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어룸 > [퍼온글] 서글픈 사람들, 일러스트 몇 점
아침인 듯, 창 앞에서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는 여인.
마지막 전철인 걸까, 역시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
옆에는 커피물이 끓고 있고 팬케이크라도 굽고 있는 걸까?( 한가닥했던 젊은날을 말해주는 듯한 늙은 요리사 팔뚝의 문신.)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칠하느라 여념없는 젊은 여성의 표정도 심란하긴 마찬가지.
제기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산다는 것......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 연남동에 살 때 나는 아직 어린 주하를 데리고 마포도서관에 책 빌리러 부지런히 다녔다. 아이는 서가 사이사이를 숨바꼭질하며 돌아다녔고 나는 그 시간이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지하 매점에 가서 1000원짜리 카레라이스나 라면, 떡볶이를 사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었고, 도서관 옆 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서 모퉁이를 돌면 큰 헌책방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전직 장관과 몇 번 마주치기도 했다.
이 일러스트집은 그 헌책방 지하에서 어느 날 내 눈에 띄었다. 1959년, 1960년에 발간된 것으로 제목은 American Natives. 작가는 Eric Sokol이고 소개하는 이는 Steve Allen이다. 소개하는 이의 말대로 어쩌면 이렇게 웃긴 그림들이 비극적으로 느껴지는지......마음에 들어서 가진 돈을 몽땅 털어 샀다.(그래봤자 2만 원 안쪽으로 기억됨.)
일러스트들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4,5십 년 전 미국 보통 사람들의 일상도 뭐 지금의 우리와 그리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보이며 모두 60장의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책 표지가 궁금하시다고요?
하드커버의 초록색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