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안젤라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
이루리 글, 송은실 그림, 유럽 전래 동화 / 북극곰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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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북극곰에서 받은 도서목록집을 보면서 내내 읽고 싶었던 책이 "천사 안젤라"였다.

예쁜 진분홍 꽃 한송이를 들고 수줍은 듯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다정해서 일까, 아님 너무나 해맑아서 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름 앞에 붙은 '천사'라는 말에 또다른 상상을 하게 되어서 였을까.


소녀는 둥글다. 얼굴도 둥글고 눈도 눈썹도 입꼬리가 올라간 볼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되었다. 머리스타일도 부드럽게 양갈래로 땋아 내 눈을 너무나 평온하고도 따스하게 해 준다. 소녀가 전하는 미소는 세상 근심 모두 포옹해주듯 온화하다. 마치 그림작가 송은실 선생님의 부드러움이 책 속에 그대로 전해지는듯한 착각이 든다.


 

 

 

안젤라는 행복하다.

엄마의 따스한 손길과 눈길 그리고 어루만짐으로 너무나 편안하고 황홀할 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안젤라를 바라보는 주위의 낯설고 냉랭한 시선 속에서도 엄마의 예쁘다는 말에 세상의 차가움보다

사랑을 먼저 배운 안젤라. 

안젤라의 행복은 꽃병에 담긴 활짝 핀 꽃 한송이처럼 향기롭게 퍼져간다.


 



안젤라에게서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안젤라에게 사랑만을 가르쳐준 엄마의 죽음은, 곧 안젤라를 '곱추'라는 현실 앞에 놓이게 하고, 스스로

읽어설 수 없는 나약함만 남겨놓는다. 싱싱하고 향기롭던 꽃은 시들고 더이상 향기를 내뿜지 않는다.

자신의 모습이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일 거라고는 알지 못했다.

밖으로 나가면 안 될 만큼 수치스러운 모습이라고도 생각지 못했던 안젤라에게

세상은 차갑기만할 뿐, 그 누구도 안젤라를 세상 밖으로 불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알기엔 안젤라는 너무 어리다.

현실을 안고 스스로 일어서기엔 안젤라는 세상을 너무나 몰랐고 곁을 지켜줄 누구도 없었다.

엄마가 사랑을 주듯, 안젤라에게 세상을 두 발로 버텨낼 용기를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안젤라의 축 처진 어깨가 안쓰럽고,

짐으로 여겨질 굽은 등이 더욱 무겁게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안젤라는 삶을 다했다.

그 순간 안젤라의 가슴 속을 울린 엄마의 사랑.

그 사랑은 안젤라의 굽은 등에서 날개를 꺼내주고 힘을 불어넣어준다.

안젤라는 더이상 슬픔도 외로움도 느끼지 않게 된다.

하얀 날개와 함께 만나게 되는 새로운 세상에서 안젤라는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날개짓을 한다.

세상이 모두 안젤라를 외면했을지라도

엄마만은, 또다른 세상만은 절대 안젤라를 버리지 않는다는.

굽은 등 안젤라가 살아가는 세상은 앞으로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가끔 상대에 대한 관심에 지나친 에너지를 쏟을 때가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켜지는 관심일지라도 그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이고 부담인지 한번쯤은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집 몇 층위에는 곱추 등을 가진 참 예쁜 아주머니 한 분이 남편과 아들 둘과 함께 지내신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 그 아주머니를 만나고는 첫 마디가

"저 아줌마 옷이 이상해. 어른도 옷을 잘 못 입나봐."였다.

아마도 한번도 그런 모습을 한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 테지만,

눈에 보이는 그대로 말하는 아이의 말에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그 날 밤,아이의 발톱을 깎아주면서 엄마와 다르게 발톱이 단단하고 넙적하다고 말해주면서 위층 아주머니의 등은 우리의 등과 다르게 생겼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은 등이 달라서 옷을 입은 모습이 다른거였구나 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다음날 아주머니를 만났을 때 아주머니의 등을 유심히 보고는 왜 그렇게 됐는지 궁금해 하기에, '곱추'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주자, 다름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며 다음부터는 아주머니에 대한, 곱추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갔다.


책의 저자 이루리님이 시인 김남조 선생님과의 만남을 쓰면서, 천사 안젤라를 만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주셨다. 이루리님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장애 앞에서 나와 다름 앞에서 유독 예민하게 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려하고 싶어하고, 배려해야 될 것만 같고, 내가 그와 다름을 상대에게 알려주고 싶기라도 하듯, 나를 내세우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자는 것이 다름을 인정하는 또 하나의 더불어 살기의 목표처럼 되어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인정하고 수용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안젤라. 

한동안 그녀의 미소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송은실 선생님의 부드러움이 그림 속에 그대로 내려앉아

세상의 근심을 모두 위로해 줄 듯한 미소.


안젤라의 손에 들린 꽃 한송이의 생명력처럼

우리들 마음 속 그늘진 구석까지 햇살 한 줄기 비춰져

꽃 한송이 피워내고 싶은 마음 간절해지는 밤이다.


안젤라.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따스했고 평온했습니다.

보듬어 주지 못한 세상의 한 사람으로 미안합니다.

세상의 많은 안젤라에게 꽃 한송이 선물하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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