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의 비밀 높새바람 41
윤숙희 지음, 김미경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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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건국이야기에는 환웅과 웅녀 그리고 단군이 빠질 수 없으며, 곰과 호랑이 그리고 동굴과 마늘, 쑥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것이 신화가 되고, 건국이념이 삶의 지표가 되어주며, 오래된 역사속 한 장면을 떠올리며 나라의 존재가치를 밝혀주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며, 그의 자손임이 자랑스럽다.


도시 생활에 길들여진 선재가 엄마 아빠의 부재로 지리산 작은 마을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 또한 시작을 맞이한다. 선재가 살게 된 지리산자락 마을은 동물들이 자연의 주인이 되어 자유를 만끽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살아숨쉬는, 고요하고 조용한 곳이다. 예법을 그대로 전수하는 아빠를 둔 명곤이와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동물과의 대화가 가능한 반야 그리고 선재와의 힘겨루기를 자처한 상구.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선재는 산에서 우연히 만나 자신을 구해 준 반야에게 자꾸만 눈길이 간다. 개구지고 시비대장 상구가 놀려도 화를 돋궈도 화 한 번 내지 않는 반야는, 나무 위에 누워 하늘을 보고 새들과 이야기를나눈다. 매번 지각하고 친구들과 말 한마디 하지 않던 반야는 지리산과 마고 그리고 동물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거미줄이 엮인 듯 줄줄 얼마나 똘똘하고 앙팡지게 말을 잘 하는지 선재는 점점 반야에게 빠져들고, 반야의 뒤를 쫓아다니며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조금씩 배워나간다. 선재는 반야의 손목에 자기 팔찌를 껴주며 살며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가슴이 콩닥거리는 셀렘도 느끼며 지리산이 주는 매력에 빠지게 된다.


선재는 산에서 머루를 따 먹는 곰을 만난다. 선재가 줄 팔찌를 낀 곰. 그리고 며칠 뒤 곰을 잡겠다고 나서는 곰탐험를 따라 산에 오르다 큰 곰과 마주치는 위험한 순간, 지난 번 만났던 팔찌 찬 곰이 큰 곰에게 으르렁거리며 말린다. 선재는 자신을 도와주려는 듯한 팔찌 찬 곰을 의심하며 바라보는 순간, 상구의 죽창이 그대로 곰의 발에 꽂히고 만다. 곰은 피를 흘리며 서둘러 산 속 깊이 들어가고, 다음 날 반야는 다리를 절며 교실로 들어온다.


지리산에는 곰의 쓸개를 욕심내는 밀렵꾼들이 조용히 들어와 감자탄을 매달아놓는다. 마치 꿀벌통처럼 매달아놓아 곰을 유혹하는 것이다. 선재는 꿀을 맛있게 먹던 반야가 떠올라 꿀벌통에 손을 대는 순간, 늙은 곰 한 마리가 나타나 앞발로 치자 "펑" 소리와 함께 터지고, 곰의 앞발은 피가 철철. 발이 날아간 것이다.

며칠 뒤,온 산의 동물들이 숨을 죽이고, 슬픈 듯 포효하는 곰의 울음소리가 산자락을 울리고, 선재 할아버지는반야 할머니의 죽음을 알린다. 선재는 반야가 가지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설마.


- 선재야, 사람이 되면 행복할까? 곰보다 행복할까?

할머니처럼, 할머니 대신 동물들을 돌보며 지리산을 지키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152쪽


- 말해 줬어야 했어요. 말해 줬어야 …….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 일인지, 반야가 물었을 때 말해 줬아야 했어요. 살밍 돼서 내 옆에 잇어 달라고, 내 친구가 되어 달라고 ……. 그 때 말했어야 했어요. [중략] 내가 반야 옆에 있어 줘야 했는데  ……. 반야가 나를 지켜줬듯이 나도 반야를 지켜 줬어야 했는데  ……. 내 잘못이에요. 내가 지켜 주지 못해서 떠난 거에요.  162쪽.


반야가 들려주는 지리산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반야봉에서 이름을 딴 '반야' 동글동글한 몸에 까만 눈동자, 지리산 주인은 곰이고, 다람쥐이고, 멧돼지라고 말하는 아이. 있는 자연을 그대로 바라볼 줄 알며 자연의 향기가 무엇인지, 그 맛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아이. 반야가 들려주는 자연의 이야기를듣고 있노라니 어릴적 대청마루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이야기같기도 하고, 웅녀할머니가 할머니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솔솔 잠을 들게 한다.


신화속 인물 '웅녀'와 현대의 인물 '선재'의 만남에는 신화의 이야기,자연의 이야기, 인간의 욕심이 만든 자연의 상처 이야기 그리고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야의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었고, 사람이 아닌 곰의 삶을 선택한 반야의 마지막 결정에서 자연을 주는 귀함을 되새기게 되었다. 선재와 나눈 우정에는 반야의 진실됨이 그대로 묻어나 있으며 지금도 지리산에 가면 곰이 된 반야가 선재를 기다리며 산아래를 내려다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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