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에 관하여 -
요술램프 중고매장에 입고된 것을 보고 다음 날 바로 방문, 구매함.
민음사, 열린책들, 펭귄, 짜라뚜짜 외 번역본을 다수 봤는데 부클래식 버전, 꽤 맘에 든다. 너무 학술적이지도 않고, 각주도 있을 만큼 있고. 중학교 시절, 나름 소중히 읽었던 발타자르 모음집과 역자가 같다는 것도 '호감'으로 작용했다면 '우주의 기운' 같은 소리일까.
애초에 반양장을 산 건 가격도 가격이고, 오며 가며 읽기도 편할 것 같아서였는데 아예 양장도 사야겠다 싶어 보니 그새 절판. 반양장은 개정판으로 잘 나오고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워낙에 독보적인 책세상 버전이 있는지라 양장은 잘 안 나갔나 싶기도.
상태에 관하여 -
요술램프 중고를 구매할 때마다 드는 생각, '상-중-하의 기준이 뭐지?'
물론 요술램프는 친절하게 가이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과연 그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인지는 알다가도 (며느리도) 모를 일. 특히 외서의 경우, 페이지마다 밑줄 좍좍 쳐가며 열공한 책들이 최상, 상으로 판매되기 일쑤다. 아무튼 '(최)상' 기준에 제대로 부합하는 책을 적립금 탈탈 털어 업어 왔으니 이번 구매는 대만족. 덕분에 반양장을 더욱 요리조리 마음껏 읽을 수 있겠다.
모양에 관하여 -
양장이라 역시 착착 넘기며 읽기 좋다. 괜스레 뿌듯. 종이가 사알짝 두꺼웠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다만 정말 정말 적응하기 힘든 건 바로 표지.
그분을 연상케 하는 선지자의 얼굴이 나 보란 듯이, 판형도 커졌는데, 대문짝만하게 있는 게 영 부담스럽다. '옥스퍼드 월드 클래식 Oxford World's Classics' 표지 그대로인데, 일본계 화가 Setsuko Aihara의 작품이다. 주로 베네치아 화풍으로 고전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가인데, 내 스타일은 아니므로 반양장은 진즉에 종이로 깔끔하게 씌워(덮어...)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표지가 우선 극복되어야 할 것이로구나. 덮던, 안 덮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