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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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은 주인공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다 써졌어. 대니 도일이라는 이름을 달고 치탬브리지에서 태어난 이상 난 이미 정해진 운명을 벗어날 수 없게 된 거야."
" 난 언제나 우리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믿었는데......"
매들린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대니 도일의 눈빛에 돌던 선한 기운이 환한 미소로 변했다. 그의 얼굴에서 갑자기 정감이 흘러 넘쳤다. 한 달 전, 그의 이름을 사칭한 우크라이나인의 팔다리를 잘라버린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매들린은 인간의 내면에는 늘 선과 악이 공존한다고 믿어왔다. 단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악을 발현시키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라고. 대니 도일이 만약 악의 길로 접어들지 않고 선한 면모를 발현시켰더라면 방금 전에 본 그 환한 미소를 늘 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177쪽

혼자다......나는 늘 혼자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188쪽

사람들은 저마다 자살에 대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자살은 용기 있는 행동도 비겁한 행동도 아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이 절박한 심정으로 내리는 결정이 뿐이다.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으로서 도저히 견딜 수 ㅇ벗는 고통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택하는 최후의 수단.
지금껏 나는 앞만 보고 질주했다. 앞을 막아서는 장애물들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나는 전투적이었고, 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기회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오늘은 만만치 않은 적을 만났다. 바로 나 자신. 최후의 적. 가장 위험한 적.-244쪽

저는 정말이지 오랫동안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때, 너무 슬플 때마다 간절히 매달렸던 구절이 있어요. 빅토르 위고가 한 말이라던데, 어쨌든 제 일기장 첫 페이지에 적어 놓고 힘을 많이 얻었어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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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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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서재를 그냥 눈팅만 하던 시절, 가끔씩 서재 메인에 들어와 보면, 이른바 서재에서 '붐'을 일으키는 책들이 있었다. 한번 읽어 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책들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알라디너의 입에 오르내리던 책은 아마 이 책이 아닐까 한다. 가장 꾸준히 추천이 눌러지던 책. 가장 오래 메인에 떠 있던 책.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하면 시큰둥하다 그 붐이 가라앉을 즈음이면 책을 찾아보곤 하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었는데, 어김없이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가 되었다. 왠지 나를 엄청 가르치려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잡지 않던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한참 태백산맥에 버닝하던 내게 직장 선임이 '책을 많이 읽더라'며 선물해 주신 책. 책을 열면서 부터 작가의 이야기가 졸졸 풀려나오는 신기한 책 중 하나다.

 

 

 

 표지를 열자마자 "세상에 태어나 학물을 하지 않으면 사람답게 될 수 없다." 는 이이의 경건한 문체가 떠오른다. 아는 한자를 조합해 이리저리 맞추어 보며 왠지 설렜다. 무언가 내가 알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풀려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 우리나라의 인문고전 교육의 실종에 대해, 작가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거 우리나라 인문독서 교육과 현재의 그 실종에 대한 안타까움을 듣다보면 무언가 고개가 끄덕여 지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는 인문고전 독서가 가진 힘을 각 국가들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그가 오랜시간 읽은 책들과 세계 각국의 교육에 대한 자료들을 종합해 내린 결론은 결국 '인문고전독서 교육의 힘' 이었다.

 

 

 

 특히 법조인 130명 vs. 전과자 96명 에 관한 꼭지는 독서와 교육의 힘이 대를 물려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짜릿한 통계였다. 하버드를 졸업한 아버지로 부터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은 '조너선 에드워즈'와 인문고전 독서에 문외한인 '슐츠'의 5대를 면밀하게 조사한 가히 충격적인 결과. 조너선 에드워드의 후손들은 대학총장과 상원의원, 판검사가 수둑한 반면 슐츠의 후손들은 전과자를 비롯한 알코올 중독자 등 사회의 그림자 속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단순히 '고전 독서'라는 키워드가 유전자를 타고 5대를 거치면서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언젠가 즐겨보던 TV프로그램인 황금어장에 나온 장한나를 본 적 있었다. 특이해 보이지만 소녀같은 감성을 가진 그녀가 철학과를 선택한 것이 항상 의아했다. 이 책에 소개된 장한나에 관한 꼭지를 보다가 '위대한 음악가가 되려면 반드시 인문고전을 공부해야 한다'는 문구를 보고 그녀의 선택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그녀, 그리고 그녀의 스승은 인문고전 독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이렇듯 사회 각층의 많은이들이 강조하는 인문고전독서를, 지금 우리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부분은 바로 작가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 였다. 본인은 힘든 고백이라 말하고 있지만, 읽어내리는 내내 그 부분이 얼마나 많은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마도 누구나, 책을 많이 읽기로 결심한 사람이라면, 오랜시간 살아남은 '고전' 주변에 기웃거리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번번히 그 높은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책을 덮곤 했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 였으니까. 작가는 범상치 않았던 자신의 인문고전 읽기를 말하며,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누구나 생각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용기를 준다. 남은 인생을 위해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걸.

 

 

 

 반복적으로 나오는 '인문고전 독서'라는 문구를 읽으며, '인문고전'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인류가 나은 '생각'의 정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아마 그 정도로 요약 될 '고전' 이라는 이름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빠르고 신속한 세상에 맞추어 빠르게만 달리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인문고전' 이라는 말에 현기증을 느끼기도 했다. 과연 '이 하나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까? 아닐까? 작가가 억지로 끼워맞추고 있는게 아닐까?

결론은 일단 '해보자' 였다. 몇일동안 끙끙대며 읽은 이 책을 덮으며 사마천의 '사기 본기'를 주문해 낑낑대며 읽고 있다. 아주 느리지만 천천히 가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것. 이 책이 준 고전에 대한 가르침은 아마 그것이 아닐까 싶다.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내 유전자 속에 인류의 가장 정제된 지혜를 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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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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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태도는 곧 철학자의 사고방식인데 그 핵심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고방식은 필연적으로 군중의 사고방식과 반대되는 것이다.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군중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중은 철학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고, 철학자는 군중 속에서 평생 외롭게 살거나 은둔한다. -135쪽

다산 정약용은 이런 고백을 남겼다. "유배지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 창문을 닫고 밤낮으로 혼자 외롭게 살았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런 상황이 고마웠다. 그래서 '이제야 독서할 여유를 얻었구나'하면서 기뻐했다." 다산에게 독서는 패가망신한 자신의 처지를 도리어 행운으로 여기게 할 정도로 소중한 것이었다. 그는 독서를 자기 자신보다 더 귀하게 여긴 사람이었다. -241쪽

"책을 읽다가 자네의 영혼을 뒤흔들거나 유쾌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자네의 지적 능력만을 믿지 말고 그것을 외우도록 노력해보게나. 그리고 그것에 대해 깊이 명상하여 친숙한 것으로 만들어보게. 그러면 어쩌다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더라도 자네는 고통을 치유할 문장이 마음속에 새겨진 것처럼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걸세."-255쪽

"독서는 단지 지식의 재료를 얻는 것에 불과하다. 그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사색의 힘으로만 가능하다."-263쪽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듯한 기상과 하늘과 땅을 작게 여기고 우주가 내 손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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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가 보고 싶어 tam, 난다의 탐나는 이야기 1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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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 긴 연애에 지치는 날들... 사람들 모두 짧게 살았다,고 말할 나이를 가졌지만 연애만은 그렇지 않다. 아는 이들은 모두 길게 만났다, 고 말할 연애기간을 지닌 이십대 중반. 근무중에 갑자기 싱싱한 연애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누군가를 만나 알아가는 과정을 겪어내긴 너무 피곤하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버리기엔 너무 아쉬운 감정 덕택에 만난 소설 '덧니가 보고싶어.'

몇가지 인터넷 블로그를 뒤지고, 짧은 서평을 몇개 보고, 그날 단숨에 질러 퇴근하기 전에 받았다. 아 제목만큼 귀여운 크기의 소설책을 들고 지하철 내내 행복했다.

 

 

 소설은 신인 장르 소설가인 재화와 그녀의 전 남자친구 용기의 자잘한 연애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이야기 내에서 마지막 부분 딱 한번 만날 뿐인 두 주인공의 생각이 교차하며 펼쳐진다. 재화나 용기의 생각과 독백도 볼 만 했지만, 더 짜릿했던 부분은 '장르'라고 칭해지는 재화의 소설 부분이었다. 이건 뭐야?하면서도 은근히 읽게되는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은 이 소설이 어떻게 끝날지 꼭 봐야한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작은 '장르소설'이 모여 용기와 재화의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을 듯한 기분. 상상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을 톡톡 건드리는 작가의 내공은 뭔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았다.

 

 

 왠지 '우리 세대'만이 느낄 수 있을 듯한 기분으로 줄줄 소설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벌써 소설의 끝에 다다른다. '덧니가 보고싶어' 속에 담겨진 뭔가 재치넘치는 기운들이, 가끔 힘들고 슬프지만 그래도 넌 괜찮은 연애를 하고 있어! 하고 톡톡 두드려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접해본 작가, 또 처음 접해본 글들... 지금 읽고 있는 모든 글들이 새롭지만, 이 소설이 더 새로웠던 이유는 인생이 테트리스라면 더 이상의 긴 막대는 없다는 식의, 이 작가 특유의 재치 였던 것 같다.

 

 

 재화가 쓰는 장르소설의 짤막한 부분부분이 용기의 몸 속에 새겨지던 것처럼 때로는 너무 신기한 연애. 가끔 투정부리고 또 지루해하지만 어쩌면 나는 그 사람을 아주 많이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재화의 장르소설 속에 지울 수 없었던 용기의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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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가 보고 싶어 tam, 난다의 탐나는 이야기 1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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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모든 언니들의 가르침대로,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남자가 있다.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남자와, 평생을 함께할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지만 지구가 멸망한다면 마지막 하루를 함께 하고 싶은 남자. -9쪽

때때로 인생은 그렇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가질 수 없고, 엉뚱한 것이 주어지곤 한다. 심지어 후자가 더 매력적일 때가 많다. 그렇게 난감한 행운의 패턴이 삶을 장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자가 더 매력적이라 해도 최초의 마음, 그 간절한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96쪽

재화는 교정지를 덮으며, 역시 고전풍이 좋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옛날 사람들처럼 편심片心, 촌심寸心, 단심丹心 같은 단어를 쓸 때 마다 지잉, 하고 뭔가 명치께에서 진동하고 만다. 수천년 동안 쓰여온, 어떠면 이미 바래버린 말들일지도 모르는데, 마음을 '조각'혹은 '마디'로 표현하고 나면 어떤지 초콜릿 바를 꺽어주듯이 마음도 뚝 꺾어줄 수 있을 듯해서. 그렇게 일생일대의 마음을 건네면서도 무심한 듯 건넬 수 있을 듯해서.
언젠가 용기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날이 있었다. 용기는 그 말을 초콜릿 바를 받듯 가벼이 받았었다. 재화의 마음, 꺽인 부분에서는 잔 가루들이 날렸는데.
너는 모르지.
단심, 흐리멍덩한 붉은색이 아니라 좌심실의 붉은색,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체집어 보여주는 것 같은 진지함이 있었다. -106쪽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서일까. 마을은 붙이기가 왜 이렇게 쉽지 않은가. 붙이다, 란 얼마나 접착력이 강한 말인지, 용기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마음이 머물다, 마음을 빼앗기다, 마음을 두다...... 용기의 어휘력은 그렇게 풍부하지 않았지만, 여튼 붙이다, 는 포스트 잇보다 훨씬 강력한 말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115쪽

"아가씨들의 특권?"
여자친구가 말을 하기 전에 웃었다. 저 웃음을 이제는 볼일이 없어지겠지. 용기는 나른하게 슬퍼했다.
" 과일 가게 아저씨가 예쁘다면서 자두를 하나 더 준다든가, 무거운 소포를 실었던 미니 손수레가 갑자기 뽀각났을 때 선뜻 저기까지 들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든가, 특정 요일에 첫 두 잔 정도 공짜인 바들의 존재라든가, 그런 사소한 특권들 말야. 없으면 아쉬워질 것 같은, 한창 때의 아가씨들만이 받을 수 있는 작은 친절들...... 그게 사라지면 난 아줌마가 될테고 그때는 대단한 사랑도 더 힘들어질 거야. 똑똑하거나 매력 있거나 하지 않은 나 같은 여자애들은 한철이거든."-172쪽

그 다디단 젊음을, 라텍스 같은 피부 탄력을 잃으며 시간이 지난 후 얻게 될 것들이, 잃은 것보다 훨신 더 소중한 것이길 바라. 대단한 사랑, 세계가 기억할 사랑을 얻기를. 나는 줄 수 없었지만 꼭 그랬으면 좋겠어. -174쪽

도심은 몇 달만 안가도, 아니, 몇 주만 안가도 모습을 바꿔버려서 지독히 세포분열이 빠른 외계 생명체 같은 느낌을 주는 반면에 변두리 지역은 일부러 보존 구역으로 지정이라도 한 것처럼 변하지 않는다. 보존할 만큼 아름다운 구석도 없으면서.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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