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 우리 아들은 내 짐도 아니고 내 어두운 그림자도 아니에요. 애는 그냥 애예요.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애도 아니고. 그렇게 치면 나도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존재일 테고. 내가 내 아들보다 정말 잘 태어난 생명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어요? 그러니 그게 아닌 거죠.

제일 나쁜 건 제가 장애인의 아버지란 게 아니에요. 제일 나쁜 건 저에게 둘러댈 만한 확실한 핑계거리가 있다는 거죠. 이 애는 내 삶이 힘들다는 언제나 편리하게 내세울 수 있는 핑계일 수 있다는 거죠. 애를 보면 누구나 내가 힘들 거라고 쉽게 생각하니까. 저는 힘들면 아들 때문이라고 하면 되는 거죠. 그럼 간단하죠. 그러나 애가 아니어도 사는 건 어차피 힘들어요. 애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힘들 때도 많아요. 사는 건 복잡하고 까다롭고 제멋대로이고 엉망진창 뒤죽박죽이죠. 그렇지만 태어난 것을 생각하면 변함없이 낯설 정도로 까마득하게 신기하기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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