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세계가 없는우유를 마시다가 잔에 금이 간 것을 본다이걸 버릴 수 있겠군이젠 버릴 수 있어가차없이우유잔을 치워버리니내 방이 그 잔만큼 더넓어진다도발되어 나는책상 서랍을 뒤집는다옷장을, 화장대를 뒤집는다샅샅이그들은 떨고 있다자신에 금이 갔는지 안 갔는지알 바 없고 알지 못하면서더 이상 볼펜이 아닌 볼펜더 이상 달력이 아닌 달력더 이상 편지가 아닌 편지더 이상 건전지가 아닌 건전지더 이상 메모가 아닌 메모더 이상 향기가 아닌 향기를 풍기며병 속의 꽃은목까지 죽이 되어그러나 얼굴은 극단의 건조를 보이고 있다뿌옇게 버캐진 거울 속에서나는 영정처럼 내 방을 내다본다때때로 그들도 돌아올까?칼로 사과를 먹다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구불구불 길어진다.사과즙이 손끝에서손목으로 흘러내린다.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무심히 칼끝으로한 조각 찍어올려 입에 넣는다."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언니는 말했었다.세상에는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그 또한 가슴이 아프겠지)칼로 사과를 먹으면서언니의 말이 떠오르고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아아, 그때 나,왜 그랬을까.......나는 계속칼로 사과를 찍어 먹는다.(젊다는 건,아직 가슴 아플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그걸 아직두려워한다는 건데.)
더 이상 세계가 없는
우유를 마시다가 잔에 금이 간 것을 본다
이걸 버릴 수 있겠군
이젠 버릴 수 있어
가차없이
우유잔을 치워버리니
내 방이 그 잔만큼 더
넓어진다
도발되어 나는
책상 서랍을 뒤집는다
옷장을, 화장대를 뒤집는다
샅샅이
그들은 떨고 있다
자신에 금이 갔는지 안 갔는지
알 바 없고 알지 못하면서
더 이상 볼펜이 아닌 볼펜
더 이상 달력이 아닌 달력
더 이상 편지가 아닌 편지
더 이상 건전지가 아닌 건전지
더 이상 메모가 아닌 메모
더 이상 향기가 아닌 향기를 풍기며
병 속의 꽃은
목까지 죽이 되어
그러나 얼굴은 극단의 건조를 보이고 있다
뿌옇게 버캐진 거울 속에서
나는 영정처럼 내 방을 내다본다
때때로 그들도 돌아올까?
칼로 사과를 먹다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
(그 또한 가슴이 아프겠지)
칼로 사과를 먹으면서
언니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
아아, 그때 나,
왜 그랬을까.......
나는 계속
칼로 사과를 찍어 먹는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