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의 역사 교실 - 역사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수상한 인문학 교실
신연호 지음, 소복이 그림 / 시공주니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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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역사에는 어두운 눈을 가졌다. 무조건 암기해야 하고, 암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시험을 보던 나의 중학교 시절부터 역사는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과목으로 각인되어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라는 학문과는 높다란 담을 쌓아가기에 이르렀다.

 

그런 나에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존재는 어느 교수님의 강의 중 번외편에서였다. 강의의 주제는 역사와는 관계가 없었는데, 강의 장소의 문제로 인해 자료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준비된 강의는 간단하게 마무리를 지으면서, 우리만 알고 있는 얘기라고 말씀하시며 우리의 호기심을 끌어모으면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해 주셨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사치스러웠고, 도도한  '마리 앙투아네트'

내가 어설프게 알고 있던 그녀와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

내가 알고 있었던 이야기, 내가 알게 된 이야기, 모두 꽁꽁 감춘 채 우리 집 둘째 소녀에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역사교실』을 내밀었다.

이름부터가 발음하기 힘들고 낯선 느낌이 들자, 꼭 읽어야 돼?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수상한 인문학 교실> 시리즈 중 한 권이기에 받아들더니 자리를 뜨지 않고 읽기 시작한다.

 

역사는, 배워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알아야 한다. 또한 옳고 그른지가 아닌 그 시대 그 상황의 모습들을 담담히 지켜보며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장미는, 삼촌의 열정적인 역사 수업을 피해 도망가다 색다른 모양을 한 카페 '수상한 인문학 교실'에 들어가 교실지기의 메뉴 선택으로 프랑스 역사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다.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국민들이 올린 진정서를 읽어주는 도우미로 왕실에 들어간 장미는,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신분제가 도입되어 있던 그 때 당시 평민은 성직자와 귀족들에게 바치는 세금의 부담으로 나날이 굶주림과 설움을 겪어야 했으며, 열심히 사는데도 그들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뿐 아니라, 먹고 사는 기본적인 생계까지도 위협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그들이 피를 흘리며 삶과 투쟁을 벌일 때, 성직자와 귀족은 사치와 허례허식으로 나라의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

"~ 만약 왕비님이 무엇을 구경했느냐고 물으시면 파리의 좋은 모습을 말씀드려라. 파리 사람들이 왕실을 여전히 존경하고 사랑하더란 말도 하면 좋겠구나. 왕비님이 좋아하실거야."   32쪽

그들의 삶에 대해 전혀 모르며 살아가는 '마리 앙투아네트'

신하들이 전해주는 말만 믿으며 왕비의 자리를 지키는데 힘을 기울였던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의 나라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의 위협을 받고 있어, 프랑스와의 우호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결혼을 하게 되어 왕비의 자리에 앉게 된다. 앙숙관계였던 나라의 왕비, 결코 그녀는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으며, 시작부터 어긋나기 시작함은 참이 거짓으로 바뀌고, 지어낸 말들이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 되어 국민들의 원성을 사는데 크게 한 몫을 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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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더이상 핍박과 고통 속에서 가만히 나라를 믿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서고,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만만의 준비를 하기에 이른다. 하루가 다르게 부패되어가는 정부를 살리기 위한 국민들의 절실함이 혁명으로 발전하고, 그 혁명은 프랑스의 새로운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본다.

 

"왕비님, 저는 지금 진정서를 읽어 드리고 싶어요."

"장미! 그 진정서는 나와 국왕 폐하께 총을 겨눈 자들이 쓴 거야. 적이 된 자들의 불평 따위를 들려주겠다고? 나한테?"

"국민은 왕비님의 적이 아니라 돌봐야 할 사람들입니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건방지구나! 국왕 폐하와 나는 진심으로 국민을 아끼고 있어. 그런데 저들은 은혜도 모르고 무리한 요구만 해. 마음대로 의회를 만들더니 헌법을 만든다며 법석을 떤단 말이야. 국왕 폐하의 한마디, 한 마디가 모두 법인데 그깟 헌법 따위가 무슨 소용이야?"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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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주인이 곧 왕이고 임금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왕에게 좋은 소리만 해서 신임을 얻고자 했던 간신들이 앞장서서 왕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왕의 뒤에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데 급급하였다. 장미에게 국민들의 불평이 담긴 진정서를 읽지 못하도록 막는 캉팡부인이 그들과 같다.

 

우리에게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는 왕비로서의 자질보다는 명예를 이용해 부를 누리기만 하는 왕비로 의심받으며 한평생을 살아야했다. 현명한 신하를 만났더라면, 오스트리아인으로 프랑스의 왕비일지라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흔들림만 없었다면 새로운 역사 속 인물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시대 국민에게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들의 고통과 핍박을 삼키며 살아가는데 버티는 힘이 되어 주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국민들은 힘든 지금의 삶에 대한 이유를 '마리 앙투아네트'의 탓으로 돌리면서 위로를 받고, 그녀만 없으면 희망이 보일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게 하면서 하루를 버티는 힘을 짜내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장미는 국민들이 의회를 만들어 나라의 군대와 맞서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들의 당당한 주장들이 왕에게, 성직자와 귀족에게 바른 소리로 들려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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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인문학 교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역사교실』에서 만난 '마리 앙투아네트'는 전체 중의 일부에 속한다. 그녀가 왕비로 있을 당시, 국민들이 의회를 만들고 혁명을 일으켰다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짜 모습은 살짝 감춰두었다. 프랑스 왕비로 오게 된 연유와 국민들의 미움을 받게 된 원인 그리고 진짜 그녀의 모습은 어떠했는지를 생략하였다. 이렇게 역사는 동시대에 여러 인물들이 나오고, 한 사건을 두고도 다양한 생각들로 성장하고,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는 승정보를 울리지만, 또 누군가는 희생당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역사이다.

우리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역사교실』이 전하는, 프랑스 혁명에 대해 살펴보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국민들의 진정서조차 읽어주지  않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뒷모습을 깊이 파고들어보는 노력을 기울여본다면, 역사를 바라보는 눈이 지금보다 훨씬 넓고 깊어진다고 장담할 수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향해 질타를 하는 둘째 소녀에게 이제는 그녀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줘야 할 때인 것 같다. 엄마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나의 두 소녀를 키우면서 나 또한 성장해가고 있다. 이것이 나의 역사의 한 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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