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시선집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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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인사를 시키려고

당신을 처음 고향 마을에 데리고 간 날

밤의 마당에 서 있을 때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 이마에 날아와 앉았지


그때 나는 가난한 문학청년

나 자신도 이해 못할 난해한 시 몇 편과

머뭇거림과

그 반딧불이밖에는

줄 것이 없었지


너무나 아름답다고,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해 줘서

그것이 고마웠지

어머니는 햇감자밖에 내놓지 못했지만

반딧불이로 별을 대신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자란 고향에서는

반딧불이가 사람에게 날아와 앉곤 했지

그리고 당신 이마에도

그래서 지금 그 얼굴은 희미해도

그 이마만은

환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지 


_류시화_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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