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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만 알려 줄게 - 피터 레이놀즈가 전하는 행복의 비밀
피터 레이놀즈 지음, 서정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평점 :
피터 레이놀즈와의 만남은 "점"이었다. 긴 장대와 같은 붓을 들고 오렌지빛 태양을 그리듯 세상에서 가장 큰 점 하나를 그리는, 그 동안
봐왔던 그림책과는 너무나 다른 소재 그리고 아이의 점 하나에도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아이에게 희망을 주었던 선생님의 교육 철학.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표현된 그림과 인물의 동작선이 간단 명료하여 있는 그대로 보며 느낄 수 있어 읽는 동안 편안함을 안겨 준다.
2017년 새로 세상의 빛이 되어 줄 『너에게만 알려 줄게』
표지를 넘기는 순간 너무나 자유로워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그러나 이야기의 시작과 함께 부모인 나의 마음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항상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으로 자라도록 강조했고,
남의 눈에 우리 아이는 이런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실어 행동의 변화를 재촉했고,
잠깐이라도 멍하게 있으면 다음에 해야 할 과제를 주며 잠시의 쉼을 봐주지 않았던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강요만을 하지는 않았을까 나를 돌아보게 한다.

언덕 위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함을 커졌다. 학교에서 방과후로, 학원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맘껏 뛰어노는 것보다 아무 생각없이 아무것도 손에 들지 않고 가만히 숨에 집중하는 그 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의 어린시절보다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간다. 다양한 매체만큼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다양해지고, 그만큼 아는 것도 많다.
그런데 그것을 채워가기에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 바쁘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사랑할 시간이 너무나 없다.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진정
원하는지 깨닫기 전에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상처이고 아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말해주고 있다.
상처입은 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만 같아 아픈 엄마에게.
괜찮아.
한 발 두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해 준다.
넘어지고 지쳐도 우리에겐 다시 일어설 용기가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우리는 안다. 나와 너의 행복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도 제각각.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는 길만은 스스로가 찾아야겠지.
행복한 아이의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
엄마이기 때문이겠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지를 찾아볼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싶다.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천천히 나를 들여다 볼 시간
그 귀한 시간을 학원으로 뺏기지 않을 용기가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다.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책은 상큼한 그림만큼 햇살이 내리쬐어 주는 따스함이 있다.
간결한 그림이 주는 편안함에서 아이의 동작 하나와 표정에서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슬픔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그래서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이 그의 힘이고, 매력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