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늘 미안하다
김용태 지음 / 생활성서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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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엇갈린 폰트를 보고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말은 ‘사랑한다’가 아니라 ‘미안하다’라는 한 마디라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건네기 힘든 말이라며 덤덤하게 고백했던 영화 평론가가 떠올랐습니다. ‘더 주지 못해서, 이것밖에 해 줄 수 없어서, 이 정도밖에 안돼서’(p.9) 그저 미안한 마음, 그 진심을 마주보고 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표지에서 느껴져 마음이 저렸습니다. 온전히 전하지 못한 진심의 무게가 버거워서, 엇갈린 사랑의 타이밍이 아파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제때 건네지 못했던 마음을 헤아리고 감싸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담긴 책 <사랑은 늘 미안하다>는 세상에서 소외된 작은 이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말하면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김용태 신부님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안타까움은 적극적인 행동으로 드러나야 하며 작은 이들을 지나치지 않는 예수님의 사랑에서 깨달음을 얻을 것을 설파하십니다. 영적인 갈증에 시달리는 사마리아 여인과 가장 높은 직급의 세관장이었으나 볼품없는 용모와 세속적 기질 때문에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았던 자캐오에게 다가가 그들의 공허와 결핍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채워주셨던 예수님. 세상의 변방에 머물러 빛으로 나아갈 수 없던 작은 이들, 그들의 아픔에 귀 기울기고 공감하며 진정한 연대의 길을 걸으셨던 예수님의 삶을 따를 것을 신부님은 말씀하십니다.

죄인을 추궁하고 단죄하기보다 그들의 나약함을 끌어안아주셨던 예수님의 마음은 베드로를 대하는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세 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했던 베드로의 마음이 ‘악惡’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에서 기인한다는 걸,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걸 알면서도 예수님은 베드로를 놓지 않으셨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극명히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자신의 아들을 배신한 제자를 내치기는커녕 따스한 손길로 다독여주시며 부활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간직하셨던 성모님 또한 하느님 사랑의 분명한 징표였습니다. 십자가의 어둠을 극복하는 부활의 빛은 이미 성모님 안에 내재해 있던 것.(p.63)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 속에서 하루하루 고통으로 신음했던 작은 이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 그들의 아픔을 보듬고 헤아리셨던 예수님의 삶은 삼위일체 정신의 발현, 그 자체였습니다.

책을 덮고 다짐했습니다. 비록 녹록치 못한 여정이 될지라도 예수님과 성모님의 삶을 가슴에 새기며 살겠노라고. 최고선이신 하느님을 향한 사랑(Caritas)을 지향하며 나의 작은 것부터 봉헌하는 삶을 살겠다고 기도했습니다. 어긋난 타이밍으로 전할 수 없던 진심이 후회와 회한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소중한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그분 안에서 부활의 빛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사랑, 그 자체로 우리를 용서하고 매 순간 새로운 존재로 각성시키는 그분의 뜻이 드러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부족한 글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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