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꿈을 지키는 카메라 ㅣ 소설의 첫 만남 3
김중미 지음, 이지희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평점 :
『꿈을 지키는 카메라』뀸울 가진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환경 속에서 자라왔는지는 책이 완전히 나의 것이 된 후에서야 '어떤 생각을 가졌기에,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까?'하고 궁금해한다.
내가 '작가 김중미'를 알게 된 것 또한 그렇다. 10년하고도 한참 전 서점에서 우연한 기회로 손에 넣게 된 '괭이부리말 아이들' 혼자 읽고 책장에 꽂아두었던 책을 결혼하고 남편이 한 번,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책읽기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에 다시 한 번, 우리 집 책장에서 긴 세월을 보낸 책을 여전히 읽어나가면서 '작가 김중미'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작가의 선입견과 생각을 글에 담아내려고 애쓰지 않았으며, 잔잔하게 관찰자 입장으로 바라본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독자에게 애잔함을 한층 깊게 만들어주고 온전히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난 '작가 김중미'에 대한 무한신뢰를 갖는다. 그 이후에 읽은 동화부터 수필까지 난 그녀의 마음을 온전히 느끼는 그 순간을 아낌없이 즐긴다.
【 동화에서 소설로 가는 징검다리
더 깊은 독서를 위한 마중물 】
창비에서 '소설의 첫만남'이란 주제로 청소년들에게 글이 주는 감동과 책의 즐거움을 안겨주고자 두껍지 않은, 그렇지만 여운만은 오래 남을 수 있는 책들을 펴내어 세상에 내놓았다.
주위에서 많은 아이들을 살펴보면, 초등 고학년 또는 중학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읽기를 너무 어려워하거나 글밥이 좀 많다 싶으면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은 습관 문제 뿐만 아니라 책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나 감동 그리고 소통의 과정을 공유하지 못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중미 작가의 작품 『꿈을 지키는 카메라』는 뉴타운 건설의 붐으로 상가가 철거되고, 그로 인해 꿈을 잃어가는 주변인들과 수준별 학습이란 말로 성적순으로 대우가 다른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현실을 마주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뉴타운 건설이란 명목으로 마을에 들어와 부시고 통행로 보장은 뒷전으로 미룬 채 밀고 들어오는 커다란 트럭과 공사용 차량등의 흉물스러움, 그것과 함께 생업과 함께 꿈까지 모든 것을 걸었던 상가주민들 또한 마지막까지 버티며 투쟁하며 하루 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아람이는 허물어져가는 상가 건물과 곧 떠나야 하는 이웃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블로그에 올리며 그들에 대한 일상과 꿈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보내며 누군가는 그들을 기억해 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갖는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는 방과후에 도서관을 이용해서 학습을 할 수 있는 학생은 상위 10%에 한정되어 있었다. 나머지는 교실에 남아서 하거나 하교해서 따로 독서실을 다녀야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일명 '한다'하는 아이들은 선생님의 관리하에 학습하며 모르는것을 바로 해결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상위권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해야지'하는 계기 마련을 위한 취지라고는 하지만, 내가 들어가면 누군가 하나는 도서관에서 밀려나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잔인한 게임을 만들어 주는 것인지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느낀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인정형이었고,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네'하는 무조건적인 순종형이었구나 싶다.
아람이는 말한다.
그럼 공부 못하는 애들은 학교에 차별을 해도 무조건 꾹꾹참고, 나중에 공부 잘하게 되면 그 때 자존심을찾으라고? 그게 말이 돼? 원래 학교는 우리처럼 공부 못하는 애들을더 잘 가르쳐 주고 이끌어 주는 데 아니야? 보충 수업 하러 갈 때마다 내가 쓰레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그래서 공부고 뭐고 다 싫어지려고 그런다고.
아람이는 보충수업 미 참석자로 남아있던 연서가 보충수업을 나가기로 결정하게 되면서 혼자가 된다. 연서가 보충수업 가는 건 연서의 선택인 줄은 알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고 자꾸 화가 나고 퉁명스럽게 말이 나가고 눈 마주치기도 싫어진다. 친구가 친구로 남아야 하는데, 경쟁자의 한 사람으로 바라봐야 하는 현실이 참 슬픈 일이다.
아람이는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선다.
길에 버려진 고양이 어미와 새끼, 멋진 구두를 만드는 장씨아저씨, 100년 전통을 꿈꾸는 만두 가게, 철거 반대 농성에 앞장서는 연서 엄마까지 아람이는 그들이 보내는 소박한 꿈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그들이 못 이룬 꿈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펼쳐질 것을 응원한다.
우리들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이거 하나면 충분했는데, 하나 얻고 나니 또 다른 하나가 탐이 나고, 그 욕심이 때로는 다른 이의 모든 것을 빼앗기도 한다. 그럼 빼앗긴 자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 것인가 하는 숙제가 남는다.
창비에서 책읽기를 포기한 청소년들을 위해 손에 잡히는 작은 사이즈, 100쪽이 넘지 않는 분량, 나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
청소년들이 한시간이라도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이것을 시작으로 나와 연관된 도서들을 찾아보고, 책이 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배워나간다면 이보다 더 따듯하고 고마운 마중물은 없을 것이다.
독포자들을 위한 책의 즐거움 그리고 문학의 감동을 전하기 위한 창비의 도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