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킨트의 데뷔작 <콘트라베이스>. 모노드라마로 1981년 뮌헨에서 초연되었고 84년에 독일어로, 87년에 영문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후 독일어권 나라에서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희곡 중 하나가 되었다. 책장 정리를 하다 문득 손을 뻗어 잡고선 그대로 읽어버렸는데 예의 그 무미건조한 유쾌함은 콘트라베이스 연주처럼 처연하면서도 묵직하다. 


<콘트라베이스>에서 화자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외 모차르트, 브람스, 바그너,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등 관련 작품을 줄줄이 — 음악가답게 — 언급한다. 그 중 카를 디터스 폰 디터스도르프 Karl Ditters von Dittersdorf의 <더블베이스 협주곡 2번 E장조>는 단연코 "콘트라베이스의 즉위식"이라며 극찬. 


런던심포니 수석연주자 리나트 이브라기모브 Rinnt Ibragimov의 D장조 연주. 




콘트라베이스의 파가니니 조반니 보테시니 Giovanni Bottesini의 <더블베이스 협주곡 2번 B단조>. 역시 이브라기모브 연주인데 삼현 더블베이스로 연주한다.




존 윌리엄스의 쉰들러 리스트 테마를 콘트라베이스로. 최고다.





저는 무게가 있어요. 정확하게 따지면 제 악기가 무게가 있는 겁니다. 그것이 이 악기가 갖고 있는 속성 중 제 마음에 꼭 드는 유일한 것입니다. 이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일 뿐이지요. (33)


정말 실제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어느 누구도 콘트라베이스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못합니다. 아무도 하지 못해요. 유명한 독주자들도 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콘트라베이스에 높은 음이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연주자의 능력보다는 악기의 물리적인 면과 더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높은 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소리가 항상 암울하게 들리지요. (54)  


그래도 이런 암울함이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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