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문학동네 시인선 209
박연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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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타르트를 먹다
그 속에서 잠든 아버지를 꺼냈다

냅킨에 올려둔 아버지가 아가미를 뻐끔대며
무언가 말하려 했다
반죽 속 깊이, 그의 입을 다시 묻었다

어둠 속에서 사라진 입이 들썩였다

“당신은 입이 없어요.”
알려주자 고요해졌다

그때 냅킨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아버지의 말이 태어났다

“미안, 나 먼저 죽을게.”

또?

손바닥을 내리쳐 식탁 위로 지나다니는 말을 죽였다
두더지 게임과 비슷했다

냅킨으로 입을 닦고 식사를 마쳤다

일어나 밖으로 나오는데
허리 아래로 후드득

진눈깨비가 내렸다

_박연준_진눈깨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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