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번지 쓰레기 집의 비밀 한무릎읽기
김해우 지음, 최정인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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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번지 쓰레기 집의 비밀』외로움은 마음의 배고픔이에요

 

시대가 변화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다양해지면서 아직 나에게는 낯선 풍경이

식당에서 혼잡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일인용 식탁이다.

혼자 밥 먹으러가서 4인용 식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참 민망한 일이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작은 공간 속에 자기 몸을 숨기듯 넣어놓고 즐기는 식사를 진정 즐긴다고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혼밥. 혼술 등 혼자서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문화들이 생겨나고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혼'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는 것부터가 혼자임을 알려주는, 혼자이지만 나는 괜찮다는 자기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린 아이, 어른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혼자 있으면 외롭다. 가끔 혼자 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여유를 부리고 편안함을 추구하지만, 그것 또한 함께 였기에 가능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한미아. 미아는 외롭다. 많이.

엄마 아빠는 미아의 학습권을 위해 이사를 하고, 새벽까지 횟집을 운영하시느라 저녁부터 밤까지 미아는 혼자 집을 지켜야 하며,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 엄마 아빠가 떠난 집에서는 요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다양한 귀신들이 형상화되이 미아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그 때 미아의 처방은 바로 온라인쇼핑이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지만, 쇼핑몰을 구경하는 동안에는 소리도 귀신도 방해하지 않기에 미아는 쇼핑을 끊을 수 없고, 벽장속에 택배상자가 쌓여간다. 상자가 쌓여가는 만큼 미아는 행복하고, 따듯하고, 덜 외로워지는 것 같다.

 

 


 

미아는 배송주소를 잘못 기재하는 실수로, 77번지 쓰레기를 모으는 할아버지 집을 방문하게 된다.  산을 이루고 있는 할아버지 집에서 하늘색 블라우스는 찾기는 쉽지 않지만, 미아는 포기할 수 없다.  미아가 외로운 마음을 쇼핑으로 채워가듯이 할아버지는 떠난 아들네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모으는 것으로 채워가고 있다.


"알아, 그렇지만 넌 옷이 찢어지든 말든 상광없었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아니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할아버지가 먼저 손을 놨잖아. 너보다 할아버지가 더 옷을 아낀다는 증거지!"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내가 뒤로 넘어진 게 할아버지가 손을 놔 버렸기 때문인가 봐.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블라우스를 할아버지한테 주기는 싫었어. 재민이가 할아버지 편을 드는 게 서운하기도 했지.

미아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할아버지와 싸워서 힘들게 빼앗아 온 하늘색 블라우스를 예쁘게 포장하여 캐나다 손녀의 집으로 보내주기로 한다.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탐을 낸 미아의 블라우스를 받고 환하게 웃음지으면서도 연락이 끊긴 시간만큼 그리움이 사무쳐 겹겹이 쌓였다.


 

 

할아버지는, 쓰레기라고 버려진 많은 물건들을 수집하면서 그 속에 담겨진 추억과 이용가치가 있음을 말한다. 그것들이 새로운 것에 밀려서 버려지는 것들을 할아버지는 손수 마당으로 끌고와 모으면서 할아버지가 가슴 속에 묻어둔 추억처럼 차곡차곡 쌓아둔다. 겉으로 보기엔 버려질 물건이고, 주위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쓰레기일 뿐이지만,  그 속에 의미를 담는 할아버지의 입장에선 그 무엇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가끔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아주 사소하게 여기는 실수를 한다.

아이들이 표현하는 감정들을 어린 양으로 받아들이거나, 나이값을 못한다고 치부하는 경우 또한 그렇다. 아이가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를 들여다보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불안요소와 불편한 점들이 분명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게일을 바쁜 미아의 엄마 아빠는, 미아를 위한다는 이유로 선택한 삶이지만, 정작 미아는 엄마 아빠와 밥을 먹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 그것만을 원한다.

우리 아이들 또한 미아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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