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권한권 겁나 두꺼운데 번역된 시리즈도 많은 잭리처 시리즈에 빠져서 허우적 거렸기에 비슷한 중독요소가 많다는 요 네스뵈의 책들... 특히 해리홀레 시리즈는 일부러 외면했었는데 좋아하는 영화인 '펄프 픽션'과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을 연상시킨다는 이북카페 짱우유님의 추천글을 읽고 급히 읽어 봤는데 과연 느낌을 알것 같군요.펄프픽션의 미덕이라면 다분히 장르 작법에 충실하면서도 교묘한 비틀기와 다른 장르 요소를 살짝살짝 첨가한 혼합짬뽕이 주는 기묘한 신선함 일것 같은데 이 소설에도 이런 신선한 매력이 넘칩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로는 요 네스뵈의 책들은 무겁고 다크한 하드코어 하드보일드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책은 하드코어적이고 하드보일드하나 의외로 무겁거나 다크하진 않습니다. 성실하고 묵묵히 살인을 수행하지만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고 타겟과 금새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 킬러가 주인공인것 부터가 펄프픽션적 막장 요소를 예고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피로 물들이고 살인이 이어지지만 잔혹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고단하고 외로운 삶이 묘사되나 묘하게 유머러스하게 느껴지고... 위태위태한 사랑이 묘사되나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런 기묘한 느낌이 잘짜여진 반전 플롯과 함께 시너지를 내서 몰입감을 만들고 스토리텔링이야 뭐 워낙에 유명했으니까... 결국 그리 길지도 않은 중편 분량을 순식간에 읽어 내리게 만듭니다... 장르적 작법에 순문학적인 문장으로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적 막장 소동극을 지나고 펄프픽션적 장르 혼합짬뽕을 거쳐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로 끝나는 매력이 제대로 취향저격 입니다... (이게 대체 먼말이야? 하실 수 있지만 이런 언뜻 말안될것 같은 많은 요소가 이 짧은 중편에 상당히 조화롭게 녹아들어가 있다는게 신기합니다) 근데 요 네스뵈가 원래 이렇게 필력이 쩔어주시던가요? 전문 작가 출신도 아니고 나무위키 같은데서는 기복이 심하고 초기작은 실망스럽다는 말들도 있던데... 이번 블러드 온 스노우는 모종의 이유로 힘빼고 가볍게 실험적으로 쓴거라던데 그게 결과적으로 취향저격이 된걸까요? 제가 읽어 본 요 네스뵈 첫작품인데 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아... 결국은 이렇게 요 네스뵈 소설에 발을 담구게 되는군요... 이 작가 책은 겁나 많은데... 다 읽게 될것 같은 예감이 기쁜것 같기도 슬픈것 같기도 한 기묘한 느낌이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