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한 그대가 희망 새로 봄 시리즈
한민택 지음 / 생활성서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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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을 보고 사람의 웃는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미소(微笑)가 아니라 아주 적음이라는 뜻의 미소(微小)라는 걸 뒤늦게 알아채고 혼자 멋쩍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부족한 어휘력에 한숨을 쉬다가 문득 이런 제 모습도 사랑스럽게 봐주실 하느님이 떠올라 살며시 입가에 미소(微笑)가 지어졌습니다. 미소(微小)한 존재의 미소(微笑), 의미는 다르지만 작고 연약한 존재의 결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두 단어의 본질은 같다고 여겨집니다. 구약과 신약에서 나타난 정의와 심판, 사랑과 자비는 상황에 따라 가끔 극단적인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육화의 신비로 세상을 비추신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은 깨닫게 됩니다. 구약과 신약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본질은 오직 하나, 사랑이라는걸.

하느님께서 인간의 비참함을 굽어보셨으며 그들을 위해 친히 인간의 삶으로 들어오셨기 때문입니다. p.94

연약한 인간의 육체로 자신을 낮추신 것도 모자라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유년기를 보내셨던 예수님은 제자들을 뽑으실 때도 세속적 기준을 따르지 않으셨습니다. 흔히 말하는 스펙과 인맥, 학벌을 모두 무시하고 당신을 따르고자 하는 마음을 먼저 보셨지만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즉흥적인 제자 베드로의 경솔함에 가끔 핀잔을 주기도 하셨고, 고작 돈 몇 푼에 예수님을 팔아버린 유다의 배신에 상처를 받기도 하셨을겁니다. 여러가지 인간적 결점과 한계로 예수님을 곤혹스럽게 하던 제자들, 심지어 그들은 십자가 수난을 앞둔 예수님을 홀로 방치한 채 각자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배은망덕한 행태까지 일삼습니다. 그럼에도 부활하신 예수님은 결코 그들을 내치지 않으십니다. 스스로 인간의 몸을 취하셨던 성자께서는 타고난 신성으로 인간의 치명적 결점까지 꿰뚫어 보셨기에 그들을 깊이 헤아릴 수 있었고, 제자들의 치부까지 사랑으로 끌어안을 수 있으셨습니다. 인간 본질의 왜소함, 그로 인해 위태롭게 붕괴되는 삶을 하느님의 완전함으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그리스도는 세상에 오셨습니다.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 속에 오직 사랑으로 존재하기 위하여.

지극히 미소(微小)한 존재에 불과한 인간을 위해 당신의 아들을 내놓으신 하느님,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어루만지기 위해 기꺼이 육화의 신비를 선택하신 그리스도. 대림과 성탄을 앞둔 지금 이 시점, 우리는 얼마나 그분에게 삶을 내어드리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묵상해봐야 할 것입니다.

인류의 구세주를 잉태하고도 하느님 뜻에 묵묵히 순종하셨던 성모님, 미소한 우리들을 기억하며 바치셨던 그분의 노래 <마니피캇>을 나직한 목소리로 읊조려보는 이 순간, 천사의 날개가 귓전을 스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Un ange pa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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