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의 중국역사학자이자 쿄토(京都)학파의 대표적인 학자인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책 「大唐帝國」을 번역한 것이다.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문체는 매우 간결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어렵고 복잡한 歷史書라는 장르적 한계를 넘어서 차분하고 정리된 서술로 그 이해를 쉽게 한다. 이는 그가 예시를 하거나 비유를 통해 설명할 때 매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고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적확한 어휘를 구사하기 때문이다.이 책은 漢왕조 말기부터 중국중세문명의 꽃을 피운 당제국의 멸망에 이르는 시기를 핵심적인 사건에 따라 잘 정리하고 있다. 중국의 중세는 군벌과 왕조가 난립하고, 저마다 天子를 칭하는 혼란과 무도의 시기였다. 권력이 가장 큰 미덕이 되고, 개인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권력을 잡기위해 심지어 일가친척과 부모형제까지 모두 적으로 돌려지는 비정한 시기였던 것이다. 이치사다는 이러한 ‘혼란의 중세에 역사의 전체가 집약되어 있다’ 고 할만큼 중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독특한 ‘數量史觀’ 으로 역사전체를 요동치는 주기의 연속으로 보고 중국의 중세를 ‘큰 골짜기의 시대’ 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무엇보다 이차사다의 책을 읽는 묘미는 바로 담담한 어조로 서술되는 사건사이사이에서 드러나는 그의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다. 그의 이러한 문장들은 한 개별적인 사건에서 벗어나서 역사전체를 조망하는 통찰력으로, 또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값진 조언으로서 작용하기도 한다.‘혼란의 시대’ 가 말해주듯이 막상 책을 읽을 때 무수히 등장하는 人名, 地名 등으로 다소 복잡하고 지루한 느낌이 있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재미있는 일화와 역사적 사건에 얽힌 사연 등은 이런 어려움을 잊게하는 오아시스다.본인의 짧은 경험을 감안하더라도 이 「중국중세사」는 비교적 쉽고, 재미있지만 한편으론 깊이 있는, 무엇보다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역작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