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규백님의 담 / 1990
당신이 쌓은 벽과 내가 쌓은 벽 사이에
꽃 한 송이 피어나고
당신의 지난 날과 내가 지나온 날들이
그 꽃 위에 바람되어 불고
당신의 고운 눈가엔 이슬처럼 눈물이
내 파리한 이마 위엔 굵은 땀방울이
그 애처러운 꽃잎 위에 촉촉이 내리고
당신이 쌓은 벽과 내가 쌓은 벽 사이에
그 꽃이 바람에 꽃씨를 날릴 때
당신의 고운 눈가엔 어느새 잔주름이
내 파리한 이마 위엔 굵은 땀방울이
그 애처러운 꽃잎 위에 따뜻이 내리고
당신이 만든 창과 내가 만든 창문 사이
그 꽃이 가득 피어 아름다운 꽃밭될 때
그 때...
-하덕규의 '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