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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 서재를 그냥 눈팅만 하던 시절, 가끔씩 서재 메인에 들어와 보면, 이른바 서재에서 '붐'을 일으키는 책들이 있었다. 한번 읽어 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책들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알라디너의 입에 오르내리던 책은 아마 이 책이 아닐까 한다. 가장 꾸준히 추천이 눌러지던 책. 가장 오래 메인에 떠 있던 책.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하면 시큰둥하다 그 붐이 가라앉을 즈음이면 책을 찾아보곤 하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었는데, 어김없이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가 되었다. 왠지 나를 엄청 가르치려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잡지 않던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한참 태백산맥에 버닝하던 내게 직장 선임이 '책을 많이 읽더라'며 선물해 주신 책. 책을 열면서 부터 작가의 이야기가 졸졸 풀려나오는 신기한 책 중 하나다.
표지를 열자마자 "세상에 태어나 학물을 하지 않으면 사람답게 될 수 없다." 는 이이의 경건한 문체가 떠오른다. 아는 한자를 조합해 이리저리 맞추어 보며 왠지 설렜다. 무언가 내가 알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풀려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 우리나라의 인문고전 교육의 실종에 대해, 작가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거 우리나라 인문독서 교육과 현재의 그 실종에 대한 안타까움을 듣다보면 무언가 고개가 끄덕여 지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는 인문고전 독서가 가진 힘을 각 국가들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그가 오랜시간 읽은 책들과 세계 각국의 교육에 대한 자료들을 종합해 내린 결론은 결국 '인문고전독서 교육의 힘' 이었다.
특히 법조인 130명 vs. 전과자 96명 에 관한 꼭지는 독서와 교육의 힘이 대를 물려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짜릿한 통계였다. 하버드를 졸업한 아버지로 부터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은 '조너선 에드워즈'와 인문고전 독서에 문외한인 '슐츠'의 5대를 면밀하게 조사한 가히 충격적인 결과. 조너선 에드워드의 후손들은 대학총장과 상원의원, 판검사가 수둑한 반면 슐츠의 후손들은 전과자를 비롯한 알코올 중독자 등 사회의 그림자 속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단순히 '고전 독서'라는 키워드가 유전자를 타고 5대를 거치면서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언젠가 즐겨보던 TV프로그램인 황금어장에 나온 장한나를 본 적 있었다. 특이해 보이지만 소녀같은 감성을 가진 그녀가 철학과를 선택한 것이 항상 의아했다. 이 책에 소개된 장한나에 관한 꼭지를 보다가 '위대한 음악가가 되려면 반드시 인문고전을 공부해야 한다'는 문구를 보고 그녀의 선택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그녀, 그리고 그녀의 스승은 인문고전 독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이렇듯 사회 각층의 많은이들이 강조하는 인문고전독서를, 지금 우리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부분은 바로 작가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 였다. 본인은 힘든 고백이라 말하고 있지만, 읽어내리는 내내 그 부분이 얼마나 많은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마도 누구나, 책을 많이 읽기로 결심한 사람이라면, 오랜시간 살아남은 '고전' 주변에 기웃거리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번번히 그 높은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책을 덮곤 했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 였으니까. 작가는 범상치 않았던 자신의 인문고전 읽기를 말하며,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누구나 생각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용기를 준다. 남은 인생을 위해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걸.
반복적으로 나오는 '인문고전 독서'라는 문구를 읽으며, '인문고전'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인류가 나은 '생각'의 정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아마 그 정도로 요약 될 '고전' 이라는 이름을 우리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빠르고 신속한 세상에 맞추어 빠르게만 달리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인문고전' 이라는 말에 현기증을 느끼기도 했다. 과연 '이 하나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까? 아닐까? 작가가 억지로 끼워맞추고 있는게 아닐까?
결론은 일단 '해보자' 였다. 몇일동안 끙끙대며 읽은 이 책을 덮으며 사마천의 '사기 본기'를 주문해 낑낑대며 읽고 있다. 아주 느리지만 천천히 가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것. 이 책이 준 고전에 대한 가르침은 아마 그것이 아닐까 싶다.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내 유전자 속에 인류의 가장 정제된 지혜를 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