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라는 이름의 가면 (영드) -

1960년대 냉전 시기 스파이물이다. 출연진 — 대미언 루이스, 안나 맥스웰 마틴, 가이 피어스 — 때문에라도 안 볼 수 없었다. MI6, MI5, CIA 간 신경전, 화면으로 묻어나는 인물들의 심리, 음울하게 휘감는 브라스 선율. 1, 2화까지 재밌게 봤다. 3화에서 이 드라마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킴 필비의 고뇌가 검붉고 버석한 초겨울 낙엽처럼 모스크바를 나뒹군다.


닉 앨리엇(대미언 루이스)과 킴 필비(가이 피어스)는 MI6 동료이자 오랜 친구 사이. 하지만 KGB 이중 첩자였던 필비가 러시아로 망명하자 엘리엇은 필비를 도와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MI5의 릴리 토마스(안나 맥스웰 마틴)가 엘리엇을 조사하면서 케임브리지 5인조의 실체가 드러난다.


드라마는 E. M. 포스터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 친구와 조국 중 하나를 배신해야 한다면 조국을 배반할 용기를 원한다. //


(드라마에는 안 나오지만) 이 인용에 따르면 단테가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를 지옥 제일 밑바닥으로 보내버린 이유는 조국 로마가 아닌 친구였던 시저를 배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벤 매킨타이어의 원작 소설 <A Spy Among Friends>에서 얼마나 각색을 한 건지 궁금하여 찾아보니 번역서는 없는 거 같고, 원서 전자책은 15불에 살 수 있다. 필비와 인연(?)이 있는 존 르 카레가 발문을 썼다. 오랜만에 원작, 그것도 원서 구매욕을 일게 한 드라마다. 이렇게 사놓고 안 읽는 책이 한두 권이 아니란 게 함정이지만.















영드에 나오는 강아지들은 어쩜 하나같이 내 취향인지. 닥스훈트나 (털 산발인) 테리어 종류 가끔 코기도 나오고. 말 그대로 시선 강탈이다. 이 드라마에도 할아버지-손자 닥스훈트 2마리가 나오는데 MI6 배테랑인 엘리엇도 구별 못 할 정도로 똑 닮았다. 너무 귀엽다.





- 알라딘 배송 -

1

종이책을 간만에 주문했다.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 빨리 읽고 싶다. '인간 관점에서 벗어난 철학'하기에 어울리는 멋진 제목에 끌려 구매. '호러 오브 필로소피 vol1'라고 명시한 거 보면 유진 새커의 저서를 시리즈로 출간할 모양이다. 우리-없는-세계를 사유하는 데 공포 장르를 (부정)철학의 관점으로 풀어낸단다.














공포니 호러니 이런 거 질색이다. 공포 영화 절대 안 본다. 하지만 미지/미스터리/스릴러는 좋아한다. 음악은 다크 웨이브도 잘 듣고 클래식은 단조를 더더 좋아한다. 내 안에서도 공포와 호러의 감각점이 먼지처럼 떠도나 보다. 

// 중세의 마녀학, 현대의 블랙메탈과 <엑소시스트> 등 호러 영화, 이토 준지의 만화 <<소용돌이>>, 일본의 선불교까지 동서고금의 호러를 섭렵 // 호러를 깊숙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책 //

이라는 소개가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블랙 메탈은 호러 느낌은 아니지만 선불교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궁금.



2

책을 주문하고 불현듯 방망이 깎던 노인 시절이 떠올라 움찔했다. 구겨진 책등을 요리조리 열심히 펴서 읽던 옛날. 그래도 한동안 멀쩡하게 받았기에 설마 했는데. 하나같이 똑같은 자리 책등이 터져서 왔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결국 교환 신청.

덕분에 분리 배송으로 받는 중이다. 그리고 먼저 받은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는 뽁뽁이 뭉치와 비닐 캡에 꽁꽁 묶여 왔다. 이번엔 너무 과하다. 적당히 해서 한 번에 보냈으면 좋았을 것을. 나머지는 연휴 지나고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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