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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터가 심상 찮은 이 책. 처음에는 추리물인가 했다.정말로 누군가가 어떤 사람 소유의 치즈를 가져갔나 부다 싶었다. 그러면서 그려볼 수 있는 장면 하나. 큰 홀이 있는 부엌을 주방 기구와 쾌적한 주방용품으로 가득채운 전문 요리사가 라쟈냐나 치즈오븐 스파게티등을 만들려고 재료를 준비하다가 메인 재료이자  값비싼 까망베르나 에멘탈 치즈를 도둑맞고 망연자실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하지만, 그런 내 예상을 깨고 C창고에서 살고 있는 두마리 쥐와 두 꼬마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서두에 나온다. 이런, 한 방 먹은 느낌이다. 어쨌든, 그렇게 읽어나간 책은 나에게 현재의 일과 생각에 일침을 가하고 모든 것을 뒤집어 엎어서 다시금 머리속을 정리하게 했다. 

물론 읽은 사람 맘이지만, 여러 사람에게 있어 읽은 책의 각자 해석이 다르듯이 나에게 이 책은 정체성을 말하는 책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있어 정체성은 결국 평생에 걸쳐 이루고 싶은 꿈인데 나 혼자 먹고 즐길만한 치즈보다는, 여러 사람 함께 먹고 배부를 국수나 밥이 아니라서 제목이 좀 아쉽기도 했다.  

 C창고의 치즈가 다 떨어진 것을 알고 스니프와 스커리라는 쥐 둘은 즉시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선다. 반면, 늘 먹던 치즈의 창고가 텅 빈 것을 본 두 꼬마인간 헴과 허는 망연자실해서 현실을 비관(?)하고 주저앉아 있는데 그러기를 몇 일, 허는 그 상황을 박차고 역시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선다. 매번 두려워 하고 좌절하면서도 드디어 스니프와 스커리가 있는 N치즈 창고에 도착하는데, 허는 그 여정과 결과에서 오는 지혜들을 벽에 기록해 둔다. 그 중 내가 가장 주목했었던 말은 이것이다.-빈 창고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미로 속에서 찾아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작년 말  나의 상해서 골은 냄새를 풍기는 치즈는 어떤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했던 이 책으로 인해  나는 십여년을 해오던 일을 그만두었다.발전 가능성도 없고 그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내 안에 있어 필요했던 변화는 상해서 냄새마저 골았을 지언정, 안정된 삶을 누리게 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은 후 되짚어 본 나는 내가 10대와 20대를 지탱했던 그 꿈, 나와 여러 사람들을 함께 기쁘게 할 그 꿈에서 한 참 멀어진 나를 알아챈 것이다. 나의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방황에서 지켜낸 그 꿈은 내게 있어 곧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먼지에 묻히듯 기억도 묻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텅텅 비어있거나 상해가는 치즈로 안주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문을 나섰다. 

   지금은 허가 치즈 창고를 찾기 전 벽에 글씨를 쓰며 지나가는 여정이라고나 할까? 책은 앞으로 있을 결과를 긍정적으로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마력이 있는 듯하다. 사실, 변화된 지금의 환경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나 몇 백배의 희망이 그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나를 더 많이 웃게 해서다.  생각만 해도 배부른 그 것, 든든한 포만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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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간서치님의 "#8-외로움, 그 친근한 이름"

댓글 주신 것 인제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는 걸 알고 며칠동안 열심히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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