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간단 베이킹
마치노 키미히데 지음, 박문희 옮김 / 스타일조선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먹방 투어를 하려는 열정도 없으며,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좀 더 맛있게 먹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미식가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하는 음식은 늘 정해져 있고, 간단한 레시피라고 해도 수첩에 적어두고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분량을 조절하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캡쳐해두고 요리 중간중간 확인하고 순서를 익혀야만 가능하다. 그렇게 열심히 확인하고 정확히 맞춘다 해도 생각한 맛이 나지 않기 일쑤에 2% 부족한 맛으로 MSG의 도움을 받게 되니, 분명 요리에는 꽝손이라 스스로를 칭해왔다.


이런 내가 요리에 열을 올리고 정성을 다하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

바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덜 달고, 덜 짜고, MSG를 조금 더 늦게 먹이기 위해 요리책과 요리 블로그를 찾아보는 노력을 하기에 이르렀다. 자연스럽게 주방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들이 맛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 시작할 쯤 아이들의 손에 스푼을 쥐어주고 요리도우미로 채용하기도 하고, 빵집에서 자주 사게 되는 빵과 쿠키를 직접 만들어 먹고, 친구들에게 포장하여 선물하기에 이르렀다.

 

 

 

 

나처럼 요리 못하는 사람이 빵과 쿠키를 굽는다는 사실, 나는 스스로가 참 자랑스럽다. 매번 만들 때마다 레시피를 다시 찾아야하고, 재료를 찾아 마트를 다녀와야 하는 수고를 거듭하며 준비되지 않은 엄마이지만 아이들과의 베이킹은 쉬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중에 너무나 반가운 책 한권을 찾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쿠키와 머핀. 팬케이크가 있고, 그 뿐만 아니라 집에서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모나카, 손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릴거라는 고정관념으로 엄두도 내지 못한 떡까지. 이렇게 반가운 책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아이와 함께 간단 베이킹』의 저자이자 화과자 장인 마치코의 베이킹에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했구나라는 느낌이 와닿는 특징이 있다.  

첫째, 버터와 생크림 NO!

사실 믿을 수가 없었다. 쿠키와 빵의 생명은 밀가루 다음으로 버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반드시 들어가는 것 중의 하나이다. 늘 아이들과 베이킹 하면서 중탕으로 버터를 녹이고, 기름기 많은 그릇과 도구를 닦는 것이 매번 참 번거로웠다. 그런데 안 들어간다니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단 한가지에도 버터와 생크림은 첨가되지 않았다. 그 맛 또한 얼마나 담백할까 그리고 뒷맛이 얼마나 깔끔할까 레시피를 보면서 내내 기분이 좋았다.


​둘째, 달걀, 설탕, 오일은 적게!

얼마 전 실시간 검색 1위로 오른 00카스테라가 있었다. 부드럽게 하기 위해 다량의 식용유를 첨가한다는 것이었다. 그 촉촉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는데, 그것이 모두 식용유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제빵사들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그렇지 않음 지금의 부드러움은 느낄 수 없게 되며, 설탕의 양을 줄이면 그 또한 맛이 떨어져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 이렇게 길들여진 우리의 입은 당의 중독이고 씹지 않고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으로 인해 지방의 중독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과자 장인 마치코의 음식엔 그 분량이 매우 적다는 것이 레시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 맛 또한 고소하고 담백한 재료 본연의 맛을 낸다는 것이 나를 솔깃하게 해 주었다. 베이킹을 직접 하기 시작한지 8년 이상이 되었는데, 매번 할 때마다 레시피보다 설탕양을 줄이면서 그 맛을 안 나면 어떡하지, 줄여도 될까, 하는 불안감이 늘 있었는데, 마치코의 레시피를 보면서 좀 더 줄이지 못한 부족한 나의 용기를 탓하기도 하였다.

셋째, 건강한 재료와 더불어 집에 있는 재료와 도구로 쉽게 할 수 있는 베이킹! 

​아이들과 베이킹 또는 요리책을 보면서 맛있게 차려진 사진들을 보면서 "이거 만들자."하고 결정한 뒤, 레시피를 보면 가까운 마트가 아닌 대형마트의 베이킹 코너를 가야만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너무나 많다. 그 뿐 아니라 처음 들어본 재료들도 있어 이걸 용량이 어느 정도 사서 보관을 언제까지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조차 난감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간단 베이킹』의 재료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건강을 생각한 두부와 찹쌀가루. 가정에서 소량이더라도 있을 재료들을 중심으로 베이킹하여 레시피를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꽝손이라고 스스로를 탓했던 나에게 모나카와 떡까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마구마구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하였다.


『아이와 함께 간단 베이킹』의 저자 마치코는 이렇게 말한다.

-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담 없이 만들 수 있고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간식들은 간단한 재료와 두구로 반죽해 굽기만 하면 되기에 복잡한 공정은 전혀 없습니다.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되도록 쉽고 건강한 레시피를 고안했고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제외했습니다. 분량도 익히기 쉽도록 고민을 거듭해 만들었어요.  

 

 

바로 나를 위한 베이킹이었던 것이다. 아이들과 잠깐 남는 시간에 집에 있는 재료와 도구로 아이들과 조물락조물락 간식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아이를 둔 엄마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레시피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엄마와 아이의 손맛이 들어갔고, 베이킹하면서 엄마와 아이의 손의 체온을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소통하는 시간, 이보다 더 따듯하고 부드러운 요리 시간이 있을까 싶다.


방학을 이용해 체험프로그램을 하는데, 그중 꼭 하나 요리 교실을 찾아가 전문가로부터 파이와 케이크, 햄버거등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시간을 갖는다. 유료 체험이므로 간단한 재료만으로 만들어지면 유료에 대한 값어치를 못 한다는 생각을 학부모들이 갖게 할 것이기에 다양한 재료를 넣고 데코도 화려하며 포장또한 예쁘다. 마치코의 레시피엔 화려함도 색채의 다양함도 없다. 그러나 보는 이의 눈이 편안하고 먹는 이의 속도 편안하고 건강 또한 편안하다면 아이에게 이보다 더 좋은 편안함은 없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간단 베이킹』을 보면서 두 아이가 서로 다른 종류의 음식을 만들어 서로에게 선물한다면 얼마나 즐거운 시간이 될까 싶어 서로가 하고 싶은 레시피에 각자 좋아하는 색으로 표시를 해 두라고 하였다.

여유있게 맞이한 주말 아침 차와 함께 마시자고 약속하면서 말이다. 그 날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표정에 기대감과 행복감이 그대로 묻어나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코가 건강을 위한 요리를 하게 된 것은 그가 가진 천부적인 재능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 가지 레시피를 위해 수많은 연구와 실습 그리고 기록하고 정리하는 부지런함과 요리에 대한 열정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건강한 요리를 만들 수 있었으며, 이처럼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레시피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코의 레시피 노트를 보면서, 우리가 보기엔 전문가 그 자체인데, 본인은 여전히 연구하고 노력하고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그냥 이루어진 결과는 아니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두부 페이스트를 기본으로 하여 살탕 20g 녹말가루 3g을 열을 가하고 식히면 두부크림

두부크림에 콩가루를 첨가하며 콩가루 크림, 단팥을 첨가하면 팥크림, 무가당 요구르트와 레모즙을 첨가하면 요구르트 크림이 된다.

빵이나 과자, 떡을 좀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꿀이나 딸기쨈 또는 떠먹는 요구르트로 입맛을 자극했는데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크림까지, 아이들에게 건강한 맛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아이들과 저울 위에 재료를 올리고 무게를 달고, 레시피에서 말하는 대로 스푼을 맞추고, 반죽으로 떼어 손으로 모양을 잡아가며

가열된 오븐 속에 만들어진 반죽을 넣고 기다리는 20분은 아이들과 내가 설렘지수가 폭발하는 순간이다.

맛은 어떨까, 반죽된 모양이 열과 합쳐져서 어떤 모양으로 변할까, 다음엔 또 어떤 걸 만들어볼까, 퇴근한 아빠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마냥 다음을 예측하며 너무나 행복한 잠깐의 여유를 맞이한다.


아이들과의 베이킹은 말 그대로 따듯하다. 무게를 달기 위해 0점을 맞추며 집중할 때, 재료를 섞으면서 잘 섞기 위해 온 손에 온 힘을 줄 때, 반죽을 떼면서 너무 많을까 적을까 고민할 때, 모양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동굴게 넙적하게 작게 조금 크게 나름의 크기를 맞추기 위해 비비고 동글동글 굴리고 길쭉하게 펴고, 오븐 앞에서 반죽이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모습을 볼 때 그 순간순간마다 사랑이고 따듯함이다. 이제는 건강까지 챙겨주고 간단하면서도 구하기 재료와 도구로 번거로움을 확~ 줄인 레시피로 더욱 자신있게 요리를 할 수 있어 앞으로 즐거움이 배가될 것 같아 기쁘다.


『아이와 함께 간단 베이킹』은

요리 꽝손들에게 자신감을,

아이 건강을 위한 간식을 찾던 주부들에게 감사함을

냉장고가 자주 비거나 혼밥을 즐기는 외로운 이들에게 

건강하고 든든한 한끼를

항상 바쁜 직장맘으로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 엄마들에게 

멋진 엄마의 기회를

나누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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