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tam, 난다의 탐나는 이야기 1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1년 11월
구판절판


유사 이래 모든 언니들의 가르침대로,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남자가 있다.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남자와, 평생을 함께할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지만 지구가 멸망한다면 마지막 하루를 함께 하고 싶은 남자. -9쪽

때때로 인생은 그렇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가질 수 없고, 엉뚱한 것이 주어지곤 한다. 심지어 후자가 더 매력적일 때가 많다. 그렇게 난감한 행운의 패턴이 삶을 장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자가 더 매력적이라 해도 최초의 마음, 그 간절한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96쪽

재화는 교정지를 덮으며, 역시 고전풍이 좋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옛날 사람들처럼 편심片心, 촌심寸心, 단심丹心 같은 단어를 쓸 때 마다 지잉, 하고 뭔가 명치께에서 진동하고 만다. 수천년 동안 쓰여온, 어떠면 이미 바래버린 말들일지도 모르는데, 마음을 '조각'혹은 '마디'로 표현하고 나면 어떤지 초콜릿 바를 꺽어주듯이 마음도 뚝 꺾어줄 수 있을 듯해서. 그렇게 일생일대의 마음을 건네면서도 무심한 듯 건넬 수 있을 듯해서.
언젠가 용기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날이 있었다. 용기는 그 말을 초콜릿 바를 받듯 가벼이 받았었다. 재화의 마음, 꺽인 부분에서는 잔 가루들이 날렸는데.
너는 모르지.
단심, 흐리멍덩한 붉은색이 아니라 좌심실의 붉은색,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체집어 보여주는 것 같은 진지함이 있었다. -106쪽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서일까. 마을은 붙이기가 왜 이렇게 쉽지 않은가. 붙이다, 란 얼마나 접착력이 강한 말인지, 용기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마음이 머물다, 마음을 빼앗기다, 마음을 두다...... 용기의 어휘력은 그렇게 풍부하지 않았지만, 여튼 붙이다, 는 포스트 잇보다 훨씬 강력한 말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115쪽

"아가씨들의 특권?"
여자친구가 말을 하기 전에 웃었다. 저 웃음을 이제는 볼일이 없어지겠지. 용기는 나른하게 슬퍼했다.
" 과일 가게 아저씨가 예쁘다면서 자두를 하나 더 준다든가, 무거운 소포를 실었던 미니 손수레가 갑자기 뽀각났을 때 선뜻 저기까지 들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든가, 특정 요일에 첫 두 잔 정도 공짜인 바들의 존재라든가, 그런 사소한 특권들 말야. 없으면 아쉬워질 것 같은, 한창 때의 아가씨들만이 받을 수 있는 작은 친절들...... 그게 사라지면 난 아줌마가 될테고 그때는 대단한 사랑도 더 힘들어질 거야. 똑똑하거나 매력 있거나 하지 않은 나 같은 여자애들은 한철이거든."-172쪽

그 다디단 젊음을, 라텍스 같은 피부 탄력을 잃으며 시간이 지난 후 얻게 될 것들이, 잃은 것보다 훨신 더 소중한 것이길 바라. 대단한 사랑, 세계가 기억할 사랑을 얻기를. 나는 줄 수 없었지만 꼭 그랬으면 좋겠어. -174쪽

도심은 몇 달만 안가도, 아니, 몇 주만 안가도 모습을 바꿔버려서 지독히 세포분열이 빠른 외계 생명체 같은 느낌을 주는 반면에 변두리 지역은 일부러 보존 구역으로 지정이라도 한 것처럼 변하지 않는다. 보존할 만큼 아름다운 구석도 없으면서.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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