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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4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죽음이 갈라놓은 욕망,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위선. 네 남자의 머리끄덩이 싸움에서 최후의 승자는... 두둥.
이들 [예술가들]은 — 그중에서도 소설가가 최악이다 — 친구와 가족에게조차 작업시간뿐 아니라 조는 시간, 신책시간을 비롯하여 침묵하는 매 순간과 우울증과 만취상태가 모조리 변명의 여지가 있는, 고도의 목적을 담은 행위라는 믿음을 주려고 집요하게 애쓴다. 클라이브가 보기에 그건 평범함을 감추려는 제스처에 불과했다. 그 역시 예술의 숭고함을 의심치 않았지만 부당한 행동은 예술의 일부가 아니었다.
비웃어 마땅한 사진들이었고, 실제로 비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클라이브는 어딘지 경외심을 느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우리는 빙산처럼 대부분 물에 잠겨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사회적 자아만이 하얗고 냉랭하게 밖으로 솟아 있다.
단어에서처럼 문장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클라이브가 목요일에 쓰고 금요일에 부친 엽서로 의도한 바는 - 자넨 ‘해고돼도‘ 싸-였다. 그러나 화요일 해고의 여파 속에서는 - 자넨 해고돼도 ‘싸‘- 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월요일에 엽서가 도착했다면, 아마 다르게 읽혔을 것이다. 이것이 그들 운명의 희극적 성격이었다. 빠른우편으로 보냈다면 피차 좋았을 텐데. 어찌 보면 다른 가능성은 없었다는 것이 그들 운명의 비극적 성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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