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은 달걀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7
이루리 지음, 나명남 그림 / 북극곰 / 2017년 10월
평점 :
겨울이 성큼 다가온 오늘,
어제의 나들이로 피곤해진 우리는 오늘 하루 집에서 뒹굴
맘껏 자유와 편안함을 누려보리고 한 날.
이른 저녁으로 떡볶이로 메뉴를 정하고
두 아이와 남편님은 시장을 보러 집앞 마트를 가고
나는 육수와 소스를 만들면서 한 쪽으로는 달걀을 삶기 시작.
육수와 소스를 풀고 양배추와 떡, 어묵과 당면을 넣고 끓인 떡볶이 국물에
삶은 달걀을 풍덩,
노른자 위에 빨간 소스를 올려 먹으면
퍽퍽함도 없고 소금없이도 간이 딱.
오늘 우리가족이 만난 삶은 달걀은 매콤하고 부드러운
세상 무엇하나 부러울 게 없는 그 맛.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7. 삶은 달걀은 과연 어떤 맛일까?
목이 메이고, 소금이 필요하고,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나는,
사이다가 반드시 필요한 부드러우면서도 퍽퍽한 그 맛.
과연?
로댕의 생각하는 곰?알지?
생각이 많고 꿈이 많은 곰은 깊은 생각에 빠지면 밤낮을 안 가리고
책상이 갈라지는 것도 모른 채 몰두한다.
식탁에 놓였던 꽃병도 컵도 먹고 남은 사과조각도 바닥을 뒹굴고 ...
그럼에도 생각을 접을 수는 없다.
생각만이 곰을 존재케하는 것처럼 말이다.

삶은 달걀.
온 집안에 불기운이 뻗쳐나오고,
연기는 닭이 되고, 병아리가 되고, 달걀이 되어 지붕을 뚫고 나온다.
달걀이 무엇이 되는지,
마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듯,
구름모양으로 표현한 것이 재미있으며,
그림에 시선을 모으는데 아주 성공적이다.

삶은 달걀이야.
따뜻하게 품으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날거야. [본문 중에서]
빨간 끈을 들고 선 닭의 뒷모습과
달걀 속에서 얼굴을 내민 생각하는 곰
삶은 새 생명이 탄생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며
생명의 탄생은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 의미있다.

삶은, 달걀이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야 하듯이,
나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찬찬히 둘러봐야하고
소금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어 지듯이,
나의 삶에 특별함을 가미시킨다면 더욱 삶이 풍성해지고
목이 막힐 수
있으니 물도 마셔야 하듯이,
숨가쁘게 흘러가는 나의 삶의 속도에 가끔은 브레이크를 걸어야하고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듯이,
빨리 얻고자 하면 더 많이 잃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의 삶은 굴렁쇠이다.
나는 아직 굴렁쇠를 굴리지 못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도하지만 참 녹록치 않다.
굴러갈듯 말듯 하면서도 멀리 가지 못한 채 뱅그르르 제자리를 맴돌다 쓰러지기 일쑤이다.
이처럼 삶이란 뜻대로 모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하나쯤은 애써도 그만큼 이루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삶은 굴러가지 않을 것을 알지만 다시 한번 시도해보는,
그러다 한번쯤은 성공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믿음. 이것이 곧 나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