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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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으로 연애세포 부족인지 달달 로맨스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책이나 영화에서 첫눈에 상대방에게 전기 파바박⚡️ 하는 대목은 그럴 수도 있겠군(영화니까, 소설이니까)하며 넘어가는 나. 그런데


그 전기 파바박⚡️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기도. 단 두 페이지 만에 별 다섯 개를 누르는 책이 나올 줄이다. '호러'도 달갑지 않은 마당에 무슨 무슨 클럽, OO모임, XX회 류의 미스터리 제목을 많이 봐온 데다가 (이제와 이런 얘긴 미안하지만) 호러북클럽, 뱀파이어 처단 이런 거 좀 가벼운 느낌이라..... 언젠간 읽을 수도, 하고 만 책이었건만. 유머, 필력, 내용, 그냥 다 취향 저격. 첫눈에 꽂혀 별 다섯 매겨 놓고 좀 성급했나 소심함도 앞서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게 미친 듯 내달리는 호러북클럽. 습지쥐가 뭔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고담시 지하철 쥐 떼에 비하면 귀여운 생물인 듯. 그 '쥐 떼'는 고담시에서 온 걸지도............ 용맹한 래그태크여. 이 작품, 호러물답게 살벌하다. 근데 웃겨...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가 떠오르는 호러코미디

인줄 알았으나 뒤로 갈수록 묘하게 쓸쓸하다. 유머와 묘사는 여전히 재미진데 여섯 여성의 활극이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처절함도 뚝뚝 흐른다. 이 분위기 반전, 뭐지. '진짜' 호러는 싫다고. 두 페이지 만에 별 다섯은 역시 성급했나......

싶었으나



단 한 편의 시라도 주머니에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읽고, 쓰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하는 삼위일체다.


크리스티앙 보뱅 <환희의 인간>, 《협죽도》 중에서




보뱅의 글에서 시를 미스터리로 바꾼다면 맹렬히 읽고, 온몸으로 쓰고, 싸워서 죽음을 건넌 그들. 그들은 끝까지 갔다. 구원하고 구원받았다.


어제 몸소 겪은 황당무개함을 생각하며 그래도 살아지는 게 삶이고 그래서 지금은 눈앞의 일을 공략하고 내일은 내일의 일을 할 것이고 그러다 때가 왔을 때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댓가는 치르겠지만.



📖

뭐든 좋을 대로 생각하라지. 우리는 잘못을 저질렀어. 아이들한테 평생 지고 갈 상처를 남겼을지도 몰라. 샌드위치를 얼리고, 운전해주는 걸 잊고, 이혼도 했지. 하지만 때가 왔을 때 우리는 끝까지 갔어.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중에서





엄마=모성애의 화신 이라는 등식에 왠지 반발심이 들지만 모성이 본능이기 전에 의무일 수밖에 없는 1990년대 미국 남부, 교회 공동체를 생각해보면 주부들의 사투는 더욱 절절해지는 것이다.

다시는 주부를 얕보지 말라.


번역서 제목은 그린 부인의 존재감이 살짝 묻히는 감이 있는데 원제는 <The Southern Book Club's Guide to Slaying Vampires>다. (호러)북클럽 보다는 '남부'에 방점이 있는 듯. 뱀파이어가 복수인 것도 눈여겨 볼 부분.


그 '전투' 후 래그태그와 프랑켄위니가 겹쳐보이는 건 왜일까. 그놈의 영생의 비법을 래그테그가 알았더라면.

별 다섯은 그냥 두기로 하자. 북클럽이니까.




📖

문을 박차고 들어와 슬리크를 에워싼 심폐소생팀 때문에 구석으로 밀려난 키티는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고요히 입술만 움직이며 책을 읽었다. 거기 적힌 단어들을 기도문처럼 속삭였다.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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