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번의 상상 - 부산 개금동에서 뉴욕 카네기홀까지
김지윤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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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자기계발, 자기실현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듯 진정성 있는 음악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피아노, 유학, 카네기홀..


광고, 홍보 카피를 보면 꽤 자주 접해봤던 그림이 그려진다.

곱게 자라 유학 가서 성공한 K-뮤지션의 이야기.


그런데 첫장부터 뭔가 달랐다.

이야기에 힘이 있었고, 서울, 뉴욕, 지적이고 인품 있는 부모, 양육환경..이 아닌

불안한 가정, 부산, 순탄치 않았던 개인사가 나온다.


이런 이야기는 이제 인생의 중반을 넘긴 내게도 묘하게 도전과 희망을 준다.

젊은 여성들이 많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장을 넘기며 나도 모르게 '브라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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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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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매우 영리한 제목이다. 잘 지었다 !

세상에 화학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표지 그림 (영어판, 한글판 모두)을 보니 매력적인 여성의 이야기인 듯한데, 화학, 과학 교육에 대한 관심에 소구하는 책일까? 


책의 초반부를 읽으면서는 고개가 갸우뚱 거려졌다.


페미니스트 이념을 설파하는 책인까?

그리하여 시니컬하고 자조적인 내용일까?

요즘 화제인 K-드라마 주인공처럼 '탁월한 능력을 지녔으나 사회성은 부족한' 소수자로서의 인물 이야기를 그리고자 한 것일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캐릭터 설정이 약간은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라는 느낌도 잠깐,

박진감 있는 스토리 전개에 금세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일단 시공간적 배경이 1960년대 미국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까칠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의 사고와 행동방식에 감정이입해보려는 노력을 해 보았다.


나 또한 90년대 미국과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치 세상은 언제나 이러했고, 영원히 이러하다는 인식으로, 스스로의 방식을 만들어가며 순응할 수 밖에 없었던 세월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견고하기만 했던 이런 체제는 불과 지난 5~6년, 최근 들어서야 약간의 변화가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달까.


이제 어느 정도 연륜이 되다보니 책을 읽을 때, 본문에 완전히 몰입하기 보다는 저자의 의도, 저자의 목소리를 감지하려 하는 습관이 든 것이 사실이다. 책날개에 나온 저자의 양력을 보아하니, 미국과 영국을 오고 가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는 대목이 나와 자전적 요소가 많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워킹우먼, 워킹맘으로서 감내해야했던 고충과 불평등 같은 것에 대한 모종의 해소가 필요했을까, 상상만 하다가 결국 1편으 마지막장을 덮은 후 저자 인터뷰들을 찾아보고야 말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두드러진 단서는, 65세에 첫 책을 낸, 세련되어 보이는 전문직 여성이라는 배경. 


책날개에 나온 사진에서 받은 다소 차가워보이는 인상과 달리 저자는 매우 쾌활하고 다정다감한 소유자인 듯했다. 며칠간 내내 들었던 목소리에서 의외의 따스함을 발견할 수 있어 안도하기도 했다. 저자는 자신의 엄마가 엄마 역할을 했던 시대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이 책을 내기까지 98번, 출판사들의 거절을 받았다고 한다. 책 본문에서 주인공의 정신과 체력에 버팀대가 되어 주기도 하는 '조정'이 삶에 비유하는 대목이 많은데, 저자가 보여준 의도와 끈기에 독자소로서 동참할 수 있게 된 점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왜 화학이었을까.


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으로 다시 돌아가 보았다.

세상에 화학이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세상에 물리 아닌 것이 없고,

세상에 수학 아닌 것이 없다.

그렇게 따지자면, 또 세상 모든 일은 '태도'와 마음가짐'에 좌우되는 것이고.


하지만 화학이 특별한 이유는,

화학은 변화를 일으키고 변형을 초래한다는 게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원소 하나하나 그 자체로보다, '반응'으로서의 작용이 더 중요한 화학.

화학작용은 상호 반응으로 인한 불가피한 변화가 일어나는 게 그 이치가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원숙한 시각, 동시에 잘 벼려져 녹슬지 않은 감각으로 마침내 이런 책을 내 준 작가에게 큰 응원과 고마움의 박수를 보낸다. 책의 내용에서 재미와 긴장감 고조의 즐거움을 느꼈다면, 저자의 서사와 의지와 결과물에 가슴뭉클한 화학반응이 몽글몽글 일어난 그런 반갑고 멋진 책이었다.





그러더니 명랑한 기색으로 엘리자베스의 두 손을 덥석 잡고 꼭 쥐는 게 아니겠는가. 메이슨의 말은 솔직히 말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이제껏 그녀가 들었던 말과 비교해보면, 마침내 처음으로 희망이 보이는 말이었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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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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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키우기에 관심이 생기던 차에 실질적인 지식과 함께 지름길 통찰도 얻어볼까 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어린시절을 자연에서 보냈다고는 하지만 온실 속에서 자란 듯한 작가의 성향에 100% 몰입되지는 않았다. 육아와 가사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 하는 이상주의자의 시각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펼쳐지는 작가의 이야기는 다음 장을 궁금해하며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지만, 작가의 유려한 그림 하나하나에 해당 식물의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은 큰 실망과 의아함으로 남는다. 기타 다른 사항들도 적어본다. 


1) 상담자, 선생님 호칭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상담 장면에서 공식적으로 상담자- 내담자 로 구분한다. 상담자란, 상담을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런데 상담을 받는 사람이 상담자이고, 상담을 진행하는 사람은 뜬금없는 선생님? 이라니. 차라리 나, 라고 편안하게 호칭하면 어땠을까? 때로 내담자가 어머니, 아이가 되고 그들을 구분하여 표기하고 싶었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래도, 내게는 이 부분이 내내 걸렸고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2) 같은 맥락에서, 굳이, 모든 상담내용, 대화를 '거르지 않고' 죄다 풀어 기술하는 것이 옳았을까? 에세이이지, 논픽션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느낀 이유는, 작가의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와 어휘력이 실제 상담내용에서 구사된 언어와 간혹 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점 또한 작가에 대한 상상, 캐릭터에 대한 그림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는 요인이었다.


3) 이상과 현실. 물론 적용의 영역이다. 식물학자로서 무지한 일반인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 좀 더 느껴졌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무지해서 그런 것이지, 야만과 잔인성으로 인해 자행하는 것들이 아니지 않은가. (예: 베란다에서 키우는 화분) 나의 지식과 섬세한 감수성이 판단하고 가르는 잣대가 되면 슬프지 않을까. 함께 나아가는 지점, 나의 지식을 전달하고 어쩔 수 없는 중간지점을 모색하려는 모색이 발견되면 좋겠다. 어쩌면 그 지점이, 저자의 그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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