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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투스 - 코르착이 들려주는 영화 같은 이야기
야누쉬 코르착 지음, 송순재.손성현 옮김 / 북극곰 / 2017년 4월
평점 :
어릴 적 나는 환상에 젖어 그 속에서 허우적거려 보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당연히 할 수 없고, 현실에서 또한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쉽게 받아들였고 인정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은 철없다 생각되는 허황된 꿈과 환상에 젖어보지 못함이 살짝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 나이지만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말린 고사리며 깨,콩가루, 옥수수 몇 알들을 담아오셨던 보자기를 목에 걸고는 펄럭이며 동네를 뛰어다녔고, 선물포장 끈이 하나 생기면 나무 젓가락 사이에 꽁꽁 묶고는 리듬체조 선수 흉내내듯 리본을 돌리고 바닥을 구르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카이투스는, 나의 유년시절 아쉬움이 남는 허황된 꿈을 꾸며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다. 마법사가 되는 것이 꿈인 카이투스, 그는 자신이 꿈꾸는 '마법사'의 마법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고, 그 꿈을 향해 좌절도 실망도 하지 않는다. 이제 기회가 왔다. 아주 사소한 마법에서부터 정말? 하고 의심의 눈빛을 전할 수 밖에 없는 행위들까지도 마법이 이루어지는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견고해져간다.
카이투스의 마법은 마음에서 세상으로 표출되어 나오기 시작하며, 질서있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마법은, 장난으로 시작되어 바르샤바 일대에 혼란을 주기에 이른다.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라는 말이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허용되지는 카이투스를 만나면서 나의 허용 범위에도 혼란을 가져온다.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아주 가벼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마법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운이 좋은 정도이다. 그러나 그 범위도 깊이도 깊어지면서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피해를 입게도 된다.
어른들은 그렇다. 정해진 틀 속에서 모범적인 행동을 하고, 정해진 규칙을 잘 따르며 예의바른 행동을 하는 아이다운 아이를 칭찬하고 바른 아이라고 단정짓는다. 그러나 아이다운 아이는, 말 그대로 아이다워야 하는데, 어른들의 잣대에서 바라본 아이는 아이는 절대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어른들의 시선 앞에 놓인 카이투스는 아이답지 못할 뿐 아니라, 어느 어른이 보아도 감당하기 힘들고 규칙이라는 것을 배우지 못했으며, 정해진 틀 속에 들어오지 않는, 내 아이의 친구이길 꺼려지는 아이이다.
카이투스는 마법이란 새로운 도구를 이용하게 되면서 색다른 경험을 맞이하게 된다. 어른다운 어른을 만나게도 되고, 어른의 입장이 무엇이었는지도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어른들이 아이다운 아이를 바란다면, 우리 어른또한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카이투스를 만나는 동안, 카이투스가 부리는 마법이란 세계가 참 생소하고, 정말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은 잠시 차츰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어른이라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었다는 생각이 맴을 돌았다. 나의 두 아이는 엄마가 정한 틀 속에서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아이들의 엉뚱하고도 허황된 이야기에 엄마가 너무나 정확한 논리로 묵인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카이투스이다.
우리는 카이투스만의 마법을 인정하고 그들의 마법다운 마법이 세상을 따스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소통해야 한다.
오늘부터 우리는 카이투스들의 말에 귀를 열고 가슴을 열어주어야 한다.
어른들이여,
맘껏 열고 카이투스를 맞을 준비를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