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 동물 기차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26
시노다 코헤이 지음, 강해령 그림 / 북극곰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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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만 보면 달리고 싶은 건 왜일까?
기차만 보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이유는 왜일까?
기차만이 가지고 있는, 기차만 타면 새로운 세상과 만날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설렘이 아닐까 싶다. 

『칙칙폭폭 동물 기차』  제목이 우리에게 말해준다.
"기차가 칙칙폭폭 동물들을 태우고 간대요." 라고.
어디로 갈까? 표정들이 왜 다들 다를까? 사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미소 가득한 하마는 정말 여행가나, 표정이 너무 밝은데 …
기차의 창에 비친 동물들의 다양한 표정을보고 있으니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이 마구 샘솟는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목표는 같은 듯 한 곳을 향해 뛰어오는 사자와 하마. 땀을 흘리며 달려오는 모습이 너무나 지쳐 보인다. 둘 사이에 놓인 기찻길, 아마도 기차를 타기 위해 시간에 맞춰 달려왔나보다.
아님 더위에 지친 우리가 마트나 은행으로 피서를 가듯 그들 또한 기차로 피신을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친다.
사자와 하마 그리고 기차역. 이들 사이에 어떤 공식이 존재할까?

 

 

 

 

드디어 플랫폼에서 만난 사자와 하마.
등을 돌리고 선 둘의 모습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린 둘의 모습은,
영낙없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재미있게 놀다가도 '흥! 치!' 하고 토라져 상대에게 나의 서운함을 말해주듯 돌아서는 우리 아이들.
무심하듯 고개돌린 하마와 사자 그리고 한 발짝 들어올린 앙증맞은 발.
엉덩이가 크기로 소문한 하마와 밀림의 왕이라고 자칭하는 사자가 한 발을 들어올린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얼마나 가벼운 행동인가. 
그들의 가벼운 동작 하나에 웃음보가 "빵"하고 터진 나를 누가 말릴 수 있단 말인가.

 

 

 

 

등을 돌린 그들이지만, 기차를 타려는 마음은 같다.
코끼리를 태운 기차는 만원이라서, 얼룩말을 태운 기차는 사자를 보는 순간 놀라서, 치타를 태운 기차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서 그들은 기차를 타지 못한다. 기차를 타기 위한 노력은 그들의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코끼리들로 꽉찬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려다 튕겨져 나오는 하마도 떠나는 얼룩말 기차를 잡아보려고 쫓아가는 사자도 계속되는 실패에 '다음'을 기약해야만한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치타 기차.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실의 상태를 그들이 두 팔을 뻗고 멈춰선 뒷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내준다.

 

 

 

 

드디어 그들에게도 기회는 왔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던가.
정중하게 모시겠다는 북극곰의 인사에 황홀함으로 저절로 벌어지는 입과 저절로 커지는 동그란 눈.
어느 순간 둘은 서로를 바라본다.
우리의 긴 기다림은 이제 끝이라는 서로를 향한 승리의 미소였으리라.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것, 정말 맞는 말일까.
그들은 얼음으로 둘러싸인 기차안에서 벌벌. 최대한 몸을 작게 웅크려도 그들은 몸은 여전히 벌벌.
평온하게 책을 읽고 창밖을 바라보는 북극곰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온다.
아마도 이들은 기다리는 자로 복을 받기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넜어야 하나보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누구나 짐작했을 남극.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던 하마와 사자는 이제 절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그들의 앞으로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등을 돌리고 서서 기차를 기다리던 하마와 사자는 우리의 곁을 스쳐지나는 많은 인연들이다. 서로를 외면한 채 자신의 시간에 빠져있는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 그런데 그들이 서로의 동선이 겹치고 어느 순간 가는 목적지가 같아지면서 좀 전의 어색함과 경계심은 조금씩 풀어진다. 그들 앞에 낯선 곳에 둘만 남겨진다는 미션이 주어진다면, 지금과는 다른 감정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두려움과 불안감 앞에서는 그전에 느꼈던 낯선이가 아닌 나와 같은 배를 탄 동지가 되어 손을 잡게 된다.

북극곰기차에 타서 온 몸이 벌벌 떨리는 순간 서로를 의지하게 되고, 남극에 도착하는 그 순간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새로운 환경을 이겨낸다.
하마와 사자는 말한다.
관계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고, 언제 그것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 관계를 위해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희망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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