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 인 헤븐
가와이 간지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데드맨> 이후 연이은 작품에서 존재감을 발하는 ‘마법의 애브덕션‘ 때문에 가와이 간지의 작품에 흥미가 떨어진 게 작년이었나. 문득 가부라기 팀 생각도 나고, 머리도 식힐 겸 해서 <데블 인 헤븐>을 집었다. 이번엔 어떤 설정이 마법처럼 만들어질 것인가. 그런데 알파로메오를 몰긴 하는데 히메 형사가 아니네?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가 아닌가 보다.

쓰레기 매립지 위에 건설한 카지노 지구 이스트 헤븐. 거기서 벌어지는 도박, 금융 사기, 살인, 복수의 드라마. 2023년 2월을 배경으로 일련의 사건이 느와르 영화처럼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여성 캐릭터가 좀 아쉽긴 한데 (프로인 듯 프로 아닌, 도구적 역할) 코믹스를 보는 듯한, 시각적 묘사가 뛰어난 장점에 더해 사회파 요소까지 더해져 이전과는 사뭇 다른 감흥의 작품. 이 작가, 저력 있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풍기농서 - 이름 없는 영웅들의 비밀 첩보 전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어느 농촌 마을의 미스터리인가 했는데(...전자책은 표지를 자세히 안 보게 된다) 삼국 시대 첩보물??? 호, 이건 재미없을 수가 없다. 제갈량의 1차 북벌 이후 시점으로 조예-유선-손권 통치기. 주 무대는 촉한으로 제갈량의 고군분투 시절이다. 일단 페이지 잘 넘어간다.

일종의 가상 역사물이긴 한데 삼국지 하면 진수의 정사보다 나관중의 연의가 먼저 떠오르는지라 위화감이 없다(있으면 그게 이상하지). 삼국지의 얼개를 따라가기 때문에 글줄 사이로 불꽃처럼 타올라 연기처럼 사라지는 정서가 환기되기도. 별이 떠오르면 지게 마련이다.

순후는 조용히 굳은 표정으로 뚫어져라 절벽을 주시했다.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이 절벽에서 떨어지고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간첩의 시체가 없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정말 이렇게 가파른 절벽에서 굴러떨어지고도 죽지 않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순후는 시공을 초월하는 능력이 없으니, 삼십사 년 후 이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263년, 정예군 일 만을 거느린 위나라 장군 등애(鄧艾)가 똑같은 방법으로 음평 절벽을 지나 지름길로 성도까지 쳐들어갔다. 그해 촉한은 결국 멸망했다.

몇 년 후 위나라에서 고평릉 정변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피살된 하급 관리의 집에서 위나라 조정의 극비 정보가 발견됐다. 그러나 워낙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아무도 이 사실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이 하급 관리의 조사 보고서는 수많은 문서 더미에 파묻혀 영원히 빛을 보지 못했다.
유일하게 변치 않은 것은 진령산맥에서 불어오는 농서의 싸늘한 바람뿐이었다. 농서의 바람은 험준한 산봉우리 사이를 끊임없이 맴돌며 변해가는 세상을 묵묵히 주시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소설을 그리 읽는 편이 아니다. 소싯적 고전이나 추리물 좀 읽은 이후로는 전공 서적과 인문, 과학 교양서 위주에, 갈수록 책을 잘 안 읽기도 해서, 음, 그러니까 읽은 게 많지 않단 소리. 그래도 소설, 특히 추리물이 당길 때가 있는데 십수 년 전쯤 그랬던 것 같다. 고맙게도 나눔도 받은 덕에 읽던 계열 외 책도 접했다. 뭘 읽었는지 기억 휘발이지만.

 
대부분 까먹었지만 읽고 난 후의 감정이 뇌리에 잔향처럼 배어버린 책들이 있다. 당시 나눔 받은 책 무더기에 <우부메의 여름>이랑 <백기도연대> 시리즈가 있었다. 특히 백기도연대 장미십자 어쩌고 하는 제목(+서체)을 보고 요괴 소설이야 무협이야 뭐야 싶었지만, 그 시절 타지에서 한국어 소설이 고팠던 나는 바리바리 다 받아 왔던 것.
 
<백기도연대>는 탐정이 신기가 있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겐) 생소한 오타쿠(+오컬트)스러운... 추리물이랄까. <우부메의 여름>은 심상 자체가 기분 나빴다. 공포물을 즐기지 않는 나는 아무 정보 없이 읽었는데, 읽다 보니 찜찜한데 흥미롭기는 한 거다. 무서운데 궁금하고, 한번 읽으면 중도에 접지 못하는 강박(?)이 있(었)어서 꾸역꾸역 읽었고, 어느덧 그 음습한 이미지만 화석화 돼버렸다. 결론은 이 작가(이름도 못 외었더랬다)는 안 읽어야지.


 





바야흐로 2023년 여름. 폭염으로 진이 빠진다.
 
뭔가 정신적으로 몰리면 극단으로 간다고 (내 기준) 공포 소설이라도 읽고 (공포 소설은 읽겠지만 공포 영화는 안 본다) 정신을 깨우자는 생각이 든다. 십수 년 전 어떤 기억. <우부메의 여름>.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그 작가 책을 읽어 볼까?

 

그래서 <망량의 상자>를 골랐다. 작가 책 대부분이 상/중/하 셋으로 나뉘는데 이 책은 상/중 둘로 나뉘어서. 왜 이리 양이 많아. 근데 이 작가 아주, 굉장히, 엄청 유명한 거다. 내 생각을 훌쩍 널뛰어서(무지해서 미안합니다). 십수 년만에 작가 이름도 제대로 알았다 — 교고쿠 나쓰히코.


작가가 요괴 설화를 주요 소재로 한다는 건 알았지만, 더해서 일본 특유의 엽기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한데 여름 열기에 내 마음이 바싹 건조해진 건지 괴기하다는 기분이 별로 안 든다. 머릿속에 이미지는 떠오르는데 음, 그렇군 하고 끝. 아니면 교고쿠도의 일장 연설, 설교, 강연, 선문답, 장광설에 되레 진이 빠진 걸지도.

















+ <우부메>를 다시 읽어 볼까 싶다가도 내키지 않는다. 다시 보면 예전만큼 음침한 기분은 안 들 것 같다가도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기분 나쁜 심상이 너무 강렬한 거 보면 또 읽기 싫고. 교고쿠도가 얼마나 지식 설파를 해댈지도 무섭고. 다른 책 읽다 보면 언젠가 재독 할지도?
 
++ <광골의 꿈> 읽는 중. 초반엔 <망량>보다 몰입이 잘 됐는데 난데없이 프로이트... 가 웬 말인가. 일본 요괴 설화야 일장 연설을 해도 그럭저럭 읽겠는데, "수염 난 유대인"의 망령에 융까지. 작가가 그 누구보다 장광설+돌아이 캐릭터를 즐기는지 전개가 메타픽션 급. 사건의 줄거리에 달린 곁가지가 무겁다.


+++ 글줄(이라지만 말줄)의 향연에 지친 나머지 잡은 게 <마구>. 이럴 땐 페이지터너 — 히가시노 게이고 — 가 필요하다! 한동안 물려서 잡지 않던 책을 펼쳐든다. 야구 소재인 <마구>, 분명 안 읽었더랬다. 근데 읽을수록 익숙해. 이 기시감은 뭐지? 읽었나?? 어쨌든, 쓱쓱 군더더기 없이 넘어가는 전개에 속이 시원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나!
이 책이 드디어 번역이 됐구나.

독일어 까막눈이라 구텐베르크에서 영문으로 받아두고 묵혀둔 게 어언 몇 년이던가. 번역은 <The Ego and His Own>과<The Ego and Its Own> 두 개인데 역자는 Steven T. Byington로 같다. 아니, 지금 영역본 이야기할 때가 아니지.

이사야 벌린이 정신 나간 사람 중 제일 무해하고 명예로운 인간이라 극찬(?)한 막스 슈티르너. 배움으로서 점유한 것을 또한 자유롭게 제거할 수 있는 인간, 시민이 아니라 개인, 개인의 본모습을 자각하는 자발적 에고이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사상은 진정한 ‘자아 소유‘와 아나키즘에 관한 탐구를 이어가게 한다.

근데 부북스 책디자인에 나름 신경 쓰는줄 알았는데.... 모양새에 약한 인간인 나에게 <차라투스트라>에 이어 또다시 시련을 안기는구먼. 제목 서체를 어떻게 좀 하고 싶어지는... 그림은 엥겔스가 그렸다는 캐리커처에 색을 입힌 건가? 원래의 선화에 서체 정리만 잘해도 21세기 책으로 보일 수 있을텐데...이건 너무 아부지 서재에 있을 법한 책이야... 그래도 2023년에 만난 이 책, 반갑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탐정의 제물 - 인민교회 살인사건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픽션과 논픽션의 어긋난 무게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