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구판절판


도영은 연애를 스포츠에 비유대 떠들어대기를 좋아했다. 그의 논리는, 연애란 결국 단 한 사람의 짝을 찾는 게임이라는 것. 그러니 화려한 개인기를 펼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여 99승을 거두었다 한들 마지막 경기에 패해버리면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거다. 하지만 아흔아홉 번을 줄기차게 져왔더라도 마지막 경기만 이기면 단번에 사랑의 승리자가 된다는 얘기였다. -81쪽

한국 남자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 노골적으로 떠들어대기를 좋아하는 부류와, 그에 대해 전혀 입을 떼지 않는 부류로 나뉜다. 도영이 전자라면 준호는 후자였다. 특별히 그것이 사생활의 영역이라는 의식이 강해서만은 아니었다. 준호는 타인에게 둘만의 내밀한 몸짓과 언어를 단편적으로 까발리는 일이 어쩐지 부끄럽게 여겨졌다. 그 부끄러움은 상대 여성에 대한 배려의 감정과 맞물려 있었다. 둘 사이의 정서적인 앞뒤 맥락을 뗴어버리고 섹스의 행위만을 뚝 잘라 공중에 내보이는 것은 상대 여성에게 무참한 폭력이 될 수도 있었다. 준호는 사랑하는 여자 혹은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그런 식의 모욕을 주고 싶지 않았다. 도영이 녀석도 궁극의 그녀를 만난다면 지금과는 달라질지 몰랐다.-83쪽

준호가 가만히 민아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왼손과 오른손을 잡은 채 밤길을 걸었다. 누가 왼손이고 누가 오른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별은 높이 반짝이고 봄꽃들이 뿜어내는 향내는 아스라했다. 귓가에 종소리가 잘랑거리는 밤, 저 우주 만물 사이에 작동하는 오묘한 섭리 앞에 무릎 꿇고 고해성사를 바치고 싶어지는 밤, 봄밤이었다. -111쪽

어떤 관계에서든 더 많이 말하는 사람은 있다. 연인들은 필연적으로 역할을 선택해야 한다. 굿 스피커가 될 것인가 아니면 굿 리스너가 될 것인가. 말할 것인가, 들을 것인가. 던질 것인가, 받을 것인가. 그들이 서로에게 매혹된 원인은, 각각 상대방이 아주 훌륭한 청자라고 믿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114쪽

엄마처럼 평생을 종종거리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젠 엄마만큼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157쪽

이별과 맞달뜨릴 때마다 '죽고 싶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하는 이는 드물었다. 물론 비련의 사랑을 애꿎은 생명으로 되찾으려 드는 무모한 젊은이도 없지는 않았지만 목적을 이룬 숫자는 매우 미미했다. 눈물은 오래지 않아 마를 것이고 그들은 머지않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다시 사소하게 꿈꾸고 사소하게 절망하고 사소하게 후회하기를 반복하다보면 청춘은 저물어갔다. 세상은 그것을 보편적인 연애라고 불렀다. 대개의 보편적 서사가 그러하듯이 단순하고 질서정연해서 누군가에겐 아름답게, 누군가에겐 참을 수 없이 지루하게 여겨졌다.-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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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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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이도우 작가. 잔잔하고 섬세한 문체, 현실적인 공간과 이야기들. 이도우 작가에게는 평범한 일상들을 특별하게 짜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섬세하게 만져지는 문장들에 기대어 한권을 쉼 없이 읽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는 순간들도 찾아왔다. 마음이 뻐근히 아파오는 이야기, 그렇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이유 모를 엄마의 부재로 외할머니 댁에 맡겨진 고둘녕. 같은 또래의 이종사촌 수안은 갑자기 나타난 이 아이에게 경계심을 품는다. 아이들이라면 으레 그렇듯이 몇개의 사건 이후로 이 둘은 콩과 콩깍지와 같은 사이가 된다. 감성이 풍부한 두 소녀들은 계몽사소년소녀전집을 읽어내려가며 '황금빛 먼지가 흩어지는' 유년을 함께 보낸다. 이 소설은 둘녕과 수안이 성장소설 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성장소설 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유행했던 계몽사소년소녀전집 속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깨알같이 박혀있다. 나 또한 엄마가 웅장하게 사다 놓은 그 계몽사 전집을 들고 앉아 어린시절을 보냈으니, 책 속 이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 시절 내게 수안과 같은 콩깍지가 있었더라면, 마냥 어리기만 했던 그 시간이 좀 더 행복했을까.

 

 

 세월은 상처를 잊기엔 너무 느리고, 무심했던 이들의 근황을 따라가기엔 너무 빨랐다. P.452

 

 

 자신을 외갓집에 놓고 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는 둘녕, 어린 시절엔 너무 이해하기 어려웠기에 생채기로 남은 죽음들... 여러 상처들을 딛고 시간은 공평하게 흐른다. 책을 많이 보고, 조숙했던 수안이 선택한 마지막 길은 너무 분명했다. 하지만 끝내 책장을 넘기면서도,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길 제발 그러길 얼마나 바랬었는지. 수안의 마지막 선택 길에 둘녕은 끝끝내 동행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 표를 들고 마침내 버스정류장의 모든 개표소가 문을 닫을 때까지 우두커니 앉아 그녀가 했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둘녕은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뒤에, 그들에겐 많은 의미가 담긴 잠옷을 손으로 지어 수안에게 보낸다. 그 먹먹한 마음들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상처는 상처로 남겠지만 세월은 흔적을 남긴다. 둘녕과 수안, 이 둘이 너무 예뻐서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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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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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이해해주던 마음은 상대가 선을 넘는 걸 깨닫는 순간 경고음을 보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의 깊은 곳을 엿본 기분일 때, 우리는 실망했고 배신감을 느끼며 약간씩 상처받았다. -258쪽

누군가 힘들 때 그걸 고쳐주는 일은 쉽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는 걸. -298쪽

무엇이든 더 좋은 것, 가장 좋은 것이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걸 원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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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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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 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주는 행복과 불행은 달라집니다. 자기의 삶을 늘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늘 놀이로 생각하세요. 이게 가능할 때 인생도 행복해집니다.-57쪽

내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나의 문제입니다. 오르기 어려운 절벽을 맞닥뜨렸을 떄 어리석은 사람은 거기서 좌절하고 절망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뻐하며 되돌아가든지, 아니면 어떻게 하면 절벽을 올라갈 수 있을까를 연구합니다. 여러 각도에서 연구하지 거기서 울며 주저앉지는 않아요.
그러니 어떤 장애에 부딪힐 때는 깨끗하게 포기해도 좋고, 아니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통해서 극복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면 그 장애가 나한테 복이 돼요. 그걸 극복했다는 것은 그만큼 내 능력이 커졌다는 얘기니까요.-71쪽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 아닌 줄 아는 게 바로 진리입니다. 이해관계로 뭉친 사이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떄 타인에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내가 저 사람과 이해관계로 결합하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저 사람이 나에게 이해관계로 접근하는 것을 발견할 때, 그를 비난하지 않게 됩니다. 나도 그렇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에요. -90쪽

이렇게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보며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 보면 굳이 사랑이라는 말을 내세우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때 비로소 사랑이란 말을 안 써도 사랑인 겁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사랑인 거예요.-93쪽

집착은 의지심에서 옵니다. 집착이 강한 것은 의지심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집착은 사랑이 아니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괴롭고 힘듭니다.-124쪽

"제1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은 맞지 마라."-153쪽

어떤 누구도 나의 행복을 해칠 수 없을 만큼 스스로 서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157쪽

그냥 하면 돼요. 어차히 한 번에 성공하게 되면 다른 일을 또 해야하지 않습니까? 결국 그 시간에열 가지를 하든, 하나를 갖고 열 번 하든 인생은 똑같아요. 높은 고개를 한 번 넘으나 작은 고개를 열 번 넘으나 높이는 어차피 똑같이 올라가는 거예요.
따라서 되고 안 되고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에요. 무조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겁니다. 세상일은 다 될수도 없고, 된다고 좋은 것도 아니에요.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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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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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 하나 사고 싶었던 날. 뭔가를 사기 위해서 들어간 서점에서 집어온 '검증된 책'. 알 수 없는 슬럼프에 빠져 힘든 날들, 모두 잊고 푸욱 빠져 들 짜릿한 책이 필요했다. 서점에서 무게 달아보듯 이것 저것 집어보다, 이 아이로 낙점해 데리고 왔다. 백설공주와 함께 시작된 연휴, 그리고 책을 여러번 뒤적뒤적 했을땐 이미 화요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두 명의 동급생 여자아이를 살해 한 혐의로 10년의 복역을 마친 토비우스 자토리우스. 그가 출소해 알텐하인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 된다. 누군가에 의해 섣부르게 마무리된 토비의 사건과 출소 이후 마을사람들의 마녀사냥을 연상케 하는 태도.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보았던 한국영화 '이끼'가 강하게 생각났다. 이상하게 단결된 마을과 무언가 숨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테를린덴까지. 우연히 마을에 들어와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는 아멜리의 등장 역시 낯설지 않았다. 미스터리의 요소가 군데군데 섬유의 직조처럼 잘 짜여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단순히 토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아멜리의 호기심은 10년 전 살인사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집요하게 사건을 추적하던 아멜리가 일순간에 실종되면서 그녀를 찾기위한 공권력이 발동된다. 사건의 또 다른 열쇠를 쥐는 형사들이 이 즈음 각자의 위치에 자리를 잡고 10년전 사건과 토비의 등장, 아멜리의 실종을 연속선상에 놓고 수사를 시작한다. '누가 범인인지 모르는 상황'들이 계속 펼쳐지며 정말 심장이 '쫄깃쫄깃' 해지는 순간들도 찾아온다.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류 소설에서 가장 스릴넘치는 시간은 아마 이 시간일 것이다. 누가 범인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일 때 나오는 장르의 힘.

 

 

 알텐하인이라는 무대를 만든건 누구 였을까. 의문점이 하나하나 풀려가며 든 생각은, 영화 이끼를 보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 했다. 결국 그 무대를 만든건 우리 모두 였다는 것. 모든 사람들의 열망이 하나로 모여, 토비를 두 소녀 살인범으로 몰고, 남겨진 토비의 가족들을 못살게 굴기도 하고, 다시 돌아온 그에게 또다시 살인자라는 누명을 씌운다. 이렇게 보면 참...이 책에서 언급된 마녀사냥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단체가 굴리는 수레바퀴의 힘은 생각보다 너무 세서, 그에 반하는 개인들의 시도를 한번에 밟고 지나가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러가는 수레바퀴를 멈추게 하는 힘은 작은 돌부리에서 나온다. 이 책에서의 아멜리나 피아의 존재처럼.

 

 

 신기한 소설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두려워 생긴 슬럼프를, '사람은 역시 무서워'라는 깨달음과 '그래도 역시 사람뿐이야' 하는 안도감으로 흔들어 주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처럼 심장을 후벼파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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