다...출판사가 요런 것까지 신경 써주면 참 좋을텐데..하긴 요즘은 초판본과 같은 표지라고 광고하는 책들도 간혹 보이기는 하더라). 미국은 매년 12월의 마지막 주간을 금서주간으로 정해 검열에 맞섰던 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금서로 지정되었던 책들을 전시하는 쿨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의 후반부가 나에겐 더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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