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두 개의 장을 읽는 데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저속이 아닌 초저속의 읽기. 읽으면서도 활자 너머의, 짧은 소회를 쓰면서도 단어 너머의 어떤 곳으로 정신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생각거리가 엄청나다. 그리고 어렵다. (‘대중‘을 위한 강연이라는데) 책장을 앞뒤로 몇 번을 넘기는지 모르겠다. ˝미지의 것을 향해 뒷걸음치는 쓰기와 읽기는 느리다˝는데 어디로 뒷걸음을 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리오타르는 가속과 생략의 타자가 아남네시스라고 정의한다. 아남네시스라는 전문 용어까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비인간⟩은 지연과 보충의 힘겨운 읽기(와 쓰기)가 될 것이 확실하다.

단 두 장만으로 확신을 주는 또 한 가지. 인간의 삶은 우리 지각 경험을 새롭게 — 숭고하게 — 증언하는 모험이라는 것. 읽기, 쓰기, 사유, 문학, 예술은 물론 비인간의 가능성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 모험이 비록 길을 잃고 방황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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