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딱이야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I LOVE 그림책
민 레 지음, 댄 샌탯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표지가 안겨주는 느낌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표지가 내용을 모두 포용할 수는 없지만, 책이 주고자하는 의미와 감정들을 고스란히 안겨줄 때도 있다. 오늘 내가 만난 책이 바로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책장 속에 담긴 이야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되고, 책을 덮고 난 후의 감동이 표지로 그대로 전해져 바로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여운을 오래도록 남긴 그림책이 있다.




엄마의 차에서 내려 혼자 길을 걸어가는 한 소년, 엄마는 바로 출발해야 하는, 자동차의 시동도 끄지 못한 채 소년과 인사를 한다. 긴장과 불안의 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담겨진 소년은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체념의 발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바로 보물창고 I LOVE 그림책 『우리는 딱이야』 이다.




엄마의 부재를 채워줄 누군가는, 식성도 언어도 다른 할아버지이다. 오늘의 만남이 서로에게 너무나 어색한 시간, 서로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기에 둘 사이는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할아버지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손자는,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것은 바로 그림그리기.

할아버지는 손자의 그림에서 뜻밖의 반가움을 느끼고, 그 동안 닫아두었던 스케치북을 열어준다. 손자가 그린 색연필 그림 옆에 할아버지가 붓으로 그린 그림을 나란히 놓아본다.


 


붓과 먹물로 그린 할아버지의 그림은 손자가 색연필로 그린 그림과 흡사 닮아있다. 어린 시절 한번쯤은 상상해봤을 법한 영웅의 모습이 그들 사이에 놓인다. 마술봉을 든 손자의 영웅과 마치 창을 연상케하는 붓을 든 할아버지의 영웅이 세대를 거슬러 만난 듯, 서로의 마음을 대신하여 펼쳐진다.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바로 그때

그 해묵은 거리감은

으르렁거리며 되돌아고 말았지.

이제 난 두렵지 않아.

왜냐하면 난 우리가 길을 건널 수 있다는 걸 알거든.


할아버지와 손자의 그림은, 서로 다른 언어의 벽을 허물어 마음을 열어주는 첫 단추가 되어 주었고, 생활하는 순간순간마다 찾아오는 언어의 장벽은, 서로를 향한 부담감과 불편함이 되어 때로는 거리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세대가 다른 두 사람에게 시간은 거리감으로 이어져 서로를 단절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서로가 그린 그림으로 마음을 열었고, 서로가 꿈꾸던 그 마음을 알아버렸다. 언어와 세대가 주는 장벽이 때로는 너무나 높지만, 서로가 다르면 다른대로 소중하고 이 순간이 주는 행복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아버린다.

언어도 세대도 다른 할아버지와 손자, 이들은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소중함을 알게 하는 "딱"인 존재로 가슴에 담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을 그리는 아이 - 뉴베리 상 수상작 상상놀이터 12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책을 읽다보면, 읽어도 읽어도 책장은 넘어가고 있지만 마음으로 읽혀지지 않는 책이 있다. 나의 손에서 마음에서 2주내내 떠나지 않은 책이 한 권 있다. 읽고는 있지만, 나의 마음에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서 읽고 또 읽고 반복을 하며 내내 맴도는 책, 한 소녀의 성장을 담담하고도 꾸밈없이 이야기 한 『마음을 그리는 아이』 이다.



홀리스 우즈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녀, 그녀가 버려진 '홀리스우즈'라는 장소의 이름을 그대로 불린다. 그녀는 꽤 많은 위탁 가정을 돌아다니며 마음은 열지 않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되었다. 그런 홀리스가 마음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림이다. 그녀는 매우 투명하며 자신의 삶에 매우 진지하다. 자신의 존재가 의미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감지하고 무의미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존재있는 사람이고 싶은 간절함이 얼마나 외롭게 만드는지 너무나 일찍 알아버린다. 그러나 어른들의 시선에 그녀는 문제 투성이에 입양하고자 하는 가정이 없는, 꽤나 거칠고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홀리스, 네겐 신선한 공기, 자여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골 생활이 필요해."

그러나 이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나는 회벽 집 여자가 전화로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중략]

"아직도 입양이 되지 않은 게 이해가 되요. 홀리스 우주란 아이는 정말 문제가 산더미같이 많은 아이예요."

마음을 그리는 아이. 20쪽


홀리스에게 그리움은 습관이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한번쯤 가져보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그러나 홀리스는 가족이 무엇인지, 가족이 서로를 향해 뻗어가는 관심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녀에게 가족은 자신을 거절한 존재로 낙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그리는 아이』 를 읽는 동안,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아 고통스럽게 살아가던 아이들이 세상에 알려지는 일들이 일어났다. 선택하지 않았지만 보호받을 권리를 가지고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유일한 내 편으로 믿고 있었던 부모로부터의 학대, 그 아이들이 겪은 배신감은 신체적 고통보다 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것이다.

홀리스 우즈, 그녀는 스스로 가족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온다. 사랑을 받아 본 적도 자신의 존재도 인정받아 본 기억이 없기에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버림받을 것이 두려워 먼저 버리는 것을 선택해 온 것이다. 그녀의 버림은 자시을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이며, 스스로가 더 초라해지지 않기 위한 방어인 것이었다.

홀리스 우즈는 기꺼이 가족의 울타리를 열어준 리건 가족과 마음의 안정을 찾아준 조시 아줌마가 있었기에 자신의 존재가 의미있음을 배운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곳이 어디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성장한다. 이는 리건 가족과 조시 아줌마가 보인 책임감과 있는 그대로의 홀리스를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조시 아줌마는 이제 더 이상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아줌마는 항상 손을 뻗어 내 뺨을 만졌다. 가끔 베일이 달린 아줌마의 갈색 모자를 쓰면 아줌마의 눈에서 나를 알아보는 기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을 그리는 아이. 208쪽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소녀의 성장기를 들려주는 『마음을 그리는 아이』 는, 어른들의 무책임과 편견이 얼마나 나약하고 힘없는 핑계인지를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닷속 유니콘 마을 - 2022 우수환경도서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년이 시작되면서 우연히 만나게 된 "케이티 오닐" 작가의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동화'를 그린다면, '동화'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하는 과제가 생기면 바로 작가 "케이티 오닐"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을 만큼 마음이 따스해지는 이야기로 나의 가슴에 남아 있어요. 「티 드래곤 클럽」 과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에 이어 세번째로 만난 작품은 바로 『바닷속 유니콘 마을』 이에요.

 

unicon1.JPG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유니콘,

유니콘 위에 앉아 긴장한 얼굴을 한 소녀,

소녀가 든 유리병 속에는 해마를 닮은 바다 생물이 있어요.

해마를 닮은 바다생물은 어째서 유리병 속에 있을까요?

무리에서 낙오가 되었을까요?

파도에 밀려 나왔을까요?

그들이 지금 가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unicon2.JPG

 

라나는 메이 이모를 돕기 위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바닷가 마을을 찾아와요.

엄마를 데리고 간 바닷가 마을은

라나에게 그리움이고 고향이지만,

아빠에게는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는곳이에요.

엄마 멜로디와 메이 이모는 바닷가 마을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고, 바다를 놀이터 삼아 놀았으며,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아가는

평온하고 따스한 유년시절을 보냈어요.

 

 

 

unicon6.JPG

 

태풍이 몰아치던 날,

엄마 멜로디는 바다에서 목숨을 잃고

아빠는 라나를 데리고 도시로 나왔지만

메이 이모는 바다에서 남은 삶을 이끌어 가고 있지요.

유니콘이 찾아준 피리를 들고 온 라니에게

피리의 주인이 된 메이 이모와

바닷속 유니콘 마을의 이야기를 전해주지요.

폭풍우를 만나 바다에 빠져 우연히 알게 된 바닷속 유니콘 마을,

메이 이모는 먹을 만큼의 물고기만 잡는다는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요.

 

 

 

 

 

unicon3.JPG

 

세월이 지나면서 바닷속은 점점 황폐해져가고

많은 산호초들이 병들어가고 있어요.

메이 이모는 바닷속의 부름을 받고

유니콘 마을로 들어가지만

먹고 살기 위해선 고기잡이를 쉴 수 없으며

고전적인 방식의 그물로는 수확량을 늘이기에 무리가 있다고 하지요.

인간의 욕심이

결국 바다를 병들게 했다는 것을

메이 이모의 말에서 알 수 있어요.

 

 

 

unicon4.jpg

 

바닷속 마을에 들어간 메이 이모를 기다리는 라나,

엄마를 잃게 한 바다,

그리움이고 고향인 바다를 향해 소리치는 라나,

바다는 라나의 간절함에 응답을 해 줄까요?

바다와 한평생을 살아온 메이 이모는

무사히 라나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병들고 황폐해져가는 바다 마을은

다시 재생되어 활기차고 평온한 마을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unicon5.JPG

 

우리는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고 있어요.

수확하는 방법부터 운송수단까지 완벽에 가깝게 발전하면서

우리의 생활은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편리해졌지요.

인간의 편리함과 풍족함은

곧 자연의 손실과 오염을 준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인간과 사람은 함께 살아가는,

어느 누구도 혼자서 잘 살 수는 없어요.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함께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만 가능하지요.

메이 이모는 증조할머니가 짠 그물을 다시 꺼내는 결단을 내려요.

우리도 이제는 바다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해요.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바른 분리 수거로 바다 동물들이 상처입지 않도록 하며

재활용으로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나 먼저 실천하는 최선을보여야 할 때에요.

바닷속 유니콘 마을』 이 전하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평온하기 위한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세요.

 

 

 

서명4.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니들은 대담했다 - 시대를 앞선 비전으로 세상을 바꾼 위대한 여성들 I LOVE 그림책
바시티 해리슨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보물창고 신간을 통해 『언니들은 대담했다』 를 만난다. "언니"와 "대담"이란 단어의 조합이 요즘 말로 "센언니"를 연상하여 웃음을 짓게 한다. 밤하늘을 빛내는 별을 떠오르게 하는 표지에 각기 다른 모습과 의상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기구와 포즈가 그녀들의 직업을 유추하고 책을 펼쳐 맞춰보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girl1.JPG

 

『언니들은 대담했다』 는,

우리는 다양한 '인물 이야기' 책을 통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에 대해 알고자 하였다.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노력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삼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자 아이들의 필독서로 지정하여 읽히는 노력도 한다.

역사 속 인물부터 매체를 통해 전해진 인물들까지 우리는 꽤 다양한 영역의 인물들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지만, 세상에 알려진 인물 외에도 세상을 바꾼 인물들도 분명 있다. 그 인물들을 찾아보는 시간, 그 인물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아보는 시간 바로 『언니들은 대담했다』 가 전하고 있다.

 

girl2.JPG

 

비전이 있다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영역을 발전시키고 빛을 내기 위해서는 재능이 필요하다. 또한 재능을 키워낼 수 있는 열정과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비전이 매우 중요한다. "비전을 지닌 사람" 곧 세상을 향해 자신의 열정과 재능 그리고 비전을 밝힌 여성들의 이야기가 『언니들은 대담했다』 에 담겨 있다.

 

girl3.jpg

다양한 국적을 가진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과 꿈을 펼쳐낸 이야기가 한 페이지에 담겼고, 그 옆으로 그녀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담겨 한 편의 인물 이야기를 펼쳐 낸다.

『언니들은 대담했다』 는,

그 동안 다양한 책을 통해 만난 인물은 『언니들은 대담했다』 에 몇 되지 않는다. 나에게 익숙한 여성은, 마리 퀴리·프리다 칼로·캐서린 던햄·우젠슝·토니 모리슨이다. 이 외에도 1815년에 태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가 있고, 해군 제독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그레이스 호퍼, 현대 화가 메리 블레어, 배우겸 발명가 헤디 라마, 영화 제작자 마야 데렌, 민중 음악학자 비올레타 파라, 시각 예술가 모니르 샤루디 팔만팔마이언 등 내게는 낯선 이름의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향한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은 그들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는 문화를 즐기고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언니들은 대담했다』 속 그림은,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그림이 아닌, 하나의 인물 형상을 바탕으로 한다. 그 위에 인물들의 특징과 활약한 분야의 특성을 덧입혀 그려낸 인물화가 그 전과 다른 접근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고, 인물의 특징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을 발휘한다. 또한 모든 인물의 눈이 감긴 채 입꼬리를 올린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삶을 충실하게 살아간 이들의 여유와 세상을 향한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만 같아 같이 미소짓게 한다.

girl4.JPG

『언니들은 대담했다』 속 또 다른 여성들,

내가 알고 있는 인물, 『언니들은 대담했다』 를 통해 알게 된 인물 그리고 또다른 위대한 여성들을 따로 담아 놓았다. 자신의 길을 걸어온 많은 여성들이 이야기가 담긴 『언니들은 대담했다』 다. 비전을 가지고 묵묵히 최선을 다한 여성들을 세상의 빛을 만나게 해 준 좋은 기회이자,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계기로 작용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girl5.JPG

『언니들은 대담했다』 뒤에는,

인물 이야기인 만큼 시대와 표현법에 사용되는 어휘로 읽다가 멈칫하는 경우가 있다. 그 때마다 자신있게 펼쳐볼 수 있는 '용어사전'과 『언니들은 대담했다』 속 여성 인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책과 여러 사이트를 수록하여,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과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 직접 찾아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참고 자료를 담은 "더 알아보기"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영화·음악·책·웹사이트 등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해 놓아 깊이 들여다보기가 가능하다.

세상을 바꾼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 놓은 『언니들은 대담했다』 는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표현방식으로 '비전'이 주는 희망을 담았다. 내세우기보다 최선을 다한 그녀들의 삶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이 바꾸고자 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에 행복감이 두 배로 커지는 듯 하다.

서명4.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당을 나온 암탉 (출간 20주년 기념판) - 아동용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달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과 신문 수업을 하는데, 한 친구가 신문과 책은 같은 거라고 말하자, 서로가 맞다 아니다로 논쟁이 일면서 나에게 결론을 내달라는 요청을 해 온다. 나는 "신문은 날마다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소식을 전하기 위한 매체로 생명력이 하루이지만, 책은 독자가 있는 한 100년 그 이상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로 결론을 대신 했다. 아이들은 그 동안 내가 읽어주는 그림책이 신간에서 15년을 훌쩍 넘긴 책들도 만나보았기에 수긍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에게 책이 가진 생명력에 대해 말을 한 이후로 그 말이 오히려 나의 가슴에 남아 며칠을 되뇌이며 나의 책들을 둘러보게 되었다.

 

 

madang1.JPG

 

내가 읽고, 나의 두 소녀가 읽은, 서가에 꽂혀 먼지도 살며시 내려앉고, 20년이란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야기 한 권이 20년의 시간을 흘러 다시 세상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치 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는 듯한 착각으로 설레었다. 황선미 작가와 김환영 그림작가의 손끝에서 이루어진 『마당을 나온 암탉』이 20년이란 생명력을 안고 세상으로의 나들이를 시작한다. 기적과 같이, 놀라운 시간과 함께 2020년 우리를 찾아온다.

잎싹은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이름보다 더 좋은 이름은 세상에 또 없을 거라고 믿있어.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그래서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 잎사귀니까. 잎싹도 아카시아의 그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었다.

잎싹은 아카시아 잎사귀가 부러워서 '잎싹'이라는 이름을 저 혼자 지어 가졌다. 아무도 불러 주지 않고, 잎사귀처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기분이 묘했다. 비밀을 간직한 느낌이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 15 ~18쪽

아카시아의 사계절을 바라보며 간절한 소망을 품은 잎싹은, 양계장에 갇힌 채 알을 생산해내는 난종용 암탉이다.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고 싶은 소망과 함께 양계장 철망에서 벗어나 마당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을 가슴에 품고 살지만, 잎싹은 '폐계'로 분리되어 죽은 닭들과 함께 구덩이에 버려지고 만다.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자유와 질서, 암탉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엄마닭의 삶이 잎싹에게는 애초부터 사치였던 것일까.

잎싹은, 배고픈 족제비로부터 간신히 벗어나 마당에서의 삶을 살아보고자 하지만 영역을 지키려고만 하는 마당 가족들에게 내쳐져 세상을 향해 두려운 첫발을 내딛는다. 양계장 철망 속에 갇힌 잎싹의 눈에 마당은 자유와 안식 그리고 암탉으로의 행복한 삶이 보장된 곳이었다. 철망만 벗어나면, 마당에서 살게만 된다면 그녀의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당은 철망만 없는 폐쇄적이고 갇혀진 공간이었다.

"다른 암탉처럼 살았다면,

그랬다면 사는 게 쓸쓸하고 지겹지 않았을걸.

이제는 모르겠어.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마당을 나온 암탉. 63쪽

잎싹은 마당에서 나와 풀숲을 향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하다. '닭장만 나오면, 마당에서 살게 된다면'이란 소망은 잎싹에게 어떤 의미도 되어주지 못한다. 애초부터 마당의 암탉이었다면, 곁에 누구도 없는 쓸쓸함이 휘몰아칠 때 그녀의 앞에 푸른 빛을 띈 알을 하나 발견한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어미, 잎싹은 마음을 다해 앞을 품는다. 비록 직접 알아 낳고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볼 수 없을지는 몰라도 알을 품어내는 그 떨림과 알이 주는 따뜻함만으로도 잎싹은 충분히 행복했다. 구덩이에 버려진 잎싹을 구해진 청둥오리 나그네는 잎싹이 알을 품는 동안 먹이를 챙겨주고 호시탐탐 노리는 족제비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날개짓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알이 깨어나기 하루 전, 기꺼이 족제비의 먹이가 되어주는 나그네,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의 미안함을 탄생의 순간을 위한 책임감으로 맞바꾼 나그네의 희생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잎싹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나그네의 죽음은 곧 초록머리의 탄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잎싹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음을 예고한다.

madang2.JPG

 

암탉과 청둥오리 초록머리의 삶이 시작된다. 족제비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매일 새로운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생활보다는 안정된 공간에서의 생활을 위해 잎싹은 초록머리를 데리고 당당하게 마당으로 향한다. 양계장 주인의 눈에 초록머리는 꽤나 좋은 상품이 제 발로 들어온 것이다. 주인 부부는 초록머리의 다리에 끈을 묶는다. 잎싹은 뒤늦게 깨달았다. 알을 품을 새끼의 탄생을 맞이했다해서 마당의 수탉이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과 나그네처럼 날개가 잘린 채 청둥오리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 오리 가족 사이에서도 외톨리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나그네의 "마당으로 가지 말고 저수지로 가"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다.

암탉이 오리의 알을 품었다는 수치스러움에 마당의 한 켠도 내어줄 수 없는 수탉 가족,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가족의 수를 늘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오리 가족, 자신의 욕심을 위해 타인의 희생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양계장 부부의 모습은 우리 사회 안에서 행해지는 배척과 따돌림, 시기와 이기심, 집단이기주의와 무리한 희생 요구의 모습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씁쓸함을 안긴다.

"세상에! 네 날개가 어떻게 된 거니?"

"정말 굉장하지!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몸이 떠오르잖아. 내가 날 수 있어!"

초록머리가 기쁨에 들떠서 외쳤다. 잎싹은 가슴이 벅차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미소만 지었다.

'기적이야!'

이건 세번째 기적이었다. 철망을 나와서 아카시아 아래에 살았던 것이 첫 번째 기적이고, 알을 품은 것이 두 번째 기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 행복한데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족제비가 사냥에 실패했고, 초록머리가 날기까지 했다.

"엄마, 어디 좀 봐. 많이 아파?"

초록머리가 날개를 펴서 다친 잎싹을 감싸 안았다. 그것이 또 고마워서 잎싹은 목이 메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부리를 꽉 다물었지만 오늘만큼은 소용없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 142쪽

 

잎싹은 족제비의 먹이일 수 밖에 없는 약자의 대상이지만, 결코 쉽게 그의 먹이감이 되어 주지 않는다. 또한 자기와 다른 초록머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초록머리가 당당하게 무리에 끼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봐 줄 줄 아는 엄마로 성장해간다. 언젠가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 나그네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잎싹은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욕심을 내려놓고 초록머리의 결정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그의 삶을 축복한다.

 

madang3.JPG

 

 

20년 전, 나에게 『마당을 나온 암탉』 은 참 좋은 동화였다. 잎싹이 가진 허황된 소망이 이루어내는 과정이 기적과 같았고, 무리의 파수꾼이 되어 날아가는 초록머리의 힘찬 날개짓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에 흐뭇했고, 족제비 새끼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잎싹의 마지막 모습에서 뭉클했다. 이런 이야기를 '동화'라는 옷을 입힌 황선미 작가가에 대한 경이로움을 갖게 되었다.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마당을 나온 암탉. 161~163쪽

 

20년이 지나 마흔의 중반을 넘어서 다시 만나게 된 『마당을 나온 암탉』 은 참 고마운 동화 한 편이다. '마당'이라는 폐쇄적이고 갇혀진 틀 속에서 과감히 풀숲으로 방향을 돌린 잎싹의 발걸음이, 다르지만 간절히 원하는 소망을 품은 잎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나그네의 포용이 나를 성장시킨다. 안정적인 삶보다 자신에게 가치있는 삶을 살고자 한 의지와 간절히 원한 소망을 위해 자신과 다른 청둥오리의 알을 귀한 마음으로 품을 줄 아는 고귀한 마음 그리고 초록머리의 삶을 위해 과감히 떠나보낼 줄 아는 용기와 상대의 간절함에 마음을 열 줄 아는 결단력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엄마가 되고 나서야 깨닫는다.

아카시아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다던 잎싹은, 2020년 기적과 같이 나에게 다가와 '사랑'이라는 말 속에 품은 여러가지의 의미를 전하는 기적을 전해준다. 갇혀진 틀 속에서의 안정감에 유혹당하지 않을 것,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데 마음을 다할 것, 타인의 희생을 당연스레 받아들이지 말 것, 남의 처지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봐 줄 것, 잎싹은 나그네는 견고한 생명력을 지닌 책을 빌어 나에게 내려앉는다.

2020년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다. 기적과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는 이야기 하나 『마당을 나온 암탉』 을 권하고 싶다.

서명4.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