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기타 제작사 / 2012년 8월
평점 :
미출간


지난 3월 말부터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개봉 당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한달간 꾸준히 인기몰이를 한 작품입니다. 저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주중이라 관객이 별로 없을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조조임에도 주말만큼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가 아직도 인기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건축학 개론의 줄거리는 첫사랑이었던 그녀가 15년 후 다시 서른다섯이 된 건축가 승민(엄태웅)을 찾게 되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오버랩되며 시작됩니다. 스무살 대학교 1학년 때, 음대임에도 불구하고 선배를 따라 건축과 수업을 수강한 서연(배수지)을 처음 본 승민(이제훈)이 관심을 갖게 되고, 더군다나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을 알면서 둘은 친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둘이서 알콩달콩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갑니다.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받는 이유는 바로 '사랑의 추억'을 되살려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연애를 해봤건 안해봤건간에 살면서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은 짝사랑을 해보게 됩니다. 단순히 커플의 로맨스였다면 솔로인 사람들이 공감을 못했을 수도 있지만, 첫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점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진한 여운으로 남는것 같습니다. 그덕에 커플끼리 보기보다는 혼자 보기 좋은 영화라고 알려져있기도 합니다. 물론 커플이 첫사랑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누구보다도 순수했던 그 시절, 한번쯤은 겪어 봣을법한 풋풋한 연애. 그리고 그와 그녀만의 추억. 특히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노래가 나오는 순간 온몸에서 전율이 흘렀습니다. 어린 학생들보다 20대 후반 ~ 30대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가장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연령대라고 생각합니다. 90년대 후반을 떠오르게 하는 패션과 음악, 그리고 각종 소품(CD플레이어) 등이 티테일한 부분을 살려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약간 아쉬운 부분은 개봉시기를 봄으로 맞춘것이라 촬영상 힘들었겠지만 벚꽃풍경이 어우러 졌으면 더욱 봄날과 첫사랑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그럴듯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가인의 조금 부자연스러운 연기가 흠이었다고 봅니다. 어린 승민역의 이제훈씨는 수줍고 풋풋한 모습을 잘 살려주었고, 그에게서 박해일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엄태웅은 어른 승민의 짜증스런 연기를 잘하긴 했는데, 어릴때 그렇게 순수하던 승민이 15년만에 저렇게 짜증스런 인물로 바뀐점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그만큼 금전적인 문제에 대해 늘 시달렸던 그였기에 각박한 삶속에서 그렇게 변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수지와 한가인의 매칭이 잘 안된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한가인 모습에서 무언가 몰입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면 어린 승민의 친구역의 조경석씨의 연기가 영화에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봅니다. 다소 진지하고 어색할 수 있는 부분을 잘 메꿔주면서 관객에게 종종 웃음을 유발해주는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뭐 영화니까 그런거겠지만 결론적으로 서연이 15살 후 그를 다시 찾으면 안되는것이라 생각합니다. 잘살고 있는 사람한테 찾아와서 마음속을 뒤집어 버린 점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 아니었을까.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건축학수지, 수지학개론 이라고 불릴만큼 수지양이 영화에서 다른 인물보다 차지하는 비중은 큽니다. 한 때 미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한가인 이었지만,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니, 사람들이 어리고 이쁜 수지양을 좋아하는건 당연하지만 한편으론 세월의 흔적 앞에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나의 이야기 같고, 풋풋했던 시절이 절로 떠오릅니다. 강한 임팩트가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잔잔한 여운과 아름다운 첫사랑의 감동이 있는 영화라고 봅니다. 제 마음속에 봄이면 항상 떠오르는 영화가 <4월 이야기> 였는데, 건축학개론을 통해서 새로운 봄날의 영화가 마음속에 자리 잡은듯 합니다. 아마도 올 봄 최고의 영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 제 점수는 8.6점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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