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들의 익살
신동헌 지음 / 빛과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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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작곡가편> <재미있는 음악사이야기><재미있는 클래식 길라잡이> 등 클래식 음악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재미있는 입문서를 써온 저자가 이번에는 클래식 음악계의 명지휘자들을 소개했다.

이 책은 평소에는 멀찌감치서 경외의 눈으로만 봐오던 혹은 레코딩 자켓의 활자로서만 대하던 명지휘자들의 삶과 그 삶속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휘자의 화려한 경력이나 연주스타일 등 피상적인 요소만을 소개하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지휘자들의 음악활동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모습과 그들의 기괴하기까지 한 성격, 또 그로 인해 일어난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이 저자의 그림과 함께 조목조목 실려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에스트로’ 라고 불리는 명지휘자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의 일상담을 듣는 것처럼 지휘자들의 여러면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그의 책 안에서 ‘거장’ 들은 다시 살아나 우리의 옆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무겁고 딱딱한 내용이 아닌, 일상적이고 지휘자 각각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재미있는 일화들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클래식 음악과 지휘자를 보다 더 깊고 생생하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입문서이다.

그러나 각각 독립된 짤막한 내용들로 구성되고 보니 자칫 산만해지기 쉽고, 이따금씩 보이는 비문과 오타등 깔끔하지 못한 교정은 책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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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세사
미야쟈키 이치사다 / 신서원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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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중국역사학자이자 쿄토(京都)학파의 대표적인 학자인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책 「大唐帝國」을 번역한 것이다.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문체는 매우 간결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어렵고 복잡한 歷史書라는 장르적 한계를 넘어서 차분하고 정리된 서술로 그 이해를 쉽게 한다. 이는 그가 예시를 하거나 비유를 통해 설명할 때 매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고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적확한 어휘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漢왕조 말기부터 중국중세문명의 꽃을 피운 당제국의 멸망에 이르는 시기를 핵심적인 사건에 따라 잘 정리하고 있다. 중국의 중세는 군벌과 왕조가 난립하고, 저마다 天子를 칭하는 혼란과 무도의 시기였다. 권력이 가장 큰 미덕이 되고, 개인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권력을 잡기위해 심지어 일가친척과 부모형제까지 모두 적으로 돌려지는 비정한 시기였던 것이다.

이치사다는 이러한 ‘혼란의 중세에 역사의 전체가 집약되어 있다’ 고 할만큼 중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독특한 ‘數量史觀’ 으로 역사전체를 요동치는 주기의 연속으로 보고 중국의 중세를 ‘큰 골짜기의 시대’ 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차사다의 책을 읽는 묘미는 바로 담담한 어조로 서술되는 사건사이사이에서 드러나는 그의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다. 그의 이러한 문장들은 한 개별적인 사건에서 벗어나서 역사전체를 조망하는 통찰력으로, 또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값진 조언으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혼란의 시대’ 가 말해주듯이 막상 책을 읽을 때 무수히 등장하는 人名, 地名 등으로 다소 복잡하고 지루한 느낌이 있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재미있는 일화와 역사적 사건에 얽힌 사연 등은 이런 어려움을 잊게하는 오아시스다.

본인의 짧은 경험을 감안하더라도 이 「중국중세사」는 비교적 쉽고, 재미있지만 한편으론 깊이 있는, 무엇보다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역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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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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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에 대한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 이 <변신> 이라는 작품은 꽤 커다란 충격을 준 작품이었다. 자신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흉칙한 벌레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는 처음의 설정 부터가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고,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아주 일상의 사소한 일인 것처럼 여기고, 그 사실보다는 자신의 일에 대한 걱정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전전긍긍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었다.

카프카는 주인공이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유를 박탈당하고 자신의 본질, 즉 자신이 누구인가를 직장일이나 다른 사소한 일상의 일보다 훨씬 가볍게 취급합으로써 현대사회의 소외된 인간들을 빗대서 표현한 것이다.

작품을 끝가지 읽으면서 머리속에 남아있던 의문은 과연 그레고르가 왜 자신이 죽음을 당할 때까지도 자신이 벌레로 변한 엄청난 일에 대해서 그 이유나 자신의 운명,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았고, 그리고 무엇이 그를 이런 상태로 만들었는가 였다.

생각해 보건데, 이런 상태는 자신의 외적인 모든 것, 자신의 본질과 관련된 것이 아닌, 그 밖의 것, 가령 예를 들어 직업이나,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 신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사람의 본질적인 면이나 내면적인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서로 동떨어져 나뉘어져 있을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를 전혀 묻지도 않고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 그런 그 사람만의 인간적 특성을 필요로 하지 않고 모든 다른 관계가 형성되는 그런 사회에서 인간의 소외가 시작되고 심화되는 것이 아닐까?

작품에서도 그레고르의 생각에서는 자신이 벌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이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데 아무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만큼 그 사람의 본질과 사회적 관계는 분리되어 있고, 그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인간이 그 자신이 누구임을 잊어버리고 단순히 하나의 사회구성원으로써만 살아간다면, 혹은 그 사람의 사회적 역할이 그 사람이 누구인가 보다 비중이 훨씬 크고 중요해서 거기에 눌려 살아가는 경우라면, 인간은 한낱 기계부속품에 불과하며, 그의 삶은 인간으로써 무가치한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면서 과연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나가는가, 무엇이 인간적인 것이고, 무엇이 동물적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카프카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잊고 계속해서 소외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소심하고, 수동적이며, 자신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결국 벌레로 변한 상태에서 버림받아 죽어가는, 주인공 ‘그레고르’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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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나라 인간 나라 3 - 세계 정신 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 철학의 세계편 신의 나라 인간 나라 3
이원복 글 그림 / 두산동아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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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먼나라 이웃나라」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는 덕성여대 이원복 교수의 「신의 나라 인간나라」시리즈 세 번째 편이다. 이 편에서는 ‘철학’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과 그림으로 철학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중세, 르네상스, 계몽주의, 혁명시대, 반계몽주의를 거쳐 빈학파와 옥스브리지 학파, 현대사회의 철학에까지 짜임새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십분살린 철학교양서로서 만화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읽어넘길 수 없는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저자는 철학이 발생하고 발전해 온 과정을 화려한 어휘나 수식어 보다는 적절한 인용과 상황에 맞는 기발한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이원복 교수의 책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주제가 주는 그 무거움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쉽게 풀어나가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크다. 물론 이것으로 철학의 흐름을 완벽히 이해한다고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 분야의 입문서로서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하겠다.

주제가 철학이다 보니 다소 어휘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은 그 내용을 원전으로 대했을 때의 어려움에 비할바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엄밀한 글쓰기가 아닌 그림으로 내용을 전달하다가 보니 저자의 생각이 반영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또한 전체내용을 놓고 살펴 보았을 때 중심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지엽적인 부분이므로 독자들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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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감각 - Feel for Combat
서경석 지음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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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투감각」이라는 책은 저자가 육군소위로 월남에 파병되어 소대장, 중대장을 거치면서 겪은 생생한 전투 경험담을 담고 있다. 저자는 총알이 빗발치고,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머나먼 이국땅 베트남에서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 전투경험과 사건 등을 소상히 적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전쟁’ 과 그 일부분으로서 수행되는 ‘전투’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며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가를 담담하고 솔직한 어조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여기에 나오는 생생한 체험을 통해 얻은 여러 전투방법과 교훈들은 그 어떤 교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값진 것이다. 저자는 직접 전장을 체험하지 못한 후배 지휘관들에게 ‘계속 정찰을 다녀도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때 방심하기 쉽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다양하게 예측하고 예측한대로 훈련시켜라. 훈련한대로 싸운다.’ 등의 전투교훈에서부터 전장공포증, 대민작전, 적과의 심리전, 지휘자,지휘관으로서의 자세 등의 세심한 부분에까지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전쟁’ 이란 특수한 상황이 실제 어떤 것인가를 알아보는데 있어 실로 유익하고 귀중한 자료이자, 그 당시의 역사의 한 단면을 개인의 경험으로 재구성한 생생한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전쟁’에 대해 그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보다 폭넓고 깊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앞으로 군대에 뜻을 둔 사람은 물론 ‘전쟁’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一讀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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