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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영화 <고백>을 먼저 보고나서 관심이 생겨서 소설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섬뜩한 포스터나 어두운 분위기와 달리 소설의 표지는 해바라기의 뒷모습?을 연상케 하는 꽃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 원작의 내용과 상반되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평범한 모습과 다른 등장인물들의 내면(꽃의 뒷모습)의 고백을 보여준다라는 점에서 이런 일러스트를 선정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소설 고백은 하나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각 인물간의 독백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입니다. 여교사 딸의 죽음이 결코 사고가 아닌 타살이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면서 범인들에게 목을 죄여오듯 서서히 복수를 가합니다. 선생님이라는 사회적, 윤리적 반듯해야하는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딸을 살해한 학생에게 무자비하고 치밀한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신선할수도 또는 충격적으로 다가올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복수'에 초점이 맞춘 작품이 아니라 '독백'이라는 형식으로 한 가지 사건을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인물들의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고 나서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영화와 비교되는 이야기를 주로 하고자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거의 모든 부분이 영화의 모습과 생생하게 오버랩될정도로 두 작품 모두 원작의 내용을 잘 유지했다는 부분입니다. 다만 약간 다른 점은 영화에서는 나오키 어머니의 고백 부분이 있지만 소설에서는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언급은 됩니다.) 나오키 누나의 고백이 있다는 점이고, 나오키 누나가 어머니가 남기고간 일기장을 통해 이야기를 대신 합니다.
영화나 소설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영화는 소설보다 시각적인 분위기와 적절한 배경음악으로 청각적인 부분을 정말 훌륭하게 잘 살려냈습니다. 반면 소설은 영화에서 다소 부족했었던 인물의 내면적인 모습, 생각을 잘 묘사해줍니다. '살인'이라는 행위를 등장인물들의 고백을 통해 그들이 그런 행위를 저지르게 된 원인이나 계기, 정신세계를 보다 더 디테일하게 알 수 있었고, 많은 분량의 소설이 아님에도 치밀한 구성과 흡인력 있는 내용으로 인해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똑같은 상황이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어떻게 비치고 해석되는지를 잘 살려내었습니다. 충격적인 이야기긴하지만 인물들의 개인사정을 통해 그들이 그럴수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 여러 생각을 느끼게끔 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나 소설 한가지만 보신 분이라면 반드시 두가지를 다 보시는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