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매뉴얼 365 - 생명의 위험 속에서 나를 지키는
김학영.지영환 지음 / 모아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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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사회시스템이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해줄거라는 근원적인 믿음이 깨어지고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넘쳐나는 현실이 이런 책에 손이가게 하는 군요... 

이책의 저자들도 서문에 이책을 집필한 계기가 세월호 사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시류에 편승해서 책을 내는 명분 쌓기라며 역시 무시했을텐데... 그리 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참 아쉽습니다. 

일단 표지 디자인만 보고는 드는 느낌은 딱 '위기 탈출 넘버원' 같은 잔재미도 있으면서 내용도 있는 한번 읽어 봄직한 책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생!존!매뉴얼'이 아니라 '생존 매!뉴!얼!' 느낌입니다. 생활속 안전문제에 대한 자세하고 디테일한 매!뉴!얼!의 느낌이지요. 표지 디자인의 만화 및 편집상의 여러 배치와 삽화등은 매뉴얼의 딱딱한 느낌을 상쇄시키기 위한 안배가 아닌가 할정도로 그냥 잘 정리된 매!뉴!얼!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 
하지만 어디 안전과 매뉴얼이 재미만을 위한 것이던가요? 

약간의 '위기 탈출 넘버원' 과 같은 기대는 책을 몇장 넘기면 바로 깨지기 시작합니다. 저자들의 개인 약력을 지나치게 자세히 적어두고 추천사들은 별상관도 없는 정치인들입니다. 저자중 한명이 공직에 있어서인지 답답한 공무원삘이 많이 납니다. (물론 책읽다 보면 이 공무원삘의 대단함이 괴력을 발휘하는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
그리고 이어지는 목차가 즐거운 '위기 탈출 넘버원'에 대한 기대는 저멀리 날려버립니다. 목차만 PC 뷰어로 무려 15장입니다. 그 목차엔 생활하면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안전 및 위험 상황에 대한 챕터들이 빼곡합니다. 심지어는 설마 싶은 '댐붕괴' 나 '총격전 억류 납치' 같은 챕터 제목도 만날 수 있지요. 그리고 그 설마 싶은 상황에 대해서도 덤덤하고 재미 없는 문체로 디테일하게 행동 요령들을 상세히도 서술하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

하지만 초반부에 독서하는 재미에 대한 기대가 포기되어서 그런지 의외로 쭉쭉 잘읽힙니다. 성실하고 상세하지만 재미는 없는 문체를 쭉쭉 읽어나가게 하는 힘은 에이 설마 싶지만 곧 떠오르는 어디선가 본것 같은 기시감 덕입니다. 건물 붕괴부분에선 삼풍백화점이 지하철 사고에선 대구 지하철 사건이 떠오르면서 묵묵히 읽어나갈 수 밖에 없게 합니다. 

내용도 상당히 정성스럽고 꼼꼼하게 잘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런류 책들의 고질적인 에이 이게 말이돼? 혹은 이게 실제 상황에서 도움되겠어? 싶은구석이 거의 없고 그런 의문이 들겠다 싶으면 짧게라도 부연 설명이 들어 갑니다. 그래도 안되겠다 싶은건 '알려주세요' 형태로 따로 정리해 두는 등 참 꼼꼼합니다. 그리고 전문 분야가 아닌 부분은 출처를 명기하고 외부 자료를 통으로 가져오기도 하면서 저자의 지식, 경험 자랑 보다는 충실한 매뉴얼이라는 목표를 잘지켜냅니다. 
또하나 반가왔던건 요소요소에 TIP 이라는 형태로 종종 안전 체크리스트를 정리해 제공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유치원에 가게 되면 선생님이나 시설이 깔끔한가 분위기는 어떤가식으로 보게 되면는 이 책의 유치원 안전 체크리스트를 적어가 살펴보고 하나하나 점검하는데 이용할 수 있게 해준 점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저자들은 군더더기 없이 방대한 내용을 잘 정리해 담았고 출판사는 지루하지 않도록 또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잘 편집한 충실한 매뉴얼이라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전자책으로 읽었으나 종이책으로 사는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이책으로 사서 책장에 꼽아두지 말고 화장실 비치용으로 강력 추천입니다. 안전 문제 만큼은 아빠나 엄마 한두사람의 몫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지식이고 위기시에 매뉴얼에 따른 올바른 대처를 하려면 책장에 꼽아두고 한두번 읽고 마는것 보다 조금씩이라도 계속 반복적으로 머리속에 넣어두어야 하는 지식이라면 조금 우습지만 화장실 비치가 제격이지요(물론 화장실 들어갈때 스마트폰이나 이북리더기를 들고 들어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아니면 항상 눈에 띄는 거실 테이블 위라거나... 

이책은 항상 손닫는 어딘가에 두시고 책이 너덜너덜할때까지 읽기 위한 생활속 안전 매뉴얼로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여서... 

책 내용중 한참을 가슴 먹먹하게 만든 구절이 있었습니다. 
수학여행 챕터에 '선박 이동중 사고가 났다면' 부분은 이렇게 수정되어 있었습니다. 

- 원칙적으로 승무원의 안내 및 선장의 방송에 따르되,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을 경우에는 승객들끼리 질서를 유지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가 쉬운 장소로 이동한다. - 

안전 매뉴얼을 수정하게 만든 우리의 상황이 너무도 가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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