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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의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카프카에 대한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 이 <변신> 이라는 작품은 꽤 커다란 충격을 준 작품이었다. 자신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흉칙한 벌레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는 처음의 설정 부터가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고,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아주 일상의 사소한 일인 것처럼 여기고, 그 사실보다는 자신의 일에 대한 걱정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전전긍긍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었다.
카프카는 주인공이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유를 박탈당하고 자신의 본질, 즉 자신이 누구인가를 직장일이나 다른 사소한 일상의 일보다 훨씬 가볍게 취급합으로써 현대사회의 소외된 인간들을 빗대서 표현한 것이다.
작품을 끝가지 읽으면서 머리속에 남아있던 의문은 과연 그레고르가 왜 자신이 죽음을 당할 때까지도 자신이 벌레로 변한 엄청난 일에 대해서 그 이유나 자신의 운명,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았고, 그리고 무엇이 그를 이런 상태로 만들었는가 였다.
생각해 보건데, 이런 상태는 자신의 외적인 모든 것, 자신의 본질과 관련된 것이 아닌, 그 밖의 것, 가령 예를 들어 직업이나,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 신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사람의 본질적인 면이나 내면적인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서로 동떨어져 나뉘어져 있을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를 전혀 묻지도 않고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 그런 그 사람만의 인간적 특성을 필요로 하지 않고 모든 다른 관계가 형성되는 그런 사회에서 인간의 소외가 시작되고 심화되는 것이 아닐까?
작품에서도 그레고르의 생각에서는 자신이 벌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이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데 아무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만큼 그 사람의 본질과 사회적 관계는 분리되어 있고, 그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인간이 그 자신이 누구임을 잊어버리고 단순히 하나의 사회구성원으로써만 살아간다면, 혹은 그 사람의 사회적 역할이 그 사람이 누구인가 보다 비중이 훨씬 크고 중요해서 거기에 눌려 살아가는 경우라면, 인간은 한낱 기계부속품에 불과하며, 그의 삶은 인간으로써 무가치한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면서 과연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나가는가, 무엇이 인간적인 것이고, 무엇이 동물적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카프카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잊고 계속해서 소외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소심하고, 수동적이며, 자신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결국 벌레로 변한 상태에서 버림받아 죽어가는, 주인공 ‘그레고르’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