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유각집 - 상 - 시집 1권, 2권
박제가 지음, 정민.이승수.박수밀 외 옮김 / 돌베개 / 2010년 2월
평점 :
책 표지 안쪽에 지은이 박제가에 대한 평이 나온다
'기상은 컸고 성격은 굳고 곧았다 시문은 첨신하며 활달했고, 필세는 날카롭고 굳세었다 학문은 개혁적이면서도 실용적이었는데,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에게 영향을 주었다'
읽는 내내 나는 산에서만 맡을 수 있는 향기를 느꼈다 빗물에젖은 송진, 젖은 흙, 풀내음... 책의 속 표지에 그려놓은 박제가의 모습은 날카롭기 그지 없는데 그가 쓰는 언어들은 자연물을 경험케 했다 정조의 서얼허통 정책에 따른 짧은 검서관 생활 이후 밀려오는 그리움이나 서러움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것 뿐일까?
얼마전에 할머니 생신이라 가족들 모두 고향 여수에 모인적이 있다 내 생활에 바빠 대부분 가족들을 근 8년만에 만난 것이다 이런저런 덕담이 오고가는 중에도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마냥 어리고 미숙해서 업고 돌아쳐야만 할 것 같던 사촌동생들이 성인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 십년전 암으로 돌아가신 둘째 작은아버님 아들이 커갈수록 그 분을 닮아간데는 충격에 가까웠다 음주 습관까지...(작은아버님은 과로와 음주가 원인이 되어 병을 얻으셨었다 ㅠㅠ)
그 분이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와 다른 형제분들은 할머님께 차마 알리지 못하고 장례를 치뤘었다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던 중, 할머니는 그 애가 어쩜 저리도 자기 아버지를 닮았느냐고 목이메어하셨다 그 때 이녀석 한다는 말,
"날씨 조오~타!"
여상하게 들릴수 있는 말이었지만, 그 상황과 맞물려 내게는 그 애 말이 역설로 들렸다.햇빛 찬란한 그 날 오전, 누군들 그 빈자리가 어색하지 않았으랴...
내게는 이 책이 그런 느낌이었다
비온뒤 산을 두르고 있는 안개가 피부에 닿을때 드는 서늘한 느낌마저 나는 그렇게 경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