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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야, 하룻밤만 재워 줘 - 알면 알수록 신기한 곤충 세계 ㅣ 개똥이네 책방 33
보리 편집부 지음, 권정선 그림, 김태우 감수 / 보리 / 2017년 11월
평점 :
나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곤충의 이름이나 그들의 생김새를 잘 구분짓지 못한다. 메뚜기와 여치 그리고 베짱이를 여전히
헷갈려하는, 자연을 누린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민망할 지경이다. 그런 내가 두 소녀의 엄마가 되면서 곤충이든 동물이든 소녀들 앞에서 단
한번도 '징그럽다' '이상하게 생겼다' 소리를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곤충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될까봐 의도적으로 한 행동인데, 나의 이
행동들이 우리 두 소녀를 따듯한 마음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지난 해 학교에서 장수풍뎅이를 애벌레부터 키워 성충이 되는 과정을 관찰한 뒤 방학이 다가오자, 작은 소녀가 손을 번쩍 들고 집에 데리고 와
'꾸미'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야행성인 장수풍뎅이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동안에는 얌전하다가 10시가 넘어가면 채집통 밖으로 흙이 튀어나올 정도로
날개짓을 하고 정말 놀라울 만큼 활동가였다. 나는 두 소녀에게 어젯밤의 활동 내용을 알리는 임무에 충실해서 매일 밤 동영상을 찍으며 두 소녀를
만족시켜갔다. 그런 중에 꾸미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두 소녀는 하교 후에 잠자는 거라고 그 곁을 지켜보더니 티슈에 싸서는 밖으로 조용히
나간다. 아파트 앞 화단에 꾸미의 무덤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주위에 떨어진 나뭇잎으로 잔디처럼 꼼꼼하게 덮어주고 나뭇가지를 모아 기둥을
세워놓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곳에 들러 인사를 하는 두 소녀의 모습에서 참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두 소녀가 곤충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그들의 모습에 선입견이 없는 것은 나의 노력도 있었지만 어릴 때 부터 보았던 "보리출판사"에서
펴낸 세밀화로 그려진 곤충도감이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벌레야, 하룻밤만 재워 줘』
제목을 듣자마자 우리 두 소녀가 너무나 좋아할 거란 확신이 들었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친근감과 다정함 그리고 벌레들과의 하룻밤, 참
매력적이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별별 재주가 있는 동물, 알면 알수록 신기한 벌레들, 우리 둘레에서 쉽게 보는 벌레들>
3단 구성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다양한 곤충들의 먹이부터 생활모습, 번식하는 모습과 그들의 특성들을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과 벌레에 대한
편견부터 사실까지를 만화형식을 빌어 가벼우면서도 진중하게, 단순하면서도 사실적인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편안하게 지식을 넣어준다.

곤충들에게 우리가 가졌던 잘못된 사실들을 따로
첨가하여 자세히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모습부터 과정을 자세하게 표현해주고 있어 그림만으로도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설명으로 우리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몇년 전, 제주도 여행길에 사려니 숲을 산책하면서 너무나 곱게 접혀진 나뭇잎을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그 나뭇잎을 조심스레 펼쳐보았다. 나는 산책하는 길에 누군가가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손을 댄 거였는데 누구의 것인지 모르지만, 알이 수북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나뭇잎을 펼쳤던 나의 손은 그대로 얼음이 되었고, 우리 두 소녀는 내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너무나 당황스럽고 알
주인이라도 알면, 말이라도 통했다면 미안하다고, 내려놓을테니 다시 숨기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나는 나뭇잎을 선이라도 그은 듯 반듯하고 정확하게 접어 놓은 그 모습에 그들의 능력과 정성은 사람못지 않음에 감탄했고, 자신의 알을
보호하기 위한 그들의 방법이 놀라울 뿐이었다.

『벌레야, 하룻밤만 재워 줘』에는 우리나라에서 또는 우리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벌레 31종의 생태 특징을 만화형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속에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마치 그림책을 보듯이 눈이 즐겁고 가슴이 따듯해지면서, 자연 속에서 그들이 살아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느낄 수 있어 가슴 한 켠이
아리기도 했다.
벌레들의 생김새와 한살이, 천적과 짝짓기 등 다양한 생태 정보를 알 수 있어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가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벌레야, 하룻밤만 재워 줘』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또래 친구를 등장시키고, 그가
대신 나의 호기심을 풀어주고,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도 해결해주고, 우리가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을 하면서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을 만화로
풀어내주고 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많은 벌레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곤충의 생태 정보를 쉽게 익힐 수 있으며,
생생하게 기억하게 되는 재미난 곤충도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곤충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의 믿음을 뒷받침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