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시절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이면
돌멩이 하나씩 들고
흙바닥에 대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더랬다.
손은 손대로 바쁘고
입은 입대로 바쁘고
~~ ♪♬ ~~
아침먹고 땡
점심먹고 땡
.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더래
.
지렁이 세마리 기어가더래
해골바가지 어휴 무서워
~~ ♪♬ ~~

오늘 코코가 그려준 코끼리를 만나는
순간.
친구들과 나의 두 아이들과
이면지 뒤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서
누구의 해골바가지가 더 무서운지
내기했던 그 작은 추억 한 자락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동글동글
귀여운 내 얼굴.
반달 눈썹에
감장콩 눈동자
함박웃음
짓는 입
사랑스런 나비도
귀여운
달팽이도
앙증맞은
새앙쥐도
듬직한
코끼리도
예쁜 내
얼굴을 따라
지구 한 바퀴
걸어가려 한다.

동그란
얼굴에 아빠 수염이 달리고
할아버지
주름도 세 줄
머리에
더듬이가 뽕! 뽕!
코도 참 길게
무엇일까?
외계인일까?
올챙이일까?
팔랑팔랑
나비가 찾아와 얼굴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네

와우~~.
책을 따라
반을 나누니
코끼리가
되었네.
아빠와 수염은
코끼리 코의 주름이
할아버지의
주름은 다리가
더듬이는
앙증맞은 꼬리로
긴 코는
코끼리의 발이 되었구나.
어머나
세상에나
이렇게
코끼리가 되었구나
어린시절
해골바가지는 코끼리 앞에서
주름도 하나
못 내세우겠네.

신나게 그린
코끼리의 몸에서
조금씩
하나씩
사라지고
있네.
아쉬워~~
이런 내
마음을 알까
노란 빛깔
나비가 애벌레가
달팽이와
새앙쥐가
찾아와
내 마음을
위로해주네.

징그럽다
소리치던 뱀도 찾아와주고
봄날의 여신
꽃도 찾아와 바람에 날아가고

아아,
코끼리가 코끼리가
내 얼굴
그려주고 갔구나.
편안하게 잠든
내 얼굴
살며시 감긴
내 눈 위로 미소가 만들어지네
나는
나는
오늘 코끼리와
예쁜 꿈을 나눠 가졌네
그래서
그래서
나는 내일도
코끼리 만나러 갈거라고 하네.

코끼리를 만나러 가는 날,
나는 나는 환한 미소 짓고
발걸음은 가벼웁게
동요 '나비야'에 맞춰 부르는
'코끼리'는
마치 여름날 시원하게 뿜어대는
코끼리의 코분수만큼이나
시원하고 경쾌하며 반갑다.
그림책을 볼 때마다 작가들의 통통튀는 발랄함이 놀랍다.
코코가 코끼리를 만났을 때
코코가 코끼리를 그렸을 때
누가 누가
이렇게 앙증맞게 코끼리를 그려줄 수 있을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놀라움에 웃고
귀여워서 웃고
상상 그 이상이라 웃고
코코만큼이나 입이 벌어지는 그림책
『코코가 그려준 코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