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국 일본을 물 흐르듯 넘나들며 감칠맛 나는 문체로 완성한 청춘의 질곡.
유려한 필치와 유머로 읽는 맛 나는, 색다른 감성의 미스터리. 하지만 “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위대한 소설”이라는 데는 글쎄. 퍼뜩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을 다시 봐야겠다는 의욕이 인다.



"자네 할아버지는 늘 화가 나 있었어요." 위에 씨가 말했다. "가슴속에 아직 희망이 있었던 거죠."
"희망?"
"조바심과 초초함은 희망의 다른 얼굴이니까요."
위에 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 그냥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그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대륙을 떠날 때 멈췄던 할아버지의 시계는 대륙에 한 방 먹이기 전까지는 그대로 멈춰 있었던 것이다.

노인들이 성별을 넘어 손을 맞잡은 그림은 늘 나를 살짝 흐뭇하게 했다. 거기에 있는 것은 온전한 배려뿐이다. 아니면 공범자 의식. 성별을 뛰어넘을 만큼, 노인들은 의외로 권모술수에 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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