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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드는 소녀 - 제4회 NO. 1 마시멜로 픽션 수상작 ㅣ 마시멜로 픽션
이윤주 지음, 이지은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비룡소에서 해마다 '걸스 심사위원단'을 선정해서 새로운 책을 세상에 보내고 있다. 2019년에 선정된 걸스 심사위원단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 드디어 내 손에 도착했다. 우리집 첫째 소녀가 2016년 제 1기 걸스 심사위원단으로 활동한 뒤로, 꾸준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해마다 "마시멜로 픽션 수상작"을 읽으면서 어떠한 이야기들이 토론장을 오고갔을까 짐작해 보기도 한다.

4기 걸스 심사위원단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기적을 만드는 소녀』 은 현실과 SF의 판타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SNS의 세계까지 곁들여져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기적을 만드는 소녀 오로나는, 기적처럼 세상에 태어나 건강을 위해 꾸준하게 단련한 검도가 취미이자 특기이다. 로나는 인터넷 생방송 사이트에서 '금요일의 불시착'이라는 이름의 개인 방송을 하며 외계인, 유에프오의 존재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중이다.
로나는, 공사가 중단된 공사 현장 7구역의 구덩이에 빠져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힘들게 깨어난 로나의 몸에는 '라솔라'라는 형체가 없이 에너지로 존재하는 외계인이 들어가게 되었고, 로나는 라솔라와 텔레파시로 환청처럼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된다. 로나는 갑자기 사라진 엄마와 그 날밤 7구역 하늘위로 떠오른 비행물체 그리고 라솔라까지 외계인에 대한 확신과 서로가 가진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촌각을 곤두세운다.

'우리 이프 종족들은 지구를 떠날 거야. 더 이상 이곳은 안전하지 않아.'
라솔라가 로나에게 계속 텔레파시를 보냈지만 로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앞만 보고 걸어갔다.
'로나! 멈춰!
라솔라가 소리쳤다.
"너희는 우주 어디든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지구인들은 그렇지 못해! 그러니 맞서는 수밖에. 넌 평생 벌벌 떨면서 도망자처럼 지내! 지구가 어떻게 되든 상관 말고, 비겁한 외계인! 내 몸에서 당장 나가 버려!'
로나가 씩씩거렸다. 라솔라의 에너지가 파르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라솔라 공주!'
실비안이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조심스레 텔레파시를 보내왔다.
'나도 지구에 남고 싶어요."
동시에 로나의 팔이 뜨끈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다리가 뜨거워졌다. 라솔라가 할 말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며 로나의 몸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로나는 갑자기 사라진 엄마와 라솔라의 존재로 외계인에 대한 확신과 함께 주위 친구들의 변화 또한 연관이 있음을 서서히 알아가게 된다. 친구에 대한 미움과 욕심이 친구를 해치게 되고, 친구를 향한 죄책감이 커지면서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 또한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감지한다.
지구인은 선과 악의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악한 마음을 품으면 다른 사람이 상처 받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상처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다. 죄책감은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지구인들에게 있는 독특한 마음씨다. 나쁜 말이나 행동을 한 후 죄책감이 들면 지구인들은 괴로움을 느낀다.
지구를 빼앗기 위해 지구인들의 마음을 조정하며 병들고 상처주며 소멸시키고자 하는 이들의 소행은, 전자기기에 지나친 중독을 가진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아이들의 마음을 현혹시키고자 하는 마스커의 지시임이 밝혀진다. 로나는 가장 믿었던 아빠와 친구 휘가 마스커의 유혹에 넘어가 지시를 받아 친구들에게 미움과 배신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한 아빠의 절실함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로나의 혼란은 더욱 깊어진다.

엄마가 사라진 날 7구역에 뜬 비행물체는 '더블유 함'으로 마스커의 우주 함선이다. 마스커는 아름답게 보존된 행성을 수집하기 위해 행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스스로 소멸하도록 조정한다. 로나의 몸에 들어가 있는 '라솔라'가 살던 이프 행성또한 마스커의 손에 의해 수집되었고, 라솔라는 소멸되지 않기 위해 도망나오게 되었다고 로나에게 이야기한다. 태양의 에너지를 듬뿍 받은 황금빛 행성, 지구보다 작지만 행복으로 가득했던 곳 이프 행성의 라솔라는 로나의 탄생의 순간을 함께 한, 지구인에게 기적을 믿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라솔라의 에너지를 받아 태어났기에 로나의 몸에서 라솔라가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였다. 갑자기 휘의 바지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휴대폰에서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지지직 지지지직, 기분 나쁜 소리가 계속 울려 댔다. 잠시 뒤 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눈동자는 끝이 뾰족한 초승달처럼 구부러졌다.
'휘가 최면에 걸리고 있어!'
라솔라가 다급하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모두 마음을 단속하지 못한 그대들의 잘못.”
휘가 낮고 음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로나, 네가 이런다고 아이들이 달라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지구는 우리의 것. 방해하는 모든 인간은 사라지게 된다."
"이런 나쁜 녀석! 네가 납치한 남자아이는 어디로 보낸 거야? 어서 말해!”
로나가 휘의 멱살을 다시 잡았다. 휘가 안간힘을 쓰며 로나한테서 벗어나려고 했다.
"마스커는 납치하지 않는다. 인간들이 제 발로 따라왔을 뿐."
기계의 발전이 기계의 노예가 되는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 요즘, 우리 아이들의 손에는 전자기기가 너무나 당연스럽게 들려있고, 그것을 이용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되면서 편리함이 중독이라는 병을 일으키게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아닌 기계와의 일방적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관계의 어려움이 경험하게 되고,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아닌 나의 감정에 치우치게 되는 현상을 불러온다. 우리 아이들의 그 마음을 이용해 다가온 '더블유 함'의 마스커. 마스커의 지시에 따르게 되는 수많은 아이들. 그들에게 씌워진 마스커의 최면은 과연 풀릴 수 있을까.

검을 잡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소녀의 모습에서 정의를 찾아가기 위한 검객의 모습을 상상했다. 행성에서 온 외계인 '라솔라'의 에너지를 받아 검으로 지구를 지켜가는 용기있는 소녀 로나의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함과 동시에 마음을 단속하지 못했을 때 벌어질 수많은 일들이 아찔하게 여겨진다.
기적으로 태어난 소녀와 에너지로 존재하는 외계인의 존재 그리고 아름다운 행성을 수집하기 위해 나선 외계인과 주파수를 이용해 지구인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보이지 않는 이의 지시까지 그 어느 것도 예상치 못하였다. 현실과 새로운 발상이 만들어낸 『기적을 만드는 소녀』 ,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이야기임을 확인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