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잉골드는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를 읽으면서 알게 된 학자다. 선 Zen이 아닌, 선학 linealogy이라는 분야가 생소하여 몸풀기 느낌으로 <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도 집었다. 얇은 두께와 ‘강의‘라는 단어 때문에 학부 101 정도로 생각했으나 대단한 오판이었다. 어렵다.

소쉬르-레비스트로스 이론에 관한 챕터 《비교연구, 구조주의, 언어학》이 내겐 특히 그렇다. 머리 지끈. 구조주의를 비유적으로 비판하며 ˝[별들은] 구조를 통해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조가 그 별들을 통해 작동한다.˝ 라는 대목에서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 표현은 당신이 걷는 법을 배우는 것은 당신이 걷는 방식으로 걷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라는 대목과 맞닿는다.

차이는 다름이 아닌 접착제이며,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는 하나의 세계, 이 하나의 세계를 분명히 설명하는 것이 인류학의 과제라고 ‘강의‘하는 저자. ˝인간은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는 생산자˝다. 선과 날씨를 통해 자신만의 인류학 이론을 펼치는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의 3부 《인간하기》에 유독 눈길이 머무는 이유다.

인간은 이제 인간을 빼닮은 인공물을 만들며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세계의 확장은 ‘인간다운 성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일 터. 두 책을 찬찬히 읽어야겠다. 한 명의 주체로, 인간 종의 하나로, 세계의 한 부분으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묻고 나의 선을 찾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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