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날의 꿈
연필로 명상하기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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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소중한 날의 꿈 (2011), 한혜진, 안재훈.

- 폐허가 된 그 때의 성 앞에서, 소중한 날의 꿈.

 

 

아직도 이따금 작가지망생으로서의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모르지만, 제 창작에 애정을 갖고 있던 분들이었죠. 그 사람들의 믿음과는 달리 저는 점점 글을 못 쓰는 사람이 되었고, 지금은 작가지망생의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 앞에 민망한 생각만 듭니다.

 

내가 꿈꾸던 세계와 현실세계의 괴리 앞에 조급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내가 뭘 모르고, 별에게 우주의 안부를 묻던 그 날들이 지금은 아늑하게만 느껴집니다. 소년이던 그 때, 매점보단 달 앞에서 찾는 친구의 어깨들을 토닥이던 시절이었습니다.

 

누구에겐 간절한 탈출의 숫자였을 스물(20)이 저에겐 순수의 종말로 다가왔습니다. 어른이 되어 세상과 타협해 살아가는 가식과 허위의 세계가 제가 쌓은 성을 뭉갤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유약했던 자기방어가 측은한 사랑의 계기들이 되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10대의 말미에 악착같이 지키고자 했던 순수가, 이제는 그 날을 여전히 이상적으로 기억하는 외부의 사람에 의해서만 환기되는 20대의 말미에 와 있습니다. 서른(30)을 앞둔 저는 스물을 앞둔 10대 때의 제가, 그렇게 간절히 유의했고 두려워했던 그 일들이 이미 벌어진 것인지 가늠이 되지도, 더 이상 연연히 되지도 않는 무뎌짐 속에 있습니다.

 

나의 세상과, 실제 세상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성을 빠져나와 이리 저리 밟던 자국들도 이제는 흐트러져갑니다. 그 때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내게 무어라 할지 두려워하던 시절도 이미 너무 예전처럼 느껴집니다. 유치하고 순진했다고 생각했던 그 때를 털어내고 변혁의 기치를 달릴 때, 같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친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는 네가 성장했고 더 나아졌다고 확신하지만, 내가 볼 때 너는 겉멋만 늘었고, 속은 더 약해졌다.”고. 그 소리를 들었던 당시 저는 울컥 치밀어 올랐고, 납득하지 못했습니다,만 지금은 그 뜻을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입니다.

 

<소중한 날의 꿈>을 보니, 약간은 제 ‘소중한 날의 꿈’이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그 때 그것은 어른이 되어버린 제가 볼 때 명백한 치기이겠지요. 하지만 그 치기가 세운 성이 폐허가 된 지금, 저는 정녕 더 강하게 성장한 것일까요.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고,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급급해하는 지금의 저는, 어쩌면 폐허가 된 성에서 오히려 뭔가를 찾아야 할 시기에 와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간절했던 내 안의 성을-

‘소중한 날의 꿈’을 세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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